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한 자루 글쓰기



한때 이 나라에 ‘국산품 사랑하기’가 물결쳤다. 우리 손으로 지은 것을 우리가 사랑하면서 쓰자는 뜻인 여러모로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국산품 사랑하기’가 물결이 치도록 부추긴 까닭을 생각해 보자. 우리 손으로 지은 것이 투박하기만 할 뿐 아니라 좀 떨어지거나 모자라면서 값이 비쌌다. 이와 달리 이웃나라에서 지은 것은 매끈할 뿐 아니라 꽤 좋거나 훌륭하면서 값마저 쌌다. 자, 이때에 사람들은 어느 쪽을 쓰고 싶을까? 나라사랑이란 이름으로 이 나라에서 지은 것을 더 써 주는 상냥한 마음을 참으로 오랫동안 보여주었는데, 이 ‘국산품 사랑하기’를 마흔 해 즈음 지켜보면서 한 가지를 느낀다. 좀 떨어지거나 모자라면서 값이 비싼 것을 자꾸 사서 쓰다 보니까 우리 스스로 ‘좀 떨어지거나 모자라면서 싸구려 살림’이 되지 않았을까? 이러면서 기업이나 공장은 제대로 못 지은 물건을 자꾸자꾸 다시 만들어서 퍼뜨리고 돈을 번 셈 아닌가? 한국사람이 손수 지은 볼펜은 아직까지 참 안 좋다. 볼펜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리라. 그런데 볼펜뿐 아니라 연필조차 한국사람이 손수 지은 것은 꽤 떨어지거나 모자라기 일쑤이다. 일본 볼펜이나 연필을 써 보았더니, 또 독일 볼펜이나 연필을 써 보았더니, 아니 이렇게 부드러우면서 야무지고 좋을 수가! 게다가 값마저 착하다. 우리는 어떤 살림길을 걸어야 할까?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이기만 하다면 우리 살림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헤아려야 할까? 우리는 어떤 글을 어떻게 쓰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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