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9


《咸錫憲 先生의 편지》

 함석헌 글

 함석헌 펴냄(자비출판)

 1957.2.5.



  ‘옳다 그르다’로 가릅니다. ‘옳다’는 ‘올바르다’나 ‘올차다·알차다’로 잇고, ‘오롯하다·옹글다’로 이으며, ‘알뜰하다’에 ‘아름답다’로 잇습니다. 이 결을 살피면 ‘올·옹·알’이 한 갈래입니다. ‘알’이란 ‘씨알·씨앗’입니다. 새로 자라날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조그마한 꿈이 씨알(씨앗)이요, 곧거나 바르게 서면서 흐르는 튼튼한 숨결이 씨알(씨앗)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전쟁에 군사독재를 온몸으로 마주하면서도 조용히 흙을 일구어 삶을 읽던 함석헌 님은 뒷날 《씨알의 소리》란 잡지를 펴내지요. 이녁이 ‘씨알’이라는 낱말을 애틋하게 곁에 둘 만하다고 느낍니다. 씨알이란 모든 숨결에서 바탕이요 밑틀이면서 첫밗이거든요. 손수 쓰고 엮어서 내놓은 《咸錫憲 先生의 편지》는 몇 자락이나 나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런 책이 나온 줄 아는 사람도 드물리라 봅니다. 졸업장학교가 아닌 시골에 길이 있다고 여긴 분이요, 절집이 아닌 하늘에 사랑이 있다고 여긴 분이며, 책이 아닌 흙에 빛이 있다고 여긴 분이고, 정치나 사회가 아닌 숲에서 부는 바람 한 줄기에 뜻이 있다고 여긴 분이었을 테지요. 손수 흙을 돌본다면 권력자가 안 됩니다. 아이를 보살피는 어버이는 독재자가 안 되지요. 사랑이어야 사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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