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짇고리 쓰기



  큰 등짐은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부치기로 하고, 작은 등짐에 무릎셈틀하고 사진기를 담는다. 작은 등짐은 오직 천으로만 지어서 가볍다. 일본 도쿄로 강의마실을 와서 돌아다닐 적에 큰 등짐은 길손집에 놓고 작은 등짐을 메고 다녔는데, 이때에는 멀쩡했으나 무릎셈틀하고 사진기를 함께 담으니 무게를 못 버틴 듯하다. 툭 소리를 내며 끈이 튿어진다. 이를 어쩌나 싶었으나 뉘우치기에는 늦었다. 묵직한 무릎셈틀은 처음부터 한결 단단한 천주머니에 따로 담아서 어깨에 걸칠 노릇이었다. 공항에 편의점이 있다면 반짇고리를 팔까 싶어 공항 일꾼한테 묻는다. 공항 일꾼은 실이나 바늘은 공항에 있는 가게에서는 안 다룬다고 알려준다. 가만히 보니 면세점이란 가게는 길에 늘어서는데, 반짇고리를 다루는 편의점 같은 곳은 없군. 도쿄까지 마실하는 길에 반짇고리를 미리 못 챙긴 나를 탓하기로 한다. 무릎셈틀이나 사진기 무게를 받칠 작은 등짐이나 어깨짐을 알뜰히 건사하지 않은 나를 탓한다. 무게로 치면 얼마 안 되는 반짇고리일 터이니, 손톱깎이나 주머니칼이나 손천이나 잇솔이나 물병처럼 늘 등짐에 넣어 두는 마실살림을 한결 야무지게 꾸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니 제때에 못 쓴다. 2018.4.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