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루사탕 사색의정원 시인선 2
이종호 지음 / 사색의정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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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9


《여루사탕》

 이종호

 사색의정원

 2014.10.2.



  밤에도 불을 환히 켜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불빛을 낮추어 책을 펴자면 꼭 불빛을 밝혀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두운 데에서 글을 읽으면 눈이 나빠진다고들 말하는데 그리 미덥지 않습니다. 외려 환하게 해 놓은 교실에 하루 내내 있는 아이가 늘면 늘수록 안경을 훨씬 많이 쓰더군요. 형광등을 밝히기에 눈이 나빠지지 싶어요. 햇빛을 못 보기에, 밤에 제대로 어두움을 못 누리기에, 우리는 우리 눈을 차츰 잃거나 잊지 싶습니다. 《여루사탕》은 ‘앞말잇기’라는 말놀이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엮습니다. 이를테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으면 이 말마디를 앞자락에 한 마디씩 넣어서 새롭게 이야기를 풀어내지요. 앞말잇기 시쓰기가 될 만할까 갸우뚱해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은 곧잘 이런 말놀이를 누렸습니다. 으레 한문으로만 ‘글맞추기(운율)’를 한다고 여기지만, 한글로도 얼마든지 ‘글결’을 살려 노래할 수 있습니다. 진도에서 나고 자라며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종호 님은 진도살림을 구성진 말씨로 담아내려 합니다. 진도말이 살풋살풋 흐르는 투박한 말놀이는 말잔치가 말빛이 말사랑이 됩니다. 형광등빛 아닌 햇빛이 흐릅니다. ㅅㄴㄹ



썩어가는 두엄소리 써억 써억

어머니는 채소밭

도랑치고 한줌 한줌

준대로 거두는 게 우리네 인생사

치마에 묻은 두엄 엄매 냄새 (두엄/3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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