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 - 번역 방법론
김옥수 지음 / 비꽃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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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3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

 김옥수

 비꽃

 2016.9.30.



모국어로 말할 수 없는 내용은 외국어로도 말할 수 없다. 외국어를 잘하려면 모국어부터 잘해야 한다. (13쪽)


우리 번역 수준은 우리 문화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21쪽)


한문은 양반세력이 기득권을 지키는 무기였다. (47쪽)


이희승은 일본백과사전 ‘廣辭苑’을 번역해서 1961년에 ‘국어대사전’을 만들어 현재까지 우리말을 일어에 예속하는 토대를 구축한다 … 이희승은 1984년에 전두환 군부독재와 손잡고 ‘국립국어원’을 설립하니, 그 제자들은 지금까지 ‘국립국어원’을 장악해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며 허수아비 관변 학술단체를 양산하니, 한글 교육정책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다. (51쪽)


영문 번역의 모태가 되는 영한사전 대부분이 영일사전을 번역했다는 사실에 있다. 일본어 소유격 ‘の’가 여전히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원인이다. (54쪽)



  말을 배우려면 말을 해야 합니다. 글을 쓰려면 글을 써야 합니다. 아주 마땅한 소리이지만, 정작 이를 안 따르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영어를 배우려면 잘 하든 못 하든 자꾸자꾸 영어로 말해야 합니다. 영어로 글을 쓰고 싶으면, 잘 쓰든 못 쓰든 꾸준히 영어로 글을 써야 해요.


  한국말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나 교과서나 문법이나 띄어쓰기가 아닌, 말이 말다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갈고닦으면서 새로 익힐 노릇입니다. 한국말로 글을 잘 쓰고 싶을 적에도 이와 같아요. 곁에 사전을 놓고서 말뜻을 새로 익히고, 사전에 빠지거나 엉성한 대목이 있으면 우리 나름대로 손질하면서 더 깊고 넓게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길 적에 엉성하다면 외국말을 익히거나 살피는 만큼 한국말을 안 익히거나 안 살핀 탓입니다. 외국말만 잘 한대서 번역을 할 수 없어요. 통역도 이와 같습니다. 두 나라 말을 똑같이 잘 해야 합니다.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김옥수, 비꽃, 2016)는 한국말을 너무 모르는 한국사람한테 한국말을 처음부터 새로 들여다보면서 함께 배우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국사람이니 한국말을 잘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국사람도 한국말을 처음부터 다시 익히고, 나이가 든 뒤에도 지며리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혀요.


  그러고 보면 한국은 봉건 틀에 오랫동안 얽매였고, 일제강점기를 거쳤고, 해방 뒤에는 영어 권력이 우뚝 섰어요. 이런 틈바구니에서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선 적이 없습니다. 중국말 일본말 영어 틈바구니에서 제자리를 못 찾은 한국말이지요.


  한국말사전도 아직 엉성하지만, 영어사전도 참으로 엉성합니다. 다른 사전은 어떠할까요? 일본 사전을 안 베낀 한국 사전은 언제쯤 비로소 태어날 만할까요? 국립국어원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만, 이곳에서 어떤 일을 얼마나 꾀할까요? 그동안 억눌리거나 짓밟힌 한국말을 슬기롭게 세우는 길을 가는 국립국어원일까요? 글 권력을 더욱 단단히 틀어쥐면서 사람들이 말을 쉽고 부드러우면서 즐겁고 사랑스레 배우는 길을 외려 가로막는 국립국어원은 아닐까요? 작은 물결이 조용히 일렁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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