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게 살피며 알맞게 밝힐 말

[오락가락 국어사전 37] ‘찬-’은 사전에 없으니



  한국말사전을 찬찬히 살피면 한국말을 매우 따돌립니다. 때로는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한국말사전이기에 굳이 한국말을 높여야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한국사람이 말로 생각을 슬기롭게 담아내도록 이끄는 구실을 제대로 해야겠지요. 한국말사전에 빠진 한국말을 살뜰히 품으면서, 한국말 아닌 한문이나 바깥말은 좀 털어내야겠어요.  



짓 : 몸을 놀려 움직이는 동작. 주로 좋지 않은 행위나 행동을 이른다

몸짓 : 몸을 놀리는 모양

몸놀림 : 몸의 움직임

동작(動作) : 1. 몸이나 손발 따위를 움직임. 또는 그런 모양 2. 무술이나 춤 따위에서, 특정한 형식을 갖는 몸이나 손발의 움직임 3. [북한어] ‘작동(作動)’의 북한어

몸동작(-動作) : 몸을 움직이는 동작



  ‘짓’ 풀이를 보면 겹말풀이입니다. “몸을 놀려 움직이는 동작”이라 하는데 ‘놀려’하고 ‘움직이는’도 겹말이요, ‘동작’이란 한자말을 넣은 대목도 겹말이에요. 더구나 ‘짓’은 안 좋게 움직이는 모습만 나타내지 않는데, 이런 뜻풀이도 얄궂어요. ‘몸동작’ 같은 겹말은 사전에서 털고, ‘동작’은 “→ 짓. 몸짓. 몸놀림”으로 다루면서 뜻풀이를 찬찬히 가다듬어야겠어요.



증언(證言) : 1. 어떤 사실을 증명함. 또는 그런 말 2. [법률] 증인으로서 사실을 진술함. 또는 그런 진술

증명(證明) : 1.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힘 2. = 증명서 3. [논리] 어떤 명제나 판단 또는 진위를 정하는 근거를 표시함. 또는 그런 일. 어떤 명제나 판단의 참과 거짓을 근본 원리나 공리로부터 바른 추론에 의하여 밝혀낸다

증거(證據) : 1. 어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 ≒ 증(證)·징거 2. [법률] 법원이 재판의 기초가 될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재료. 인적 증거, 물적 증거, 상황 증거가 있다

밝히다 : 6. 진리, 가치, 옳고 그름 따위를 판단하여 드러내 알리다 7. 드러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 내용, 생각 따위를 드러내 알리



  사전을 보면 ‘증언’은 ‘증명’으로, ‘증명’은 ‘증거’로, ‘증거’는 다시 ‘증명’으로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예요. 그런데 ‘증명’ 뜻풀이를 보면 ‘밝히다’라는 낱말이 보입니다. 무엇을 드러내거나 알린다고 한다면, ‘증언·증명·증거’모두 ‘밝히다’로 이어질 만합니다. ‘증언 : 밝히는 말’로, ‘증명 : 밝히다’로, ‘증거 : 밝히며 드는 것’쯤으로 단출히 다룰 만하겠지요.



서독질의 : x

서독(書牘) : = 편지(便紙)

질의(質疑) : 1. 의심나거나 모르는 점을 물음

편지(便紙/片紙) :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 간독·간찰(簡札)·서간(書簡)·서독(書牘)·서소(書疏)·서신(書信)·서장(書狀)·서찰(書札)·서척(書尺)·서한(書翰)·서함(書函)·성문(聲問)·신(信)·신서(信書)·이소(鯉素)·찰한(札翰)·척한·편저(片楮)



  사전에 ‘서독질의’란 없습니다. ‘서독’은 ‘편지’를 가리키는 온갖 한자말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가만히 헤아리면 이런 한자말은 쓸 일이 없지 싶습니다. ‘글·글월·글발’을 알맞게 쓸 노릇이지 싶어요. “글월로 묻는다”라 하면 되겠지요. ‘편지’는 “→ 글월. 글. 글발”로 다루면서 갖은 한자말은 다 털어냅니다.



거실(居室) : 1. 거처하는 방 ≒ 거처방 2. 가족이 일상 모여서 생활하는 공간

마루 : 집채 안에 바닥과 사이를 띄우고 깐 널빤지. 또는 그 널빤지를 깔아 놓은 곳 ≒ 말루(抹樓)·청사(廳事)



  집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지낼 만한 자리는 ‘마루’입니다만, 사전은 이 뜻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합니다. 뜻풀이를 가다듬으면서 ‘거실’은 “→ 마루”로 다룰 노릇입니다.



