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다 읽어요?



나는 다 이야기해 준다. 내가 살아온 대로 낱낱이 밝혀 준다. “글을 어쩜 그렇게 쓸 수 있어요?” 하고 묻는 분한테는 “오늘처럼 글을 쓰려고 온삶을 바쳤으니까요.” 하고. “이렇게 글을 쓰려고 책을 얼마나 읽었어요?” 하고 묻는 분한테는 “사서 읽은 책은 10만 권쯤 되고요, 돈이 모자라 사지는 못하고 책집이나 도서관에서 책꽂이 앞에 서서 읽은 책까지 치면 100만 권쯤 되지 싶습니다.” 하고. “어떻게 그렇게 많이 사서 읽어요?” 하고 물으면 “배우고 싶거든요. 제가 어릴 적부터 둘레에 있던 어른들은 저한테 ‘아무것도 가르쳐 줄 수 없는 몸짓’을 가르쳐 주었어요. 그런데 책을 손에 쥐면, 벌써 죽은 사람이든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사람이든, 그분이 남긴 땀방울을 종이꾸러미를 펼치면서 배울 수 있어서, 책을 신나게 팠어요.” 하고. “100만 권은커녕 10만 권은커녕 1만 권도 읽기 힘들겠어요.” 하고 묻는 분한테는 “만 권 아니라 천 권조차 손수 사서 읽지 못하시겠으면 책읽기나 글쓰기는 그냥 끊으세요. 그만큼도 못하겠다면,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쯤 즐겁게 땀을 바칠 마음이 없으면, 아예 처음부터 그만두세요.” 하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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