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30. 졸리다



  낮꿈을 거른 아이는 하품을 길게 합니다. 낮밥을 먹고서 좀 놀거나 스스로 배움살림을 한 뒤에 삼십 분 즈음 몸을 곧게 펴고 누우면 어느새 새롭게 뛰놀 기운이 날 텐데, 으레 낮꿈을 건너뛰려 해요. 꼭 제 아버지를 닮았구나 싶은데, 저는 이제 낮꿈을 기쁘게 누리려 합니다. 예전, 그러니까 서른 살 무렵까지는 낮꿈은 멀리하려 했어요. 하루에 1분조차 스스로 쉴 겨를을 내주지 않으며 몰아붙였습니다. 1분 쉴 겨를이 있으면 이동안 책 한 권 읽을 수도 있다고 여겼고, 1분이면 글을 한두 꼭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1분조차 쉬지 않으면서 몸을 몰아붙이면 이 몸이 나를 반길까요? 1분 아닌 10분을 느긋이 바람을 쐬거나 해바라기를 하도록 마음을 쓸 수 있다면, 또 30분이나 1시간을 차분히 눈을 감고서 새 기운이 돌도록 낮꿈을 꾸도록 헤아릴 수 있다면, 우리 몸은 늘 기쁘게 깨어나지 않을까요? 하품에 다시 하품에 또 하품을 하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면서 빙긋 웃습니다. 그렇다고 작은아이더러 “졸립지?” 하고 묻지 않습니다. 아이가 졸음을 생각하기보다 오늘 하루 이토록 버티며 더 놀고 싶어한다면, 스스로 더 놀게 하되, 저녁을 맛나게 차려서 가만히 먹이자고 생각합니다. 저녁을 먹는 아이는 수저를 들다가 폭 곯아떨어질 수 있습니다. 저녁을 다 먹고 밥그릇 설거지랑 이닦이를 마치고 스스로 잠옷으로 갈아입고서 곱게 이부자리에 누울 수 있어요. 몸에 깃드는 마음 이야기를, 마음이 입은 몸이라는 옷을, 새삼스레 돌아보며 나란히 밤을 맞이합니다. ㅅㄴㄹ



졸리다


졸린 까닭은

오직 하나

오늘 활짝 피어난 몸한테

꿈을 틈 달라는 뜻


힘든 탓은

오로지 한 가지

어제오늘 펄펄 난 몸한테

숨돌릴 새 주라는 소리


배고프다면

늘 이 때문

이제 모두 잊고서

새로 일어나도록 먹잔다


한숨 푹 자자

팔다리 뻗고 쉬자

달각달각 밥짓자

그러고서 또 놀자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