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9.


《빨강머리 앤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글·이가사리 유미코 그림/이은주 옮김, 미우, 2018.3.31.



기차에서 수수께끼를 다섯 가지 짓는다. 바다, 크다, 먹다, 돼지, 해, 이렇게 다섯 낱말을 놓고서 다섯 이야기를 그렸고, 다섯 이야기를 열여섯 줄로 갈무리하면서 종이에 정갈히 옮겨적는다. 바다란 무엇이고 크는 길이나 먹는 삶이나 돼지란 숨결이나 해란 별에 어떤 넋이 깃들었는가를 아이들이 새롭게 바라보기를 바라면서 쓴다. 이렇게 하고서 만화책 《빨강머리 앤》 첫걸음을 편다. 2018년에 새옷을 입고 나왔던데, 참말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글이나 만화로 만났을까? 숱하게 보았던 앤 이야기를 새삼스레 보다가 생각한다. 앤은 고아원이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없어서 싫’었다고,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하면 힘들’다고 밝힌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지만, 참말만 하고서는 어른들 나라에서 살아남을 수 없구나 싶어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마음’으로 늘 웃으려고 한다는 대목에서도 우리 삶을 밝히는 빛이란 언제나 ‘웃으며 나눌 노래’인 줄 느낀다. 오늘날 학교와 마을과 집이 ‘마음껏 생각하는 터’가 되기를,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책이 ‘생각날개를 펴는 징검돌’이 되기를, 아이들이 ‘돈 잘 버는 일자리’ 아닌 ‘즐거운 사랑’으로 나아가며 꿈을 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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