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 시와 소설 쓰기가 좋아요



[물어봅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생님과 저는 조금 비슷한 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과 소통하고 싶어요. 저는 시와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해서 작가라는 직업에도 관심이 있어서 선생님께 꼭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해도 될까요?


[이야기합니다]

  ‘시’란 참 아름다운 글이고, ‘소설’이란 무척 즐거운 글이라고 느낍니다. 시하고 소설을 쓰기를 좋아한다니, 두 가지 글쓰기를 하는 푸른 벗님은 아름다우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고 누리면서 오늘을 짓는 길을 가겠네 하고 느낍니다.


  그토록 아름답고 즐겁게 쓴 글을 보여주고 싶다니, 반가우면서 설렙니다. 어떤 눈빛을 어떤 손빛으로 일군 열매를 나누어 받을 수 있을까 하고 기다려 봅니다.


  그나저나 시쓰기하고 소설쓰기를 좋아한다면, 무엇보다도 ‘시란 무엇인가?’하고 ‘소설이란 무엇일까?’ 두 가지를 먼저 갈무리해 보면 좋겠어요. 교과서에 적힌 풀이나, 여느 사전에 나온 풀이가 아닌, 푸른 벗님 스스로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시’하고 ‘내가 바라보고 즐기는 소설’을 새롭게 생각하면서 아주 새롭게 스스로 풀이를 달아 보셔요.


  저는 ‘시 = 노래’, ‘소설 = 이야기’라고 단출히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풀이하라고 누가 물으면 늘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둘 가운데 ‘시’ 하나를 놓고서 조금 깊이 짚어 볼게요. 저는 ‘시’라고 하는 글을 놓고서 다음처럼 두 가지로 갈무리를 해 놓았습니다.


《우리말 글쓰기 사전》 73쪽

시를 쓰는 사람은 낱말풀이를 하는 사람. 낱말풀이를 하는 사람은 새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 새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은 말에 깃든 삶·살림·사랑을 새로 바라보고 느껴서 노래하듯 이야기하는 사람. 이리하여 시를 쓰는 사람은 노래하는 벗님, 노래님이고, 노래님 손끝에서 태어나는 글은 노래꽃이 된다.


《우리말 글쓰기 사전》 313쪽

노래꽃 : 소리에 느낌하고 생각을 실으면 말이 된다. 이 말에 가락을 입혀서 이야기가 부드럽고 곱게 흐르도록 단출히 다스리기에 ‘시’라 하고, 한국말로는 ‘노래’라 한다. 예전에는 ‘노래’라는 낱말로 뭉뚱그려서 썼다면, 오늘날에는 ‘노래’ 한 마디로 뭉뚱그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글로 빚어 가락을 담는 이야기를 따로 ‘노래꽃’이라고 일컬어 본다. 꽃처럼 피어나는 노래이기에, 노래가 마치 꽃처럼 피어나기에, 동시도 어른시도 ‘노래꽃’이로구나 싶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직업이 아니기도 합니다. 시나 소설을 써서 돈을 얻고 살림을 꾸린다면 틀림없이 직업이겠지요. 그런데 “쓰는 사람(작가)”은 ‘공식 직업’으로 안 여기더군요. “쓰는 사람”은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도 아닌 터라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세금을 다른 직업보다 좀 많이 냅니다. 이도 저도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뜻밖이라면 뜻밖으로 여길 텐데, 막상 이렇기에 푸른 벗님이 시나 소설을 쓰는 ‘직업’을 섣불리 헤아리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시나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도 좋습니다만, 이보다는 스스로 아름답게 삶을 노래하면서 저절로 시가 되기를, 또 스스로 즐겁게 삶을 지으면서 저절로 소설이 되기를, 이 두 가지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오늘 하루를 노래할 줄 알기에 시인이에요. 오늘 하루를 이야기할 줄 알아서 소설가예요. 아름다운 눈, 곧 ‘아름눈’이 되어 온누리를 아름답게 가꾸고 싶어서 쓰는 아름다운 글, 곧 ‘아름글’이 시라고 여깁니다. 즐거운 몸, 곧 ‘즐몸’이 되어 온누리에 즐거운 놀이를 퍼뜨리고 싶어서 쓰는 즐거운 글, 곧 ‘즐길’이 소설이라고 여겨요.


  다만 하나는 알아두면 좋겠어요. 웃음만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은 아닙니다. 때로는 눈물이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입니다. 웃는 보람도 우는 아픔도 언제나 아름답거나 즐거이 새로 피어나요. 뚜벅뚜벅 걷는 길에서 두 손을 활짝 펴고 바람하고 햇볕을 가만히 받아 보셔요. 한 손에는 바람을 받으며 시를, 다른 손에는 햇볕을 받으며 소설을, 차곡차곡 사랑으로 여미시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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