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다’하고 ‘익히다’는 다르지

[오락가락 국어사전 44] 말을 돌보고 삶을 보살피기



  우리는 말을 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말을 합니다. 이 배움을 놓고 한자말로는 ‘학습’이라고도 하는데, 사전풀이가 영 엉성합니다. ‘배우다’하고 ‘익히다’가 다른 낱말인 줄 또렷이 헤아릴 노릇이요, 우리 스스로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을 제대로 배우고 익혀서 사전뿐 아니라 이 땅을 알차게 돌보거나 보살피는 길을 갈 수 있기를 빕니다.



얹히다 : 5. = 체하다

체하다(滯-) :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아니하고 배 속에 답답하게 처져 있다 ≒ 얹히다



  사전은 ‘얹히다 = 체하다’로 다루는데, 거꾸로 다룰 노릇입니다. ‘체하다’를 “→ 얹히다”로 다루고서, ‘얹히다’에 뜻풀이를 붙여야겠습니다.



산달(産-) : = 해산달

해산달(解産-) : 아이를 낳을 달 ≒ 당삭·당월·대기(大期)·산달·산삭(産朔)·산월(産月)

낳을달 : x



  ‘산달·해산달’은 “아이를 낳을 달”을 가리킨다고 해요. 이 대목에서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을 달이라면 ‘닿을달’처럼 낱말을 지어서 쓰면 됩니다. ‘낳는달’이라 지어도 되어요. 사전에 ‘당삭·당월·대기(大期)·산삭(産朔)·산월(産月)’처럼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며 잔뜩 달아 놓지만, 모두 부질없어요. 다 털어낼 노릇입니다.



연세(年歲) : ‘나이’의 높임말

연령(年齡) : = 나이

연경(年庚) : = 나이

연식(年食) : = 나이

나이 :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 ≒ 연경(年庚)·연령(年齡)·연식(年食)



  한자말 ‘연세’여야 높임말이지 않습니다. 살아온 해가 얼마인지를 헤아릴 적에는 ‘나이’라 할 뿐이에요. 사전에 ‘연령·연경·연식’을 비슷한말이라며 싣지만 모두 털어낼 만합니다. ‘연세’는 “→ 나이”로 다루면 그만입니다.



디저트(dessert) : 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 ‘후식(後食)’으로 순화

dessert : 디저트, 후식

후식(後食) : 1. 나중에 먹음 2. 식사 뒤에 먹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따위의 간단한 음식

입가심 : 1. 입 안을 개운하게 가시어 냄 ≒입씻이 2. 더 중요한 일에 앞서 가볍고 산뜻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입씻이 : 1. 입씻김으로 돈이나 물건을 줌. 또는 그 돈이나 물건 2. = 입가심

뒷밥 : x



  영어 ‘디저트’를 ‘후식’으로 고쳐써야 한다지만, 한국말 ‘입가심·입씻이’가 있습니다. ‘디저트·후식’은 “→ 입가심. 입씻이”로 다루면 됩니다. 그리고 새말을 지을 수 있어요. 나중에 먹기에 ‘뒷밥’ 같은 말을 넉넉히 쓸 만합니다.



학습(學習) : 1. 배워서 익힘 ≒ 습학(習學) 2. [심리]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비교적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나 그 잠재력의 변화. 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배우다 : 1.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다 2.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 3. 남의 행동, 태도를 본받아 따르다 4. 경험하여 알게 되다 5. 습관이나 습성이 몸에 붙다

익히다 : ‘익다’의 사동사

익다 : 1. 자주 경험하여 조금도 서투르지 않다 2. 여러 번 겪어 설지 않다 3. 눈이 어둡거나 밝은 곳에 적응한 상태에 있다



  ‘배우다’하고 ‘익히다’는 다른 낱말입니다. 그러나 사전은 ‘학습’을 “배워서 익힘”으로 풀이하니 뜬금없습니다. 더구나 ‘배우다 = 익히다’로 풀이하니 더욱 뜬금없지요. 뜻풀이를 차근차근 고쳐야겠습니다. ‘학습’은 “→ 배우다. 익히다”로 다루면 됩니다.



