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44


《눈고양이》

 에르빈 모저 글·그림

 명정 옮김

 온누리

 2001.3.20.



  출판사 영업부 막내일꾼으로 지낼 적에는 웬만한 책팔이에 다 나갔습니다. 국제도서전이나 유아전 같은 자리는 달포쯤 앞서부터 챙깁니다. 적어도 몇 만 자락을 뿌릴 새 도서목록을 엮고, 어떻게 하면 ‘우리 출판사 책’을 하나라도 더 알려서 팔도록 할 만할까를 살펴요. 책팔이는 해질녘에 마치는데, 얼른 갈무리를 하고는 이웃 출판사로 가서 살 만한 책을 돌아봅니다. 이웃 출판사 분은 “뭘 돈 주고 사요? 바라는 책이 있으면 그냥 드릴게요.” 하지만 “안 되지요. 우린 오늘 장사하러 나왔는데 그냥 안 받지요.” 하면서 책값을 치렀습니다. 그무렵 온누리 출판사 어린이책을 꽤 장만했으나, 일터를 옮기고부터 한동안 잊었습니다. 《눈고양이》를 비롯한 재미나며 알찬 ‘에르빈 모저’ 님 작은 그림책을 2018년에서야 알아보았어요. 2007년에 《얼음 거인》이란 이름으로 새로 나왔는데, 저는 ‘눈고양이’란 이름이 한결 마음에 들어요. 쥐돌이가 오붓하게 지내는 숲살림을, 여러 숲동무하고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하루를, 철마다 다른 바람을 상냥하게 맞아들이면서 노래하는 놀이를, 단출하면서 깊고 넉넉하게 그려내지요. 오스트리아에서 1988년 무렵에 나온 이만 한 이야기를 우리는 언제쯤 푸른 빛깔로 그려낼 만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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