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23.


《란과 잿빛의 세계 6》

 이리에 아키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8.11.30.



카레를 끓이려고 아이들한테 아침 일찍 이야기했으나 두 아이 모두 귓등으로 들은 듯하다. 뭐 그러려니 여기며 혼자 부산스레 이모저모 손질하다가 아이들을 새삼스레 불러 본다. 아이들은 노느라 깜빡 잊었단다. 그래, 그렇구나! 하긴, 너희한테는 놀이가 가장 맛난 밥이니까! 카레를 맛나게 끓이려면 혼자서는 살짝 벅차다. 왜냐하면 한켠에서는 신나게 도마질을 하고, 다른 한켠에서는 신나게 휘저어야 하는데다가, 또 한켠에서는 설거지감을 바로바로 설거지해서 살강에 얹어야 하니까. 《란과 잿빛의 세계》 여섯걸음을 읽다가 뭔가 아리송하다. 아, 그렇구나. 다섯걸음을 안 읽고서 여섯걸음을 먼저 읽었네! 이런! 줄거리가 엉켰다 싶더니! 만화책이며 다른 책이며 한꺼번에 온갖 책을 겹쳐서 읽으니 사이에 하나를 건너뛴 줄 잊기 일쑤이다. 그래도 여섯걸음 이야기에서 눈물겨우면서 따스한 줄거리가 흘러서 이 줄거리를 먼저 맛보아도 좋은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린이는 이런 이야기를 이런 줄거리로 짜서 이런 그림결로 이런 재미를 베풀어 주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는 무럭무럭 힘을 키우고 사랑을 키우며 온누리를 보듬다가 새근새근 잠든다. 그 잠에서 깨어나면 한 뼘 더 자라겠지. 카레를 한솥 가득 끓였는데 저녁에 동이 났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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