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 ‘안구정화’나 ‘안구습기’는?



[물어봅니다] 

  이런 말을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새 ‘안구정화’나 ‘안습’ 같은 말을 다들 꽤 쓰잖아요? 저도 그냥 썼는데, 문득 이런 말도 더 좋은 말로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해요.


[이야기합니다] 

  어느 말을 쓰든지 우리 마음을 잘 나타내도록 찬찬히 골라서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말을 찾기보다는 우리 마음을 잘 나타내면서, 이웃이나 동무하고 생각을 즐겁고 넓고 깊으면서 포근하고 상냥히 나눌 만한 말을 헤아리면 어떠할까 싶어요.


  저는 ‘안구정화’나 ‘안습(안구에 습기가 차다)’ 같은 말을 처음 들을 적에 “무슨 이런 말이 다 있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뜻이나 느낌을 바로 알았어요. 저는 이런 말씨는 안 쓰니, 이런 말씨를 둘레에서 쓰더라도 따라하지 않아요. 이른바 휩쓸리거나 휘말리지 않습니다. 둘레에서는 이런 말씨가 이웃님이나 동무 마음에 들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다른 말씨로 제 마음이나 느낌이나 생각을 나타내요.


 눈씻이·눈을 씻다 ← 안구정화


  먼저 ‘안구정화’를 살필게요. 이 말씨는 ‘안구 + 정화’일 테고, “눈을 + 깨끗이 한다”를 가리키는구나 싶어요. 말 그대로 “눈을 씻다”라 하면 되고, 단출히 ‘눈씻이’란 말을 새로 지어서 쓸 만해요.


  가만히 생각하면 “눈을 씻어 주네” 같은 말씨를 꽤 많은 분이 씁니다. 이 말씨 못지않게 오래오래 쓰던 말씨가 있으니 ‘호강’이에요. “호강을 시켜 주다” 같은 꼴로 으레 쓰는데요, 이때에는 ‘효도’나 ‘호위호식’ 같은 한자말 쓰임새를 담아내기도 하지요.


  눈호강·눈을 틔우다·눈이 트이다·눈이 맑아지다 ← 안구정화


  매우 보기 좋은 모습을 볼 적에 ‘눈호강’을 했다고들 합니다. 다만 ‘눈호강’은 아직 사전에 안 실렸더군요. 참으로 오랜 옛날부터 쓰던 말씨인데 말이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눈호강’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어요. 이를테면 맛난 밥을 먹기에 ‘입호강’을 하고, 아름다운 노래나 목소리를 듣기에 ‘귀호강’을 합니다. 즐거운 길을 걸으면 ‘발호강’을 하고, 신나는 일이나 놀이라면 ‘손호강’을 할 테지요.


 슬프다·구슬프다·눈물겹다·눈물나다·눈물을 흘리다 ← 안습·안구에 습기가 차다


  다음으로 ‘안습’을 생각할게요. 눈이 물로 젖는다면 어떤 모습이나 일일까요? 바로 ‘눈물’이겠지요. ‘눈물겹다’나 ‘눈물나다’라 하면 됩니다. “눈물을 흘리다”나 “눈물이 흐르다”라 해도 되고요. 우리 눈에는 언제 눈물이 날까요? 우리는 언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까요?


  바로 ‘슬플’ 때입니다. 그러니 ‘슬프다·슬픔’이라 하면 되고, 비슷하면서 다른 ‘구슬프다·구슬픔’이라 할 수 있어요. 다만 ‘슬프다’나 ‘구슬프다’라는 낱말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아쉽구나 싶으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다”나 “눈에서 비가 내린다”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눈물꽃’ 같은 말을 쓸 만해요. ‘눈물바람’이나 ‘눈물구름’이라 해도 어울려요. “눈물이 소나기처럼 흐르다”라든지 ‘함박눈물’ 같은 말도 쓸 수 있겠지요.


  자, 우리는 또 어떤 말을 새로 엮어서 쓸 만할까요? 우리는 눈물이 나거나 흐르는 모습을 어떤 이야기로 꾸며 볼 만할까요? 슬픈 모습을 얼마나 새로운 마음으로 조곤조곤 짜거나 꾸려서 나타낼 만할까요?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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