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0


《백두산부대의 얼》

 김선호

 보병제21사단

 1988.12.



1997년 12월 31일은 제가 강원도 양구 동면 ‘완전무장지대’에서 살아남아 바깥으로 나간 날입니다. 비무장지대가 아니지요. 순 거짓말입니다. ‘완전무장지대’입니다. 무기에 군인이 얼마나 바글바글한데요. 미사일에 전차에 폭탄이 얼마나 아슬아슬한데요. 주먹다짐이나 총질은 가볍게 흐르던 그곳에서 웃자리에 있는 분들이 허울좋은 거짓말을 일삼으며 젊은이를 짓밟아 바보로 길들이고 갖은 검은짓을 일삼는 하루하루를 똑똑히 지켜보면서 생각했어요. ‘너희 막짓에 주먹질에 발길질에 총질에 목숨이며 넋을 빼앗기지 않겠어!’ 하고요. 서슬퍼런 데에서 빠져나오던 때에 살그머니 챙긴 ‘2급비밀 책’이 있습니다. ‘신병교육훈련자료’라 하는 《백두산부대의 얼》인데, 찬찬히 보면 아무것도 아닌 뻥튀기에 거짓말만 가득한데 뭔 2급비밀인지 우스웠어요. 아마 뻥튀기에 거짓말이기에 숨기려 들겠지요. 그때 2급비밀 가운데 하나는 이제 사라진 주둔지인 ‘도솔대대’ 최저온도 -54℃입니다. 온도계로 찍은 이 숫자까지 2급비밀이라 하니 할 말이 없지요. 군대가 있으니 평화가 동떨어집니다. 얼빠진 채 군대와 무기를 때려박으니 사람들이 얼간이가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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