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18.


《길귀신의 노래》

 곽재구 글, 열림원, 2013.11.25.



우리가 두 다리로 다닐 수 있는 곳이 길이라면, 우리는 모두 길에서 산다고 할 만하다. 부엌하고 마루 사이도 길이고, 마루랑 마당 사이도 길이다. 우리 마당에서 이웃집 마당 사이도 길일 테고, 버스가 지나다니는 마을 앞 너른 자리도 길일 테지. 저잣거리는 길거리이기도 하다. 숲에 깃든 보금자리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요, 푸나무가 자라는 터도 햇볕이 내리쬐고 별빛이 드리우는 길이라 할 만하다. 가면서 오는 길이요, 살면서 떠나는 길이라면, 이 길을 어느 만큼 느끼느냐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지겠지. 《길귀신의 노래》를 읽는다. 길에서 이웃을 만나고, 길에서 이웃살림을 지켜보다가, 바로 이 길에서 글쓴이 삶하고 살림을 되새기는 이야기가 흐른다. 길을 새로 나서며 길손이 되다가, 길에서 만난 길동무하고 속삭인다. 먼저 길을 걸어 보았기에 길잡이가 되고, 이래저래 길을 누볐기에 길그림을 그려서 나눈다. 길깨비(길도깨비)마냥 길을 훤히 꿰는 눈이라 한다면, 길에서 삶을 짓고 하루를 누리는 사람들 마음도 찬찬히 헤아리면서 따스히 어루만질 수 있을까. 마실을 가지 않더라도 길을 노래한다. 집에 들어앉은 몸으로도 길을 꿈꾼다. 삶길을, 살림길을, 사랑길을, 사람길을 슬기길을 하나하나 담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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