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읽는다



  누리책집에서 쉽게 사는 길보다는 마을책집으로 나들이를 가서 품하고 틈을 들여 책을 어렵고 느리게 사는 길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예전에는 모두 마을책집에서 책을 만났다면, 한때 누리책집이 봇물처럼 터져서 퍼졌으며, 이동안 마을책집이 죽다시피 했는데, 마을책집이 한창 죽어나는 동안 ‘참고서 다루는 책집’은 아주 힘든 판이 됩니다. 이러면서 ‘참고서 안 다루고 처세경영 안 다루는 책집’이 꾸준히 늘어요. 우리는 매우 크게 소용돌이에 휩쓸리면서 끙끙 앓고서야 한 가지를 배운 셈입니다. 누리책집에서 사든 마을책집에서 사든 모든 책은 손이 읽습니다. 손이 있어야 읽습니다. 그리고 눈하고 귀가 있어야 읽지요. 다만 몸뚱이라고 하는 손·눈·귀만이 아닙니다. 두 다리로 걷는 마을이나 골목에서 맞아들이는 숨결을 헤아리는 손이며 눈이며 귀입니다. 물건으로 쉽게 받는 책이 아닌, 고이 건사하면서 고루 나눌 뿐 아니라, 고스란히 사랑으로 새로 가꿀 이야기를 두고두고 살피는 책인 줄, 손이 읽는 책인 줄,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오늘날 흐름이지 싶습니다. 2018.7.1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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