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한가 閑暇


 일이 없어 한가하다 → 일이 없어 한갓지다 / 일이 없어 느긋하다

 한가한 시간을 틈타 고향에 다녀왔다 → 빈틈을 타 고향에 다녀왔다

 한가하게 누워서 → 느긋하게 누워서 / 한갓지게 누워서

 지하철은 한가했다 → 지하철은 널널했다 / 지하철은 넉넉했다

 한가히 앉아서 → 한갓지게 앉아서 / 느긋이 앉아서 / 차분히 앉아서


  ‘한가하다(閑暇-)’는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를 가리킨다는데, ‘겨를’은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 틈”을 가리키고, ‘여유(餘裕)’는 “1.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뜻풀이가 겹말풀이입니다. 뒤죽박죽이지요. 한국말에 ‘한갓지다’가 있으니 ‘한가하다’를 이 낱말로 고쳐쓰면 됩니다. 때로는 ‘느긋하다’나 ‘넉넉하다·널널하다’나 ‘차분하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한자말 ‘한가’를 넷 더 싣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ㅅㄴㄹ



한가(恨-) : 원통한 일에 대하여 하소연이나 항거를 함

한가(汗家) : [한의학] 1. 평소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2. 병의 증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한가(寒家) : 1. = 빈가(貧家) 2. 문벌과 지체가 변변치 못한 집안 3. [북한어] 자기 집이나 자기 집안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

한가(韓家) : = 한의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닌데

→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닌데

→ 이렇게 한갓지게 있을 때가 아닌데

→ 이렇게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닌데

《우세모노 여관 1》(호즈미/서현아 옮김, 애니북스, 2016) 18쪽


한가해서 살짝 진지하게 야구를 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 심심해서 살짝 깊게 야구를 해봐도 좋을 듯했는데

→ 느긋해서 살짝 깊게 야구를 해봐도 좋을 듯했는데

→ 할 일이 없어서 살짝 깊게 야구를 해봐도 좋을 듯했는데

《메이저 세컨드 1》(미츠다 타쿠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 99쪽


한가하게 벼랑길을 달린다

→ 느긋하게 벼랑길을 달린다

→ 천천히 벼랑길을 달린다

《극지의 새》(신대철, 빗방울화석, 2018) 110쪽


그건 나중에 한가할 때

→ 그건 나중에 느긋할 때

→ 그건 나중에 한갓질 때

《주먹밥 통신 3》(니노미야 토모코/장혜영 옮김, 미우, 2018) 15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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