한가하다(閑暇-) :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

겨를 :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 틈

여유(餘裕) : 1.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

한갓지다 : 한가하고 조용하다



  한자말 ‘한가·여유’하고 한국말 ‘겨를·한갓지다’를 살피면 돌림풀이입니다. 뜻풀이를 가다듬을 노릇인데 ‘한가하다’는 “→ 한갓지다”로 다루면 됩니다. ‘여유’는 “→ 겨를”로 다루면 되고요.



지은이 : 글을 쓰거나 문학 작품, 악곡 따위의 작품을 지은 사람 ≒ 작자(作者)

글쓴이 : 글을 쓴 사람

그린이 : x

찍은이 : x

작가(作家) :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작자(作者) : 1. = 지은이 2. = 제작자 3. = 소작인 4. 물건을 살 사람 5.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사전에 ‘지은이’는 있고 ‘글쓴이’도 오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글을 쓰는 사람만 있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어요. 앞으로는 ‘그린이’하고 ‘찍은이’도 올림말로 삼을 노릇입니다. ‘작가’라면 “→ 글쓴이. 지은이”로 다루고, ‘작자’라면 “→ 지은이”로 다룹니다.



산정(山頂) : = 산꼭대기. ‘산꼭대기’로 순화

산꼭대기(山-) : 산의 맨 위 ≒ 산두(山頭)·산머리·산이마·산전(山?)·산정(山頂)·악두·정봉(頂峯)

봉우리 : = 산봉우리

산봉우리(山-) :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 ≒ 봉(峯)·봉수(峯岫)·봉우리·산령(山嶺)·산봉(山峯)

멧꼭대기 : x

멧봉우리 : → 멧부리

멧부리 :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산꼭대기’로 고쳐쓸 ‘산정’이라는데, ‘산꼭대기’를 찾아보면 ‘산두·산전·약두·정봉’ 같은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며 잔뜩 붙여요. 모두 털어낼 일입니다. ‘산봉우리’도 매한가지예요. 안 쓰는 낡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냅니다. 그리고 한국말 ‘메(멧)’를 붙인 ‘멧꼭대기’는 사전에 없을 뿐더러, ‘멧봉우리’를 제대로 풀이하지 않네요. 이 대목을 손질해야겠습니다.



나이테 : 1. [식물] 나무의 줄기나 가지 따위를 가로로 자른 면에 나타나는 둥근 테. 1년마다 하나씩 생기므로 그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 나이바퀴·목리(木理)·연륜(年輪) 2. [수산] 물고기의 나이를 알아볼 수 있는 줄무늬. 물고기의 비늘, 귓돌, 척추뼈에 있다

연륜(年輪) : 1. [식물] = 나이테 2. [수산] = 나이테. ‘나이테’로 순화 3. 여러 해 동안 쌓은 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 숙련의 정도 ≒ 연력(年歷)



  ‘나이테’를 가리킨다는 한자말 ‘연륜’인데, 이 한자말에는 셋째 뜻이 있고, 한국말 ‘나이테’에는 셋째 뜻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나이테’라는 낱말로는 해마다 쌓이는 솜씨를 나타낼 길이 없을까요? ‘연륜’은 “→ 나이테”로 다루면 될 뿐입니다. ‘나이테’를 풀이하며 붙인 ‘목리’ 같은 비슷한말은 사전에서 털어냅니다.



에스코트(escort) : 개인이나 단체가 무사하도록 유도하거나 호위하는 일

호위(護衛) : 따라다니며 곁에서 보호하고 지킴 ≒ 위호(衛護)

보호하다(保護-) : 1.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보다 2. 잘 지켜 원래대로 보존되게 하다

지키다 : 1. 재산, 이익, 안전 따위를 잃거나 침해당하지 아니하도록 보호하거나 감시하여 막다

돌보다 :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 ≒ 돌아보다



  영어 ‘에스코트’가 한국말사전에 오르고 ‘호위’를 뜻한다고 나와요. ‘호위’는 “보호하고 지킴”으로 풀이하는데, ‘보호 = 보살펴 돌보다/지켜 보존’으로 풀이하고, ‘지키다 = 보호’로, ‘돌보다 = 보살피다’로 풀이합니다. 뜻풀이는 이리저리 돌면서 겹말풀이까지이기도 합니다. ‘에스코트·호위’는 “→ 지키다”로 다루면 됩니다. ‘보호’는 “→ 지키다. 돌보다. 보살피다”로 다루면서 뜻풀이를 몽땅 손질할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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