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소리를 들어라
다카세 쓰요시 지음, 백원근 옮김, 하바 요시타카 북큐레이터 / 책의학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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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3


《책의 소리를 들어라》

 다카세 쓰요시

 백원근 옮김

 책의학교

 2017.6.15.



예전의 서점은 그렇게 눈이 돌아갈 정도의 속도로 책을 판매하지는 않았다. 잘 팔리지 않는 책도 계속 서점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팔리지는 않지만 좋은 책이니까 우리 서점에서는 이 책을 판다”는 생각으로 서점 주인이 진열 방법을 바꾸면서도 묵묵히 책을 지켜주는 서점이 지금보다는 많았다. (9쪽)


“비용 대비 효과는 긴 안목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제대로 전달됨으로써 가게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가게의 콘셉트를 고객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봅니다.” (38쪽)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저명한 작가의 책이라면 한번에 모아서 구입해도 되지만, 그렇게 간단히 구하기 어려운 희소본이나 오래된 책은 고서점을 한 집씩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발견할 수 있다. (173쪽)


매년 몇 백 권 읽는다는 식의 숫자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 권의 책에 얼마나 빠져들며 읽는가를 중시한다. 그렇게 해야 기억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178쪽)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만 듣고, 누구는 사람말보다는 풀말이나 바람말이나 벌레말이나 새말을 듣습니다. 누구는 곁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누구는 먼발치에서 소곤거리는 말을 듣습니다.


  두 손에 책을 쥐어 읽을 적에 글씨만 읽는 사람이 있고, 이 글을 쓴 사람이 마치 곁에서 몸소 읊어 준다고 느끼면서 읽는 사람이 있어요. 때로는 퍽 다르다 싶은 소리도 듣거나 느껴요. 이를테면, 책이 되어 준 나무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책이 되어 준 나무가 자라던 숲에서 흐르던 소리를 느껴요.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 쓰요시/백원근 옮김, 책의학교, 2017)는 어떤 책소리를 듣자고 하는 이야기를 다룰까요? 얼핏 퍽 너른 책소리를 다루려나 싶은 이름인데, 책을 펴서 읽어 보면 ‘책칸 꾸미기’를 남다르게 하는 한 사람 목소리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그러나 한 사람 목소리를 다룬다고 해서 좁은 목소리이지 않아요. 병원이나 머리방 한켠에 어울리는 책칸을 꾸미는 이야기를 담고, 다 다른 삶자리에 다 다른 책칸을 꾸며 보면서 저마다 다르게 책을 거쳐 배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추천도서란 이름이 붙는 책이 많습니다. 추천도서를 뽑는 모임이나 비평가나 교사가 꽤 많습니다. 어느 출판사는 추천도서란 이름을 얻으려고 따로 영업부 일꾼을 여럿 쓰고, 어느 출판사는 이런 이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씩씩하게 책짓기를 합니다.


  책을 두 손에 쥐어서 읽는 우리는 어떤 책을 만나려는 마음일까요? 우리는 어디에 눈을 뻗을까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몇몇 전문가하고 기자가 뽑은 책만 쳐다볼 수도 있고, 이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책만 헤아릴 수도 있습니다. 어느 책을 두 손에 쥐든 좋습니다. 글쓴이 넋을 찬찬히 느끼면서 받아들이면 되어요. 책이 되어 준 나무랑 숲을 마음으로 느끼면 되어요. 그리고 조용히 태어나서 살며시 바람처럼 우리 곁을 어루만지는 상냥한 책이 나긋나긋 읊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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