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서점 - 책방지기가 안내하는
하나다 나나코 외 기획.편집,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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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51


《꿈의 서점》

 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

 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7.27.



누군가 생을 마감한 후에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은 장서라는 형태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14쪽)


“섬에는 책방이 없었어. 책방 정도는 있는 게 좋잖우. 이런 작은 섬에서 누가 책을 사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또 예상과 달리 모두 산단 말이지.” (53쪽)


“책을 세세한 장르 구분 없이 연상 게임처럼 늘어놓고 있는 탓인지, 이곳을 찾는 분들은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훑어보시지요.” (111쪽)


“저희 서점은 굉장히 작아서 책을 한 권 한 권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113쪽)


“나무라는 게 차분히 관찰하면 저마다 표정이 모두 다릅니다. 이 나무는 과연 어떤 책으로 다시 태어날까 하고 상상하며 이름표를 붙이는 것도 이곳에서 하는 일입니다.” (242쪽)



  커다란 가게 한켠에 책을 놓는 자리가 더러 있습니다. 고속도로 쉼터에도 한켠에 책을 놓곤 하며, 버스나루나 기차나루 가게 한켠에 책을 놓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곳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놓지 싶은데, ‘가볍게 읽다’는 무엇일까요? 슥 읽고서 종이쓰레기로 버릴 만한 책일까요?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삼는 책일까요?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라면, 어쩌면 여느 때에 안 찾을 만한 책일 수 있고,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읽는 책이라면, 우리 삶에 이바지를 안 할 만한 책일 수 있습니다. 나쁜 책도 좋은 책도 따로 없을 테지만, 책을 한켠에 애써 놓으면서 막상 마음이나 눈을 번쩍 뜨도록 이끄는 새로운 이야기에는 제대로 눈길을 못 두지 싶습니다.


  《꿈의 서점》(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은 책을 으레 곁에 두면서 삶을 짓는 일본이라는 나라이기에 태어날 수 있는 책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일본이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수 있다기보다,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만하지 싶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사람들이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길로 못 나아가지 싶습니다. 이런 길을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못 배우기도 하고, 신문이나 방송이나 누리그물에서 안 다루기도 합니다.


  둘레를 보셔요. 신문을 채운 이야기는 뭔가요? 방송에 누가 나오나요? 누리그물은 뭘로 가득한가요? ‘가볍게 읽는다’고 할 적에는 ‘빈틈 때우기’가 아니라 ‘빈틈을 내어 마음을 가볍게 하기’여야지 싶습니다. 책집 하나 없던 섬에 책집을 열어 ‘아주 무거운 책’을 제법 신나게 팔 수 있다고 하듯이, 한국에서도 이제부터 ‘가볍고 무겁고’를 떠나서, 함께 읽을 만하고 함께 새길을 여는 삶에 이바지할 책을 제대로 가리고 똑똑히 고르는 눈을 키워 가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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