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24.


《채널고정! 5》

 사사키 노리코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13.9.30.



유자물을 담그려고 유자를 따고서 바로 썰어서 담그지는 못했다. 여러 일을 나란히 하기도 하지만 몸에 힘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서 한낮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썰었다. 유자를 썰고 나면 손이며 몸에 유자내음이 짙게 밴다. 손도 미끌미끌하다. 싫지 않은 미끌거리는 손에 물을 조금 묻혀서 얼굴을 문지르고 팔뚝도 문지른다. 오늘 하루는 유자사람이 된다. 《채널고정! 5》을 읽었다. 집에 텔레비전을 안 들이고 살기에 방송국을 다루는 만화책은 오래도록 시큰둥하다. 이 만화책도 예닐곱 해 만에 손에 쥔다. 그런데 서울(도쿄) 한복판에서 뛰는 방송국이 아닌 훗카이도 시골집에서 나고 자란 아가씨가 나오는 만화책이네. 이 시골 아가씨하고 짝을 이루는 사내는 서울(도쿄 또는 둘레 도시)내기. 방송국이야 어디를 가도 방송국이지만 터전에 따라 마주할 사람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늘 사람을 마주하면서 사람마다 달리 짓는 삶을 마음으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하기에, 서울내기가 시골이나 숲이나 바다란 터전을 마주하자면 스스로 모든 틀을 허물고서 새롭게 설 줄 알아야 한다. 책을 덮고 생각한다. 서울(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시골에서 교사나 공무원이나 정치꾼이 되는 이들은 시골살림이며 시골숲을 어느 만큼 헤아리거나 껴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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