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생기는 뜻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이 찾아오곤 한다. 좋든 궂든 뜻하지 않는 일을 맞닥뜨리는 하루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로서는 쉽고 또렷하게 말했다고 여겼으나, 정작 듣는 쪽에서는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듣는 쪽한테 나중에 물으면 그때에 처음부터 못 알아들었다는데 아무런 대꾸가 없어서 알 길이 없었다. 자, 이때에 우리는 무엇을 하거나 어떤 말을 할 만할까? 택시를 타고 싶은데 택시가 안 보일 수 있다. ‘택시 타기를 마음으로 뜻하는데 택시가 안 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나하고 부딪힐 수 있다. 이때에 어떡하면 좋은가?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데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있어 내가 탄 시외버스가 꼼짝없이 발이 묶일 수 있다. 이때에는 어떡하면 좋은가? 뜻밖이라 할 일이 생기기에, 짜증부터 낼 수 있다. 어리둥절해 할 수 있다. 갈팡질팡하거나 망설일 수 있다. 한숨을 쉬거나 부아를 낼 수 있다. 고개를 떨구거나 싫어할 수 있다. 헤매거나 서두르거나 힘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지 않고, 선선히 지켜보면서 ‘뜻하지 않은 일도 뭔가 뜻이 있어 생길 테지’ 하고 여길 수 있다. 가만히 숨을 돌리되 늑장은 부리지 않으면서 ‘새롭게 생기는 일을 즐겁게 받아들여서 푸는 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일이 뜻하지 않게 생긴다면,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지 싶다. 뜻하지 않았어도 뜻있는 셈이라고 할까.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늘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면서 생각을 더 빠르게 하고 몸은 한결 날렵하게 놀리라고 하는, 마치 바람처럼 되라는, 무거운 걸음을 털고, 가벼운 걸음이 되라는 뜻이지 싶다. 그러니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바로 이 어떤 새로운 일을 놓고 차분히 돌아보고 가다듬으면서 살림을 지은 새로운 이야기를 글로 여미어 볼 수 있다. 2018.4.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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