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학교



글쓰기는 가르치지 못한다. 누구나 그냥 쓰면 되는 글일 뿐이니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없다. 말하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는 어버이 곁에서 삶을 지켜보면서 말을 하나하나 익혀서 제 것으로 삼는다. 아이는 어른으로 자라는 길에 마음을 담아내어 생각을 펴는 말을 한다. 생각하는 노래가 말이 되고, 생각하는 꿈이 글이 된다.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곳에서는 으레 여러 가지 글멋이나 글치레나 글손질을 이야기하는데, 멋·치레·손질이란, 글이 있고 나서야 다룰 수 있는 잔솜씨이다. 글이 없이 멋이나 치레나 손질을 할 수 있을까? 없지. 글은 멋부리지 않아도 된다. 아니, 글은 멋부리면 벌써 글하고 멀어진다. 글은 치레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글은 치레하면 어느새 글하고 동떨어진다. 글은 손질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글은 손질하면 이윽고 글하고 등진다. 이야기를 편다. 삶을 즐겁게 지으며 이야기를 편다. 사랑으로 가꾸는 보금자리를 누리면서 삶을 즐겁게 지은 이야기를 편다. 집이 배움터, 곧 학교이다. 숲이 보금자리, 곧 삶터이다. 집을 가꾸는 손길로 글을 쓰고, 숲을 돌보는 마음으로 글을 새롭게 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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