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부정선거

1999년 겨울,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 배움터 총학생회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알아내고는 ‘선거 무효’로 마무리지었다는 얘기를 〈외대학보〉로 읽는다. 부정선거로 뽑힌 쪽에서는 선거율이 50%가 넘지 않는 바람에 선거율을 높이려고, 이미 투표를 한 학과 동무한테 더 투표를 해 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대학교 총학생회 부정선거를 일으킨 선거운동원은 99학번이라고 한다. 올해에 새로 들어온 대학생이다. 이이는 아직 대통령 선거권이나 국회의원 선거권이 없을 테지. 태어나서 처음 맞이했을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한 셈이네. 그렇다고 이 젊은이는 경찰서에 끌려가거나 옥살이를 하지는 않을 듯하다. 조용히 묻히듯 지나가리라 본다. 그 젊은이는 1999년 겨울에 충학생회장 선거에서 잘못을 저질렀다지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자리였다면? 시장이나 군수를 뽑는 자리였으면? 대학생이 되기까지 고등학교를 다니며 민주나 선거 이야기를 배운 적이 없을까?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선 이는 선거운동원한테 아무것도 못 가르치거나 못 보여주었을까? 선거율이 50%가 넘지 않으면 어떡해야 할까? 아무나 붙잡고 선거를 하라고 잡아당겨야 할까? 총학생회장이 누가 되든 달라질 일이 없거나, 대학이란 배움터를 새롭게 가꿀 빛줄기가 보이지 않는다면, 선거율은 앞으로 더 떨어지지 않을까? 총학생회장은 무슨 일을 할 사람일까? 지난 1998년 한 해 동안 외대에서는 검은짓을 일삼던 총장이나 이사들을 쫓아내려고 그렇게 힘겹게 싸웠다. 대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삼는 이들을 몰아내려고 쏟은 땀방울이란 고작 총학생회 부정선거일까. 어쩌면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선 이도, 선거운동원도, 그 자리(우두머리)를 사유물로 여긴 마음이 아니었을까. 사유물 아닌 심부름자리로 여겼다면 확 달랐겠지. 1999.12.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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