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수다쟁이


  나무가 수다쟁이라고 여기거나 느끼지 않으면서 살아왔습니다. 나무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줄 알았지만, 나무가 얼마나 조잘조잘 수다를 잘 떠는지는 여태 몰랐습니다. 나무가 들려주는 수다를 마음으로 듣고는, 아하 나무란 이렇구나, 나무는 우리 곁에서 수다를 떨고 싶어서 사람을 몹시 기다리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나무가 저한테 들려준 이야기가 꽤 많습니다. 고작 삼십 분 즈음이었는데, 사람들이 딱딱한 신으로 숲에 마구 들어오느라 뿌리가 밟혀 얼마나 아픈 줄 아느냐고, 제발 사람들이 숲에는 맨발로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거듭 말하더군요. 나무 곁에 서거나 풀밭에서 으레 개미가 몸을 타고 오르기 마련인데, 개미는 가려운 곳을 긁어 주려고 오르내리다가 가끔 콕 문대요. 우리 몸에서 씻어 주어야 할 아픈 곳을 물어 주는데,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지켜보다가 슬며시 털어내면 된답니다. 숲에 이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느껴 보라고 쏴아쏴아 바람을 불러 주기도 했고, “눈을 감고도 또 보아야 하니? 둘쨋눈(제2의 눈)으로도 보려고 하지 마. 왜 너희 사람은 눈(뜬눈·감은눈)으로만 알려고 하니? ‘없는눈’으로 알려고 해 봐. 훨씬 깊고 커.” 같은 말은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기로 했습니다. 마음으로 보는 눈, 곧 ‘마음눈’으로 나무를 바라보려고 했더니 이 마음눈마저 감으라고, 아무 눈을 뜨지 말고 그저 맞아들여서 느끼고 누리라고 조잘조잘조잘조잘 …… 쉼없이 떠들어대는 나무였어요. 2018.8.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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