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는 발널이 되도록

[오락가락 국어사전 41] 재주 있는 사람이란



  우리가 슬기롭게 말을 가꾸는 마음이라면, 연기를 하는 사람인 연기자를 두고서 ‘탤런트’ 아닌 ‘솜씨꾼’이나 ‘재주꾼’ 같은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습니다. ‘솜씨님’이나 ‘재주꾼’이라든지 ‘솜씨벗’이나 ‘재주벗’이란 이름을 붙일 수도 있어요. 사전이라고 하는 책은 우리가 쓰는 말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새롭게 빛날 길도 함께 밝혀야지 싶습니다.



악력(握力) : 손아귀로 무엇을 쥐는 힘 ≒ 쥘힘

쥘힘 : = 악력(握力)

아귀힘 : 손아귀에 잡아 쥐는 힘

손힘 : 무엇을 들거나 당기거나 하는 손의 힘



  ‘악력’은 손아귀로 쥐는 힘이라 하고 ‘쥘힘’을 비슷한말로 붙입니다. 그런데 ‘쥘힘’을 풀이해야 옳지 않을까요? 또 ‘아귀힘’이란 낱말이 있는데, 이 낱말은 ‘쥘힘’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사전에서 제대로 못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악력’은 “→ 쥘힘. 아귀힘”으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면적(面積) : [수학] 면이 이차원의 공간을 차지하는 넓이의 크기. ‘넓이’로 순화

넓이 : 일정한 평면에 걸쳐 있는 공간이나 범위의 크기 ≒ 광(廣)



  ‘넓이’로 고쳐쓸 ‘면적’이라면, “→ 넓이”로만 다루면 됩니다. 그리고 ‘넓이’라는 낱말을 수학에서도 쓰는 뜻을 붙여 놓아야겠지요.



초바늘(秒-) : = 초침(秒針)

분바늘 : x

시바늘 : x

긴바늘 : 시계의 분침을 이르는 말

짧은바늘 : 시계의 시침을 이르는 말

초침(秒針) : 시계에서 초를 가리키는 바늘 ≒ 초바늘

분침(分針) : 시계에서 분을 가리키는 긴 바늘 ≒ 각침(角針)·대침(大針)·장침(長針)

시침(時針) : 시계에서, 시를 가리키는 짧은 바늘 ≒ 단침(短針)·소침(小針)



  사전에 ‘초바늘’은 오르는데 ‘분바늘·시바늘’은 없습니다. 아리송합니다. 이러면서 ‘초침·분침·시침’은 모두 사전에 있고, 갖가지 한자말까지 비슷한말로 늘어놓습니다. 사전을 더 살피니 ‘긴바늘·짧은바늘’을 실었어요. 그러나 ‘분침·시침’ 풀이에서는 ‘긴바늘·짧은바늘’이란 낱말이 있는가를 아예 안 다룹니다. ‘초침·분침·시침’은 “→ 초바늘·긴바늘·짧은바늘”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각침이니 단침이니 하는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내 줍니다.



줄 : 7. 사회생활에서의 관계나 인연

연(緣) : 1. = 연분 2. = 연분 3. = 연분 4. [불교] 원인을 도와 결과를 낳게 하는 작용. 벼에 대하여 씨는 ‘인’이고, 물·흙·온도 따위는 ‘연’이 된다

연분(緣分) : 1.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 인연 2. 하늘이 베푼 인연 3. 부부가 되는 인연

인연(因緣) :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3. 내력 또는 이유 4.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



  서로 이어지는 모습을 가리켜 ‘줄’이란 낱말로 나타내곤 합니다. 한자말로 치자면 ‘연·연분·인연’이겠지요. 그래서 ‘연줄’이라 하면 겹말입니다. ‘인연’ 풀이에 ‘연줄’ 같은 낱말이 나오는데, ‘줄’이란 한국말을 제대로 못 짚은 탓입니다. 사전 뜻풀이를 가다듬을 노릇이면서 ‘줄’ 뜻풀이를 조금 더 깊고 찬찬히 풀어낼 노릇입니다.



대낮 : 환히 밝은 낮 ≒ 백일(白日)·백주(白晝)·적일백천

백주(白晝) : = 대낮



  ‘대낮’이란 낱말에 비슷한말이라며 세 가지 한자말을 달아 놓지만, 이 세 가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내어도 됩니다. ‘대낮’ 한 마디이면 됩니다. 이러면서 ‘한낮’하고 ‘대낮’이 어떻게 다른가를 짚는 풀이를 붙이면 좋겠습니다.



잿빛 : = 회색빛

재색(-色) : = 회색

회색(灰色) : 1. 재의 빛깔과 같이 흰빛을 띤 검정 ≒ 양회색(洋灰色)·재색 2. 정치적·사상적 경향이 뚜렷하지 아니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회색빛(灰色-) : 재의 빛깔과 같이 흰빛을 띤 검은빛 ≒ 잿빛



  사전은 ‘잿빛 = 회색빛’으로 풀이하지만, 이는 겹말입니다. 말이 안 되지요. 그러나 사전에는 ‘회색빛’이 버젓이 올림말로 나옵니다. 겹말이 겹말인 줄 모르니 이런 일이 불거집니다. ‘회색’은 “→ 잿빛”으로 다루면 됩니다. ‘잿빛’을 제대로 풀이할 노릇이고, ‘재색·회색빛’은 사전에서 털어낼 만합니다.



