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길벗어린이 문학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맑은책시렁 205


《작은 책방》

 엘리너 파전

 햇살과나무꾼 옮김

 이오덕 다듬기

 길벗어린이

 1997.1.30.



“꼬마야, 너는 무척 행복한가 보구나.” 내가 대답했어. “네, 라 임금님.” “너는 보리를 맛있는 궁궐 음식처럼 먹더구나.” 내가 대꾸했어. “보리는 정말 맛있는 걸요, 임금님.” “넌 누구냐?” “우리 아버지 아들이오.” (17쪽)


“사랑하는 아들아, 눈물로 시작했다고 해도 눈물로 끝을 맺어서는 안 되지. 운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정말 달과 결혼하고 싶니? 해보다 훌륭해지고 싶니? 온 세상을 갖고 싶니?” (82쪽)


“뭐가 위험한데요, 어머니?” 어머니는 난처한 듯이 말했어요. “그건 말해 줄 수 없단다. 나도 모르거든.” “그럼 서쪽 숲이 위험한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이 나라의 어머니들은 모두 나처럼 아이들에게 타이른단다. 서쪽 숲에는 아주 이상한 것이 살거든.” “하지만 서쪽 숲은 위험하지 않을지도 몰라.” 존 왕자는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90∼91쪽)



  한글을 1982년에 익혔습니다. 국민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 처음 글씨를 알아보았고, 매우 재미있다고 여기며 받아들였습니다. 혼자 글씨를 읽어낼 줄 안 뒤로 책을 알았는데, 이때에 손에 쥔 책이 꽤 많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보리와 임금님》이 애틋했어요. 국민학교를 다니는 여섯 해 동안 이 동화꾸러미를 끝없이 되읽었어요. 국민학교를 마친 뒤에는 둘레에 동화꾸러미가 없어서 내내 《보리와 임금님》을 잊었다가 군대를 다녀오고서 다시 만났습니다.


  보리 한 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 말해서 씨앗 한 톨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다룰 줄 아는 글쓴님이 참 궁금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지은 어른이기에 어린이 마음자리에 스스로 생각이라는 씨앗을 심도록 북돋우셨나 싶어 꿈에서 만날 수 있으려나 바라기도 했습니다.


  《작은 책방》(엘리너 파전/햇살과나무꾼 옮김·이오덕 다듬기, 길벗어린이, 1997)이란 이름으로 다시 나온 동화꾸러미는 무척 사랑을 받았지 싶습니다만, 어느새 판이 끊어졌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노릇입니다. 임금님이 보리밭에 불을 질러 보리싹을 모조리 죽이려 했지만, 외려 보리는 그 불길을 뚫고 다시 싹을 틔워요. 일찌감치 판이 끊어졌던 엘리너 파전 동화꾸러미는 어느 날 문득 새옷을 입고 태어났으며, 또 판이 끊어졌다가 어느 때 살며시 새옷을 입고 거듭 태어나리라 여깁니다.


  이 동화꾸러미에 깃든 글은 어린이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짓도록 북돋우는 새로운 씨앗 같은 마음이 흘러요. 어떤 아픔이나 가시밭길이 닥치더라도, 어린이 스스로 슬기로우면서 씩씩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기운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이러면서 말 한 마디가 부드럽고 글 한 줄이 상냥합니다.


  숲을 책집으로 삼도록 이끄는 마음이, 보금자리를 너른 숲으로 가꾸도록 이끄는 생각이, 너랑 나 사이에 흐르는 꿈이 곱게 피어나도록 이끄는 숨결이 있는 동화꾸러미가 바로 《작은 책방》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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