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2.27.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시마다 유카 글·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중앙출판사, 2001.4.30.



진주마실을 한다. 벼르고 별러 길을 나선다. “우리 어린씨 푸른씨, 집에서 즐거이 놀면서 살림도 해보셔요.” 하고 말하면서 손을 흔든다. 읍내를 거쳐 순천까지 잘 왔는데, 순천서 진주 가는 길이 막힌다. 누리그물에서 볼 적에는 틀림없이 뜨는 버스길이 사라졌다. 순천버스나루 알림판을 보니 흰종이를 잔뜩 붙였다. 벙 뜬다. 어쩌지.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두 시간 반을 기다리면 부전으로 가는 기차가 진주를 거친단다. 세 시간 반을 기다려 버스를 타면 너무 늦지만, 기차는 좀 낫네.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을 넉 자락째 장만했다. 아이들이 대단히 좋아해서 자꾸 읽고 또 읽다 보니 책이 닳고 낡아 거듭 장만했지. 아이들이 책을 곁에 두는 매무새를 보면 놀랍다. 아이들은 껍데기를 안 본다. 낡고 닳아 너덜거리거나 튿어졌어도 알맹이만 바라본다. 알맹이에 흐르는 마음을 읽는다. 우리 어른은 책을 겉훑기로만 삼는가 속사랑으로 헤아리는가? 우리 어른은 이 삶터를 겉치레로 꾸미는가 속사랑으로 돌보는가? 자가용을 이따금 몰더라도 자주 걷고, 자전거도 달리고, 버스도 타는 몸으로 가꾸지 않으면 이 땅을 잊기 쉽다. 입만 산 ‘짝퉁 진보’가 판친다. 글을 쓰는 사람(작가·기자)도 걸어야 한다. 글은 손발로 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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