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4.


《바람의 맛》

 김유경 글·그림, 이야기꽃, 2015.12.15.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에 서면 바람맛을 보자고 이야기한다. 어제하고 다른 바람결을 느끼고 오늘 새로운 바람빛을 보면서 하루를 어떤 그림으로 지을는지를 생각하자고 노래한다. 마을 어른들이 마늘밭에 농약을 뿌리는 날에는 농약이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퍼진다. 이런 곳에는 벌나비가 찾아가지 않고 개구리도 풀벌레도 모두 달아나서 고요하다. 소리쟁이를 뜯어서 혀에 얹는다. 겨울을 품고서 봄을 그리는 풀잎에 서린 바람맛이란 들큼들큼하면서 보드라운 빛이다. 바알간 빛이 옅게 흐르는 매화잎에 코를 대고 큼큼 맡는다. 달콤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빛이다. 이 맛이며 빛이며 결을 읽는다면 우리가 짓는 밥살림을 비롯해 옷살림이며 집살림이 고루 아름답겠지. 《바람의 맛》을 펴면서 왜 ‘바람맛’이라 않고 구태여 ‘-의’를 넣는지 아쉽다만, 글말에 길든 어른들은 으레 이렇다. 된장맛, 간장맛, 고추장맛을 담는 밥차림이겠지. “된장의 맛·간장의 맛”이 아니다. 풀을 먹으며 풀맛을 볼 뿐, “풀의 맛”을 보지 않는다. 하늘을 보자. 우리는 ‘하늘빛’을 볼 뿐, “하늘의 빛”을 보지 않는다. 맛에 군더더기를 씌울 까닭이 없듯, 말에도 군더더기를 붙일 까닭이 없는 줄 안다면, 집집마다 새로운 맛길을 열 만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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