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20.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

 에릭 바튀 글·그림/박나리 옮김, 책속물고기, 2016.6.15.



작은아이하고 순천마실을 하며 장만한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을 작은아이가 매우 재미나게 들여다본다. 돌고 도는 살림이, 또 세균이며 지렁이라고 하는 살림이, 여러모로 찬찬하면서 쉽게 나오는 그림책이라고 느낀다. 다만 나쁘거나 좋다면서 세균을 가를 까닭은 없지 싶다. 이 지구라는 별을 이루는 숱한 숨결이 어떻게 얽히는가를 가만히 읽는 벗님으로 삼으면 좋겠다. 아이들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속삭인다.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은 우리 몸도 되지만 우리 몸에서 빠져나와 우리 터전이 된단다, 우리가 마시는 모든 바람은 우리 몸을 이루다가 우리 몸에서 빠져나와 우리 하늘이 된단다, 우리가 보는 모든 별은 우리한테 스며들었다가 우리 몸에서 빠져나와 온누리가 된단다 …… 포근한 날씨에 두 아이가 낮 내내 텃밭놀이를 즐긴다. 두 아이는 저마다 “내 텃밭이야” 하면서 호미질을 한다. 톡 톡 톡 땅을 쪼는 소리가 집 안팎을 울린다. 땅밑에서 지렁이는 겨울잠을 자려나. 곧 새봄이 되면 우리 뒤꼍이며 마당이며 얼마나 많은 지렁이가 꼼틀꼼틀 노래하면서 까무잡잡 싱그러운 흙으로 바꾸어 줄까. 사람이 먹은 밥을 지렁이가 먹고, 지렁이가 먹은 밥을 사람이 먹고, 우리는 다 같이 이 땅에 살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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