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일은 없다 - 위대한 사랑이 있을 뿐
문숙 지음 / 샨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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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05 : 학교를 하루쯤 빠져도 대수롭지 않아


《위대한 일은 없다》

 문숙

 샨티

 2019.10.18.



우리는 모두 뭔가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 너무나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데 그 위대한 일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 (27∼28쪽)


“중학교 들어간 이후 결석한 날 하루도 없었지?” (딸) 조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네가 특별한 경험을 한번 해봤으면 해.” “무슨?” “학교 결석.” (43쪽)


로데오라는 생뚱맞은 이름의 거리가 도시의 중심에 떡하니 들어앉은 이유가 무엇인지 …… 그렇게 이름 지은 그 누군가에게도 묻고 싶다. “그 길이 진달래 길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108쪽)


우리는 빛 가운데서 아름답게 빛나는 또 하나의 빛이다. 빛을 받고 자란 것으로 먹을거리를 삼고, 바람을 맞으며 춤을 추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꿈을 키운다. (156쪽)


내가 할 일은 사랑이 아닌 어떤 것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무조건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191쪽)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는 김에 빨래를 하곤 합니다. 거꾸로 빨래를 하는 김에 머리를 감거나 씻기도 합니다. 물을 쓸 적에 두 가지를 나란히 하는 셈입니다. 요새는 빨래틀을 곧잘 쓰지만, 씻는그릇에 빨래감을 담가 놓고서 조물조물하기를 즐깁니다. 이렇게 손으로 주무르면 옷가지를 누린 아이들이나 곁님 숨결을 느끼기도 하고, 이 옷을 말끔히 빨고 나서 기쁘게 입을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컸기에 오줌기저귀를 빨래하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 기저귀랑 저고리랑 바지랑 이불을 모두 손빨래로 하면서 보냈는데요, 요즈음 가끔 돌아보면 예전에 참 씩씩하게 잘 살았구나 싶더군요. 기저귀 빨래란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기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느끼며 자라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니 딱히 힘들거나 고되지 않았습니다.


  삶책 《위대한 일은 없다》(문숙, 샨티, 2019)를 읽고서 곰곰이 그려 보았어요. 대단하지 않은 일도, 대단한 일도 따로 없겠지요. 그렇다면 저한테 대단하지 않으면서 대단했던, 또는 대단했으나 대단하지 않은 일은 무엇이었나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손길을 받아서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도 어버이 손길을 받으며 어른이 되었어요. 어버이가 들려준 말을 하나씩 받아들이면서 생각을 살찌웠고, 이 말은 다시 새로운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말이 되어요.


  날마다 뜨고 지는 해는 날마다 다른 볕이랑 빛이랑 살을 베풉니다. 이곳저곳 어디나 드리우는 해님이면서, 누구한테는 적게 가거나 많이 가지 않는 해님입니다. 그러니 해한테 님이란 이름을 붙일 테지요. 나무도 풀도 꽃도 그렇습니다. 누구한테 더 향긋하게 퍼지지 않고, 누구한테 그늘을 더 주지 않아요.


  대단한 나무도 별이 없겠지만, 모든 나무하고 별이 대단하지 싶습니다. 대단한 새나 풀벌레가 없을 테지만, 모든 새하고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가 대단하지 싶습니다. 《위대한 일은 없다》를 쓴 문숙 님은 이녁 아이가 학교를 빠지는, 이른바 하루이틀쯤 빼먹고 노닥거리는 재미난 일을 누려 보기를 바랍니다. 숙제가 많다고 징징거리던 아이는 막상 하루이틀쯤 학교를 빠지자고 하는 말에 선뜻 나서지 못하더라고, ‘남들 다 학교에 있을 한낮’에 멀쩡히 집에서 뒹굴다가 어머니하고 마실을 다니는 일이 너무 멋쩍다고 이야기했다지요.


  학교도 회사도 하루이틀쯤 빠질 수 있습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몸이 아파서 빠질 수 있고, 그냥 느긋하게 오롯이 아침볕 낮볕 저녁볕을 누리려고 빠질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굳이 100점을 받아야 하지 않아요. 98점도 88점도 68점도 48점도 28점도 좋습니다. 대단하지도 대수롭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하나 새롭게 바라보는 때에 우리 눈길이 트이지 싶어요.


  쳇바퀴를 따라서 갈 까닭이 없는 하루인 줄, 늦게 가거나 일찍 가도 좋은 마실길인 줄, 하루에 책을 열 자락 읽어도 좋지만 달포 동안 책 한 자락 안 읽어도 좋은 줄 느낀다면 삶이 달라질 만하지 싶어요. 첫째로 갈 일도 막째로 갈 일도 없어요. 저마다 다른 우리는 저마다 다른 걸음으로 가면 됩니다. 이 저마다 다른 걸음이란 언제나 우리 몸이며 마음을 또렷하게 바라보는 사랑일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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