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3.5. 통·번역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서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말 학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원어민 교수’님이 네덜란드사람 아닌 벨기에사람이다. 엥? 뭐지? 왜? 네덜란드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에서 네덜란드사람 아닌 벨기에사람이 왜? 뜬금없이? 벨기에도 네덜란드말을 쓰니 벨기에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사람도 한 분을 두고서 벨기에사람을 둔다면 모르되, 네덜란드사람 없이 벨기에사람만 있다면? 독일사람이 스웨덴말을 잘할 수도 있으나, 스웨덴말은 스웨덴사람이 가장 잘한다. 스웨덴말을 잘하는 독일사람이 스웨덴말을 가르칠 수도 있으나, 스웨덴말을 스웨덴사람으로서 하는 스웨덴사람이 곁에 있으면서 이런 얼거리가 될 적에 알맞다고 느낀다. 아무튼 한국에서 네덜란드말을 가르치는 벨기에 교수님 이름은 ‘쿡’. 교수님은 첫자리에서 “내 이름은 ‘쿡’입니다. 쿡쿡. 그 쿡이에요. 기억하기 쉽지요?” 하고 말씀했다. 한국사람이 말하는 ‘쿡’하고 네덜란드 말소리 ‘koek’은 다르다고 처음으로 느끼면서 재미있었다. 네덜란드 말소리는 ‘쿡’보다는 ‘꾺’에 가까웠다.


2002.5.4. “웃으려면 그냥 웃어. 참지 마. 참다가 배가 터져.” 그래도 웃음을 참으며 쿡쿡거리다가 드디어 “아이고, 못 참겠네!” 하면서 까르르 터진다. 까르르 웃음이 터지고도 한참 동안 방바닥을 구른다. 그렇게 웃겼으면 그냥 웃지 왜 쿡쿡거리기만 했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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