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타 달리다 5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만화책


별을 보며 달리고 싶지 않니?



《카나타 달리다 5》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19.11.25.



‘교복 밑에 스포츠 웨어라니, 초등학생이냐? 라고 지적하고 싶었지만, 나는 왠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56쪽)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어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가기에 한결 듬직하거나 어른스럽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을 적에는 그저 ‘나이먹기’를 할 뿐입니다.


  나이를 먹었으니 언니나 오빠나 누나나 형이 될까요? 나이는 먹되 언니답지도 누나답지도 않다면, 나이는 먹으나 오빠스럽거나 형으로서 믿음직하거나 슬기롭거나 아름답지 못하다면 무엇일까요?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요?



‘앞서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저마다 달라. 친구들과 함께 즐거워 보이는 등. 일 때문에 피곤해서 굽어 있는 등. 집에 가기 싫어서 투덜대는 등.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조급한 등.’ (73쪽)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은 ‘철바보’입니다. 철이 안 들면 철을 모르니 철바보이지요. 다시 말해, 철이 들지 않은 채 나이만 먹을 적에는 ‘철바보’이면서 ‘늙은이’입니다. 푸름이 가운데에서도 나이는 먹어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자리’는 누리더라도 조금도 철이 들려 하지 않는다면 ‘철바보이면서 늙은 사람이란 자리’가 되겠지요.


  어른이란 자리도 매한가지예요. 나이가 서른이나 쉰이나 일흔이라 하더라도 철이 안 든 채 허튼 짓이나 엉뚱한 짓이나 바보스러운 짓을 하면 ‘어른 아닌 철바보이자 늙은이’일 뿐입니다.



‘아직 네 바퀴나 남았는데 페이스를 계속 올리란 말이야? 카나타 녀석, 빨라졌어!’ (92∼93쪽)



  어쩌다 보니 달리기를 하더라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에 나아가서도 끝없이 달리는 이야기를 다룬 《카나타 달리다 5》(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19)을 읽으면, 달리기를 하는 마음을 더없이 잘 읽을 만합니다. 만화책을 덮고 생각합니다. 푸름이 여러분은 하루 가운데 얼마나 달리기를 하는가요? 어릴 적에 얼마나 달려 보았을까요? 학교 골마루에서 달리다가 샘님한테 꾸지람을 듣거나 꿀밤을 맞지는 않았나요? 그래도 달리기가 신나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바람을 타고 휙휙 날아가는 결이 재미나서, 달리기를 못 멈추지는 않았나요?


  또는 달린 적이 없을 수 있어요. 얌전하게 어른 말을 듣느라, 고분고분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하느라, 골마루에서든 길에서든 뛰거나 달리지 말라고 배우느라, 막상 달리기는 안 한 채 지냈을는지 모릅니다.


  치마를 두르고 달려서는 안 된다든지, 달리면 허둥지둥댄다는 말을 듣고서, 그만 달리기를 안 하지는 않았을까요? 무엇보다 운동장이 좁다든지, 자동차가 너무 넘쳐서, 학교를 마치면 학원차를 타느라, 학원하고 학교하고 집 사이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자동차로 태워 주느라, 달릴 겨를이 없지는 않았나요?



“도쿄에도 여기만큼 가파른 언덕이 많아. 하코네가 그리워서 틈틈이 달렸더니, 푹 빠져 버려서, 요즘 내 취미야! 급경사 오르기.” (98쪽)


“도쿄에서는 이게(별이) 보이지 않아. 도쿄로 다시 돌아가고 나서, 처음으로 이 사실을 알았어.” (106쪽)



  두 다리는 땅을 디디려고 있습니다. 두 팔은 하늘을 안으려고 있습니다. 두 다리는 이 땅을 박차면서 빛납니다. 두 팔은 바람을 품으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별바라기를 하는 꿈을 키울 수 있을까요? 커다란 서울이 아닌, 숲으로 아름드리가 될 서울을 꿈꿀 수 있을까요?


  시골에 발전소나 송전탑이나 군부대나 골프장이나 공장이나 관광단지가 없는, 그래서 어느 시골에서나 느긋하게 숲바람을 마실 수 있는 꿈을 키울 만할까요? 손수 심고 가꾸고 짓고 누리고 나누는 살림살이를 꿈꿀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하루토와 카나타를 뒤쫓았을 때 말이야, 나호도 아카리도 어느새 엄청 진지하게 뛰더라. 특히 아카리는 가게 일을 돕느라 운동을 그만둔 지 한참 됐는데.” (132쪽)


‘진짜냐? 뭐지? 이 속도감. 벌써 2km 가까이 달렸는데, 내 몸은 이런 스피드로 달릴 수 있는 건가?’ (174∼175쪽)



  만화책 《카나타 달리다》를 그린 분은 어릴 적에 달리기를 한껏 누렸다고 합니다. 학교를 다니며 육상부이기도 했다더군요. 스스로 달리기가 좋기도 했고, 달리기를 겨루는 자리에도 즐겁게 나갔다고 합니다. 이 만화책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만화를 빚은 타카하시 신 님이 빚은 다른 만화책에서도 ‘달리는 사람’이 곧잘 나올 뿐 아니라, 달리며 땀방울을 송이송이 흩뿌리는 그림을 자주 보았네 싶어요.


  스스로 즐거웠기에 스스로 즐겁게 마음에 새깁니다. 마음에 즐겁게 새긴 이야기를 글로도 그림으로도 만화로도 사진으로도 노래로도 춤으로도, 또 숱한 모습으로도 피워냅니다.



“이제 그만 포기해! 너는 나를 못 이긴다고 했잖아!” “포기하지 않아! 나는, 발이 느리니까, 이것밖에 못 하니까, 계속 달리는 것만은 절대로 지지 않아. 질 리가 없어. 나는, 그날부터 하코네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계속, 계속 달렸어.” “뭐? 그날? 언제?” “학교에 육상부가 없으니까 학원이 끝나고 공원에서 매일 달렸어. 공원에서는, 거기서 뛰고 있던 사람들의 등을 계속해서 쫓아갔어. 처음에는 혼자였지만, 어느새,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려 줬어. 함께 연습해 줬어. 힘내, 힘내라고. 질 리가 없어! 아니, 달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지지 않아! 질 수 없어!” (186∼187쪽)



  별을 보면서 달리고 싶지는 않나요? 별바라기 몸짓으로 달리면 어떤 멋일까요? 꽃을 보면서 달리고 싶지는 않은지요? 꽃바라기 손짓 발짓이 되어 달리면 어떤 맛일까요?


  그리고 동무를 상냥히 바라보는 눈길로 달려 봐요. 이웃을 따스히 마주하는 눈빛으로 달려 봐요. 사람뿐 아니라 온누리 뭇목숨을 포근히 얼싸안는 품이 되어 달려 봐요.


  혼자만 앞서 나아가는 달리기가 아닌, 다같이 손을 잡는 달리기를 해봐요. 먼저 가서 첫째가 되려는 달리기가 아닌, 이 땅을 두 다리로 의젓하게 밟으면서 높디높은 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을 두 팔로 넉넉히 껴안는, 그런 달리기를 해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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