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20.


《주먹대장 2》

 김원빈 글·그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3.2.25.



어릴 적에 즐기던 만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들여다보면 밋밋하거나 싱겁구나 싶기도 하지만, 오래오래 흘러도 멋이나 맛이 그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3년에 새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주먹대장》을 찬찬히 들추는데, 어릴 적에는 이렇게 싸움박질 그림이 자주 나오는 줄 못 느꼈다. 그러고 보면 《우주소년 아톰》도 툭하면 싸우거나 다투는 그림이 줄줄이 흐른다. 이른바 ‘소년만화’에서는 사이좋게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상냥하거나 부드럽게 줄거리를 엮는 일이 매우 드물다. ‘사내’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씩씩하게 자라는가? 어쩌면 ‘사내·소년’은 뒹굴고 다투는 흐름에 어릴 적부터 길드는 셈이 아닐까? 줄거리나 흐름은 투박하다고 할 만하지만, 그림결은 훌륭하다. 붓멋이랄까, 붓맛이 힘차다. 요즈음 이처럼 힘찬 붓질로 만화를 그릴 줄 아는 분은 얼마나 될까. 사람도, 땅도, 나무도, 풀하고 돌도, 물살하고 구름도 모두 싱그러이 흐르는 그림결이 훌륭하다. 어릴 적부터 이 모두를 찬찬히 지켜보거나 누리면서 자라다가 만화님이라는 길을 가기에 그림결이 남다를 만하지 싶다. 요즈음은 꽃을 그리는 분은 많아도, ‘꽃이 자라는 숲’이나 ‘꽃이 핀 나무 곁에 풀벌레가 날아다니는 아침’을 살뜰히 그리는 분은 드물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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