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4


《그림에 부치는 시》

 김환기 글·그림

 지식산업사

 1977.12.1.



  책을 빌려줄 적에는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들 하더군요. 책을 빌린 사람이 하도 책을 안 돌려주는 터라, 잃은 책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으로 이렇게 얘기하나 싶기도 합니다. 2007년에 서재도서관을 연 뒤로 책을 제법 잃었습니다. 값진 책이기에 훔친 사람이 있고, 꼭 돌려주겠노라 하고서 끝까지 안 돌려주거나 자취를 감춘 사람이 있습니다. 《그림에 부치는 시》는 제 손을 떠난 지 열 몇 해가 지나도록 안 돌아옵니다. 김환기 님하고 피붙이 사이라는 젊은 분이 꼭 읽고 싶다면서 찾아왔고,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했지요. 그이는 손전화 번호까지 남겼는데요, 여러 달 지나고서 쪽글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도 아무 대꾸가 없었어요. 헌책집을 샅샅이 돌며 잃은 책을 다시 살 수도 있습니다만, 그 젊은이가 너무 늦지 않게 돌려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뭔가 까닭이 있겠지요. 저는 《그림에 부치는 시》를 읽으며 김환기 님이 노래하며 그림을 그리셨네 하고 느꼈어요. 이녁 그림이며 글이란 오롯이 노래더군요. 이 별을 사랑하는 노래, 이 땅을 아끼는 노래, 뭇숨결을 그리는 노래, 그리고 책 한 자락을 어루만지는 노래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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