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16. 보여준 다음



우리 집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늘 느끼는데, 아무리 멋진 동영상이나 영화를 보아도 아이들이 곧바로 다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아이도 어른도 마음에 남는 몇 가지만 저마다 ‘마음대로’ 되새긴다. 모든 줄거리를 꿰지 못하기 일쑤이고, 줄거리마다 어떤 뜻이 흐르는가도 낱낱이 읽어낸다고 여길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동영상이나 영화를 보더라도 한걸음만으로는 다 알거나 배우지 못한다. 두걸음 세걸음뿐 아니라 열걸음 온걸음을 떼어야겠지. 자잘한 심부름도 이와 같으리라. 글씨를 익혀 반듯하게 쓴다든지, 숫자를 똑똑히 헤아리면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에 이어 더 깊고 너른 셈길을 익힐 적에도 숱하게 다시 하고 거듭 해야 한다. 한걸음을 보여준다고 해서 다 배울 수 없다면, 두걸음 세걸음일 적에도 늘 한걸음을 보여주듯이 상냥하면서 즐거워야지 싶다. 무엇을 잘 해내거나 똑바로 맞추어야 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을 하는 길에서 어떤 몸짓이랑 눈빛이랑 말결로 마주하느냐를 돌아봐야지 싶다. 보여주기로 끝날 수 없다. 보여주고서 그 일이 곁에서 눈앞에서 벌어질 적에 어떻게 마주하느냐를 살펴야겠지. 애벌읽기로 책을 다 알아낼까? 세벌 네벌 열벌로도 모자라다. 스무벌이나 서른벌로도 모자라다. 그래 온삶으로 해야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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