호통 : 몹시 화가 나서 크게 소리 지르거나 꾸짖음. 또는 그 소리

호통치다 : 크게 꾸짖거나 주의를 주다

호통하다 : 몹시 화가 나서 크게 소리 지르거나 꾸짖다



  ‘-치다’를 붙일 적에는 소리를 크게 내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소리치다’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호통’은 크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나타내니 ‘호통하다’라고 써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사전풀이를 보면 ‘호통치다·호통하다’가 거꾸로 되었습니다. 곰곰이 따지면 ‘호통치다’는 겹말입니다. 다만 이 낱말 ‘호통치다’를 꼭 써야겠다면 ‘호통하다’를 더 세게 나타내는 뜻으로 다룰 노릇입니다.



드로잉(drawing) : 1. = 제도(製圖) 2. [미술] 주로 선에 의하여 어떤 이미지를 그려 내는 기술. 또는 그런 작품. 색채보다는 선(線)적인 수단을 통하여 대상의 형태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소묘’로 순화

제도(製圖) : 기계, 건축물, 공작물 따위의 도면이나 도안을 그림 ≒ 드로잉

소묘(素描) : [미술] 연필, 목탄, 철필 따위로 사물의 형태와 명암을 위주로 그림을 그림. 또는 그 그림 ≒ 민그림

민그림 : = 소묘(素描)



  영어로 ‘드로잉’은 ‘그리기’를 나타낼 뿐이고, 한자말 ‘소묘’도 이 얼거리입니다. 그런데 ‘드로잉’에다가 ‘제도·소묘’가 어지럽게 섞입니다. 영어나 한자말을 전문말로 삼는 버릇 때문입니다. ‘민그림’이란 낱말을 알맞게 쓸 노릇이면서 ‘밑그림’ 같은 낱말을 나란히 쓸 만합니다. ‘드로잉·소묘’는 “→ 민그림. 밑그림. 연필그림”으로, ‘제도’는 “→ 밑그림. 바탕그림”으로 다룰 만합니다.



페달(pedal) : 1. 발로 밟거나 눌러서 기계류를 작동시키는 부품. 자전거의 발걸이나 재봉틀의 발판 따위를 이른다 2. 악기의 발로 밟는 장치. 그것을 밟음으로써, 피아노의 경우에는 음을 연장하거나 약음(弱音)으로 하고, 하프에서는 음의 높이를 변화시키며, 파이프 오르간의 경우는 음향 상태를 변화시키는 기능을 가진다 3. 풍금이나 쳄발로 따위의 발로 밟는 건반. ‘디딜판’으로 순화

디딜판(-板) : = 디딤판

디딤판(-板) : 발로 디디게 되어 있는 판 ≒ 디딜널·디딜판·디딤널

디딜널 : = 디딤판

디딤널 : = 디딤판

발널 : x

발판(-板) : 1. 어떤 곳을 오르내리거나 건너다닐 때 발을 디디기 위하여 설치해 놓은 장치 2. 키를 돋우기 위해 발밑에 받쳐 놓고 그 위에 올라서는 물건 3. 다른 곳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이용하는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악기나 기계 따위에서 발을 얹고 밟아서 그것을 작동하게 하거나 작동을 도울 수 있게 되어 있는 부분 5. [건설] = 비계발판 6. [운동] 체조·육상·수영·다이빙 따위의 경기에서, 뛰는 힘을 돕기 위하여 쓰는 도구



  자전거나 재봉틀에는 발로 디디는 널이 있습니다. 이를 영어로 ‘페달’이라 합니다. 한국말로는 ‘발널’이나 ‘발판’이라 하면 되겠지요. 또는 ‘디딤널·디딜널’이라 할 만하고요. ‘페달’은 “→ 발널. 디딤널. 디딜널. 발판. 디딤판. 디딜판”으로 다루면 됩니다.



탤런트(talent) :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

talent : 1. 재주, (타고난) 재능, 장기 2. 재능[재주] 있는 사람[사람들]

재능(才能) :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재주 : 1. 무엇을 잘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과 슬기 2. 어떤 일에 대처하는 방도나 꾀



  영어 ‘talent’는 ‘재주’나 ‘솜씨’를 가리킬 텐데, 한국에서는 ‘연기자’를 가리키는 자리에 씁니다. 연기를 하니 ‘연기자’라 하면 될 텐데, 더 헤아려 보면, 재주가 있는 사람을 따로 연기자라 하는 얼거리대로 ‘재주꾼’이나 ‘솜씨꾼’ 같은 낱말로 ‘탤런트’를 손질하도록 사전이 짚어 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쓰는 말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사전이 찬찬히 짚는다면 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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