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

냇물은 흐르는 물. 흐르는 물은 산 물, 살아숨쉬는 물. 먹는샘물이라는 생수는 이름만 ‘샘물’일 뿐 안 흐르는 물이자 페트병, 곧 플라스틱덩이에 갇힌 물. 수돗물도 댐에 갇히다가 시멘트덩이를 흐르며 시달리는 물, 이리하여 죽은 물. 페트병 생수나 수돗물을 마셔야 한다면 죽은 물을 몸에 집어넣는 셈. 죽은 물로 밥을 짓는다면 죽음덩이를 몸에 욱여넣는 셈. 살아숨쉬는 물이자 흐르는 물인 냇물이나 샘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살아숨쉬거나 흐르는 물을 가까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살아숨쉬는 넋이 아닌, 갇히거나 억눌리거나 고달픈 채 허덕이는 셈. 물이 물답게 흘러서 밥을 밥답게 누리는 삶이 아니라면, 삶이 삶답다 할 수 있을까? 냇물을 죄다 망가뜨리는 나라지기만 있다고 한다면 그런 나라지기가 있는 곳을 삶터로 삼을 수 있을까? 1998.5.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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