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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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21


《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강경이 옮김

 클

 2020.9.15.



꽃들은 놀라움을 실어나른다. 해마다 꼭 같은 장소에 피어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15쪽)


꽃은 삶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지만 자연의 부활과 싱그러운 성장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19쪽)



《덧없는 꽃의 삶》(피오나 스태퍼드/강경이 옮김, 클, 2020)을 읽다가 아무래도 아리송해서 영어 이름을 살피니 “The Brief Life of Flowers”라고 한다. 그래, 그렇지. 글쓴님은 꽃살이가 ‘덧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글쓴님은 그저 꽃을 바라보며 ‘짧아’ 보이지만 막상 ‘안 짧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책이름에 ‘덧없다’란 말을 붙이니 마치 꽃이란 얼마나 뜻없고 값없이 그냥그냥 지나가는가 하고 느낄밖에 없다. ‘덧없다’는 아무 자리에나 안 쓴다. 한자말로 치자면 ‘허송세월’이 덧없는 셈이다. 꽃 한 송이가 아무 뜻이 없이 필까? 우리들은 아무 뜻이 없이 이 별에 태어났다가 떠나는가? 아니다. 모든 꽃은 즐겁게 꿈꾸다가 즐겁게 피어나서 즐겁게 진다. 얼핏 보면 봄여름가을겨울 한 해로 마치는 듯하지만, 웬만한 꽃은 여러해살이일 뿐 아니라, 나무 못잖게 오래 살기도 한다. 줄기나 잎은 시들어도 뿌리는 안 시들기 때문이다. 겨울에 말라죽은 듯한 풀로 보이더라도 봄에 줄기가 새로 오르는 모습을 보면 ‘덧없이 지낸 풀’이 아니라, 즐겁게 꿈꾸며 겨울에 쉬었다가 봄에 일어나는 살림이다. 책이름 하나로 줄거리가 확 달리 퍼진다. 옮김말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면 어떨까? 무엇보다도 꽃이라는 숨결을 차분히 찬찬히 차곡차곡 헤아리면 어떨까? 씨톨을 사람들이 함부로 건드려서 꽃가게에서 돈으로 사고팔아 길거리에 잔뜩 심는, 그런 겉치레 꽃이라면 ‘덧없다’고 할 터이나, 들꽃이며 풀꽃이며 숲꽃이며 골목꽃이며 밭꽃이며 마당꽃이 덧없을 일이란 아예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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