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6


《버림받은 사람들》

 표문태 엮음

 중원문화

 1987.12.30. 



  어느덧 제 나이는 ‘출판사 편집장’도 아닌 ‘출판사 대표’쯤 되는 자리예요. 적잖은 또래나 동생은 ‘대학 교수’도 하고, 여느 배움터라면 ‘교감’에 가까운 나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나이를 굳이 빗대었는데, ‘장·대표·교수·교감·교징’ 같은 자리에 다가서기 앞서까지는 이래저래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이런 자리에 가까이 이르거나 이 자리에 앉고 난 뒤에는 어느새 입을 싹 씻어요. 암말을 안 해요. 아무 목소리가 없습니다. 이런 일을 숱하게 치르면서 “무슨 박사”나 “무슨 교수”나 “무슨 사장”이란 이름을 밝히는 이를 아예 안 믿는 나날입니다. 쇠밥그릇을 붙드는 사람한테는 이웃이나 동무가 없거든요. 《버림받은 사람들》은 ‘징용 한국인 원폭 피해자 수기’를 그러모읍니다. 2010년이나 2020년이 아닌 1987년에 이런 책을 묶었습니다. 엮은이 표문태 님은 나라나 들꽃모임(시민단체) 도움손이나 도움돈 없이 오롯이 홀로 피땀을 바쳐 이런 일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표문태 님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버림받은 글님”입니다. 일찍부터 ‘가난하고 따돌림받고 아프고 억눌리고 짓밝히고 슬프고 목소리를 못 내는 사람’을 이웃이며 동무로 삼아서 붓으로 옮겼거든요. 앞으로는 “사랑받는 사람들”이 되기를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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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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