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 창비시선 66
고은 지음 / 창비 / 1988년 3월
평점 :
품절


노래책시렁 50


《네 눈동자》

 고은

 창작과비평사

 1988.3.20.



  예전에 어떤 길을 걸었든 오늘 새롭게 길을 걷는다면, 지난 자취를 떨쳐낸 즐거우면서 고운 발걸음이 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누가 옛자취를 캐묻거나 따지면서 손가락질을 한다면 넙죽 절을 하면서 새삼스레 잘못을 빌고 더욱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겠지요. 《네 눈동자》라는 시집은 1988년에 나왔다 하고, 이 시집에 적힌 고은 시인 딸아이 고차령은 세 살이라 합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 딸아이 이야기가 꽤 자주 나오는데 퍽 구성집니다. 고은 시인은 이녁 딸아이를 마주하면서 틀림없이 모든 앙금이 스르르 풀리면서 아름다운 빛을 보았다고 느껴요. 그런데 으레 이때뿐, 집 바깥으로 나돌면서 두 손에 술잔을 쥐었다 하면 말썽을 일으켰구나 싶어요. 왜 술잔을 즐겁게 못 들고 말썽쟁이 손길로 들었을까요? 딸아이 보기에 아름다운 술잔이 되기는 어려운 노릇일까요? 앞하고 뒤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길이 시를 쓰는 사람 참모습일까요? 두 손에서 술잔을 떼어놓고서, 앙금이란 앙금은 씻으려는 마음이 되고서, 모든 부끄러운 걸음걸이를 뉘우치며 새로 태어나겠다는 몸짓이 될 때에 비로소 시 한 줄을 쓰는 이름을 얻으리라 봅니다. 하늘을 보고도, 딸아이를 보고도, 스스로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그이는 뭘까요? ㅅㄴㄹ



여기 지는 잎새 하나 받을 만한 손바닥 없이 / 그저 맨바닥으로 / 이 땅의 자손 자라났다 / 수많은 술집 빈 적 없나니 (낙엽/17쪽)


세살짜리 차령이 / 아침마다 노래하누나 / 네가 먼저 일어나 / 노래하누나 / 뭐라고 / 뭐라고 노래하누나 / 잠든 아빠 들으라고 / 엄마 엄마 들으라고 / 잘도 노래하누나 / 그제서야 새 한 마리 두 마리 노래하누나 (노래/1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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