냉(冷)- : ‘차가운’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찬- : x

차가운- : x

냉면(冷麵) : 1. 차게 해서 먹는 국수. 흔히 메밀국수를 냉국이나 김칫국 따위에 말거나 고추장 양념에 비벼서 먹는데, 예전부터 평양의 물냉면과 함흥의 비빔냉면이 유명하다 2. [방언] ‘당면’의 방언(평안)

찬국수 : [북한어] ‘냉면’의 북한어

냉수(冷水) : = 찬물

찬물 : 차가운 물 ≒ 냉수



  ‘차가운’을 가리킨다는 ‘냉(冷)’은 사전에 있으나 ‘찬-·차가운-’은 사전에 없어요. 얄궂습니다. 국수가 차면 ‘찬국수’요, 물이 차면 ‘찬물’입니다. ‘찬-’을 올림말로 삼아야겠습니다.



결코(決-) :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절대로(絶對-) :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결코’는 ‘절대로’라 하고, ‘절대로’는 ‘반드시’라 하는 사전입니다. 돌림풀이인데, ‘결코·절대로’는 “→ 반드시. 도무지. 조금도”로 다룰 만합니다.



예리하다(銳利-) : 1. 끝이 뾰족하거나 날이 선 상태에 있다 2. 관찰이나 판단이 정확하고 날카롭다 3. 눈매나 시선 따위가 쏘아보는 듯 매섭다 4. 소리가 신경을 거스를 만큼 높고 가늘다 5. 기술이나 재주가 정확하고 치밀하다

날카롭다 : 1. 끝이 뾰족하거나 날이 서 있다 2. 생각하는 힘이 빠르고 정확하다 3. 모양이나 형세가 매섭다 4. 소리나 냄새 따위가 감각에 거슬릴 만큼 강하다 5. 자극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하다 6. 선이 가늘고 힘 있다



  한자말 ‘예리하다’를 살피면 뜻이 ‘날카롭다’하고 맞물립니다. 처음에는 ‘날카롭다’라고만 말했을 자리에 ‘예리’라고 하는 한자말이 치고 들어온 모습입니다. ‘예리하다’는 “→ 날카롭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날카롭다’ 첫 뜻풀이를 보면 ‘뾰족하다’라는 낱말을 쓰는데, 자칫 또 돌림풀이가 됩니다. ‘날카롭다’하고 ‘뾰족하다’가 서로 어떻게 다른 낱말인가를 제대로 짚어야겠습니다.



목례(目禮) : = 눈인사. ‘눈인사’로 순화

눈인사(-人事) : 눈짓으로 가볍게 하는 인사 ≒ 목례

인사 2(人事) :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3.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절 : 남에게 공경하는 뜻으로 몸을 굽혀 하는 인사. 공경하는 정도나 상황 및 대상에 따라 하는 방법이 다르다

눈절 : x



  눈으로 인사를 한다면 ‘눈인사’일 테지요. 그런데 ‘인사’란 한국말로는 ‘절’이에요. 눈으로 인사를 한다는 뜻이라면 ‘눈절’ 같은 낱말을 새롭게 쓸 만합니다. ‘목례’는 “→ 눈절. 눈인사”로 다룰 만합니다. 그리고 ‘절’을 풀이하면서 ‘인사’라는 낱말이 깃드는데, 이 뜻풀이는 알맞게 가다듬어야겠습니다.



글씨 : 1. 쓴 글자의 모양 2. = 글자 3. 글자를 쓰는 법. 또는 그런 일

글자(-字) : 말을 적는 일정한 체계의 부호 ≒ 글·글씨·자(字)

자(字) : 1. = 글자 2. 글자를 세는 단위 3. ‘날짜’를 나타내는 말

글 : 1. 생각이나 일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기록 2. 학문이나 학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 글자

글낱 : x

낱글 : x



  ‘글자 = 글씨’입니다. 사전은 ‘글자’를 “→ 글씨”로 다루면 되어요. ‘자(字)’는 “→ 글씨. 날”로 다루면 됩니다. 낱으로 있는 글을 가리킬 적에는 ‘글낱·낱글’이란 낱말을 새로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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