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0.11.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카롤린 필립스 글/김영진 옮김, 시공사, 2011.2.15.



이레 뒤에 인천을 거쳐 서울하고 전주를 돌다가 고흥으로 돌아오는 마실길에 나선다. 네 사람이 함께 움직일 길이라 이모저모 알아보느라 여러 날 힘쓴다. 머물 곳, 타고 갈 기차나 버스, 움직이는 길에 버스나 기차는 몇 시에 타야 하는가, 찾아다닐 곳 길그림, 목요일하고 토요일에 가는 곳에서 들려줄 이야기를 놓고 밑글 쓰기, 며칠 집을 비우기 앞서 보내 줄 마감글 미리 쓰기 …… 이레 뒤까지 날마다 이모저모 살피면서 눈이 빙빙 돌겠지. 그러나 이렇게 마실틀을 짜면서 지난날 우리 어버이가 네 사람이 함께 움직일 적에 얼마나 바쁘고 힘드셨을까를 어림해 본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읽는데 여러모로 벅차다. 책을 읽기 벅차다기보다 책에 흐르는 줄거리가 벅차다. 사랑으로 짝을 맺지 않은 사내는 아이도 사랑으로 낳지 못할 뿐 아니라 사랑으로 돌볼 마음이 없다. 사랑을 못 받고 태어난 아이는, 사랑이 흐르지 않는 집을 보금자리나 잠자리로조차 못 느낀다. 처음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였으나, 아버지가 윽박지르는 몸짓에 억눌려 차마 아무 말을 못하고 오랫동안 시달리는데, 누나가 낳은 아이, 그러니까 조카 앞날을 그리니 너무 끔찍해 드디어 입을 열고 움직이기로 한다. 외쳐야 한다. 일어서야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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