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22.


《엄마의 공책》

 서경옥 글·이수지 그림, 시골생활, 2009.5.20.



내가 낄까 하다가 작은아이한테 건넨 장갑을 작은아이가 처음에는 내키지 않는 눈치이더니 빨래해서 잘 말려 놓으니 이 장갑을 끼면서 논다. 그래, 그러면 네 살림으로 건사하렴. 큰아이가 신기를 바라며 장만했던 알록달록 목긴신은 어느덧 작은아이 발에 맞는다. 이 신도 작은아이가 누리렴. 며칠 쌀쌀했으니 며칠째 포근한 늦가을이다. 나는 맨손에 반소매 차림이 되어 자전거를 달린다. 이렇게 하늘볕이며 바람을 누릴 수 있는 고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 《엄마의 공책》을 조금씩 읽는다. 글쓴이를 낳은 어머니가 있고, 글쓴이가 곁님으로 만나면서 모시는 어머니가 있다. 두 어머니 사이에서 마주하는 미처 몰랐던 삶, 또 글쓴이 어머니를 낳아서 돌본 어머니하고 얽힌 삶을 책 하나로 단출히 여미었네. 그리고 글쓴이도 어느덧 어머니라는 나이를 지나서 할머니에 들어서는 터라 숱한 어머니가 얽히고 흐르고 만나고 피어나다가 저물면서 새삼스레 이야기꽃이 된다. 어머니마다 이처럼 살뜰한 사랑으로 피우며 가꾼 이야기가 책으로 태어난다면, 아버지라는 자리에 서는 어버이는 어떠한 사랑꽃을 이야기꽃으로 여미는 길일까. 아버지란 숨결은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면서 어떤 삶을 짓는 의젓한 사람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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