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 열매



유자꽃에

벌 한 마리

살살 기어든다


네가 꽃가루 먹으며

꽃가루받이 해 주네

고맙구나


십일월 찬바람에

탱글탱글 샛노랗게 익는

열매가

오늘 이렇게

첫발을 떼네



2017.5.24.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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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1
오이마 요시토키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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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04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난다면?

― 불멸의 그대에게 1

 오이마 요시토키 글·그림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5.31. 5500원



  우리는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곳에 태어났을까요? 우리는 태어나서 사는 동안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아기였을 적이나 무척 어린 아이였을 적에는 이 대목을 딱히 궁금해 하지 않으리라 느껴요. 아기나 무척 어린 아이일 적에는 그저 무럭무럭 자라면서 신나게 뛰노는 데에 온마음을 기울이지 싶습니다.


  이러다가 차츰 철이 들고 생각이 깊어지면서 이 대목, ‘어떻게 태어나’고 ‘왜 태어났’는지를 궁금해 하지 싶어요.



처음에 그것은 구체였다. 단순한 구체가 아니라, 온갖 것들의 모습을 본뜨고 변화할 수 있는 구체. 나는 ‘그것’을 이 땅에 던져놓고 관찰하기로 했다. (7쪽)



  오이마 요시토키 님이 새 만화책 《불멸의 그대에게》(대원씨아이,2017)를 내놓습니다. 이녁은 앞선 만화책 《목소리의 형태》에서 목소리에 담는 마음이라는 이야기를 다루었어요. 우리 목소리는 입으로만 나오지 않고, 마음에서 먼저 샘솟는다고 하는 대목을 여러모로 짚었지요.


  《불멸의 그대에게》는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서 왜 이곳에서 살아가는가 하는 수수께끼를 만화라는 얼거리로 풀어내 보려는 뜻을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삶과 죽음을 파헤쳐 보려 하고, 사랑과 꿈을 헤아려 보려 합니다. 너와 나를 생각해 보려 하고, 이웃과 동무를 돌아보려고 해요.



“나 여길 떠날까 생각 중이야. 여러 사람과 만나고 여러 가지를 느끼고 싶어. 분명 좋은 일만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난 세상을 알고 싶어.” (33쪽)


“안 돌아가. 난. 그렇게 폼 안 나는 짓을 어떻게 해? 식량이 다 떨어진 것도 아닌데. 내일도 걸어갈 거야. 모레도, 글피도.” (47쪽)



  맨 처음에는 아주 조그마한 동그라미였다고 하는 데에서 이야기를 엽니다. 어느 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일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동그라미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해요.


  지구라는 별이, 지구가 깃든 별누리가, 또 지구가 깃든 별누리를 품은 더욱 커다란 별누리가, 참으로 어떻게 태어났을까 하는 수수께끼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아주 조그마한 동그라미 하나부터 이야기를 짚어 보자고 이끌어요.


  이 조그마한 동그라미 하나는 처음에는 동그라미였지만, 돌도 되어 보고 이끼도 되어 봅니다. 이것저것 되어 보다가 늑대가 되어 보기도 해요. 그리고 늑대를 곁에 두고 아끼던 어느 어린 사내 모습이 되어 보지요. 그러니까 아주 조그마한 동그라미는 사람이 되어 보았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모습을 획득했다. 획득에는 조건이 있다. 바로 ‘자극’이다. 그것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여러 사람과 만나고 여러 가지를 느낄 것이다. 소년이 그리 하고 싶어 했듯이. (80∼81쪽)



  돌이나 이끼가 되어 보았을 적에는 딱히 어려운 일도 없고 말썽도 없습니다. 그러나 늑대가 되어 볼 적에는 늑대처럼 네 다리를 써서 걸어야 하고, 때때로 무언가 먹기도 해야 합니다. 굶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때로는 갈갈이 찢겨서 죽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서 또 죽기도 하고 굶기도 하고 먹기도 하다가, 사람이라고 하는 새로운 목숨을 만나서 ‘사람이 하는 말’을 듣기도 해요.


  자, 그러면 아주 조그마한 동그라미는 이제 ‘사람이 하는 말’을 배워서 쓸 수도 있을까요?


  아마 그러할 테지요. 아직은 겉모습만 사람으로 보일 뿐이지만, 말을 익히고 몸짓을 배우며, 살림살이를 건사하는 길까지 지켜본다면, 아주 조그마한 동그라미는 제 나름대로 거듭나기를 하리라 느껴요. 이른바 진화를 하겠지요.



“관습 따위 지킬 필요 없어. 스스로 어른이 되길 선택하면 되는 거야!” (174∼175쪽)



  만화책 한 권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만화책 한 권에서 ‘태어나고 죽고 살아가는 뜻’이 무엇인가를 모두 살피거나 배우거나 알아낼 수 있으리라고도 느끼지 않아요. 그러나 이 만화책 한 권을 읽는 동안 가만히 되새겨 봅니다. 우리가 스스로 짓는 꿈은 무엇이고, 우리가 스스로 나누려는 사랑은 무엇인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관습 따위 지킬 필요 없어” 하고 외치면서, 뜻없는 죽음은 손사래치겠다고 일어서는 몸짓은, 낡은 모습은 끊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첫걸음이 됩니다. 어린 가시내를 어느 님(신)한테 바치는 낡은 관습은 지키지 않겠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앞으로 새로운 살림(문명)이 태어나도록 이끄는 첫 발자국이라 할 만해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따른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생각을 해 보면서 바꾸거나 고치는 길이에요. 처음에는 그저 뒤따르기만 하더라도, 차근차근 스스로 생각을 지피면서 가다듬거나 갈고닦는 길이에요.



“조안, 나 너한테 부탁이 있는데. 날 쭉 기억해 줘.” (69∼70쪽)



  죽었으나 다시 살아나는 조그마한 동그라미입니다. 죽었으나 다시 살아나니, 곰곰이 따진다면 꼭 죽었다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에요. 그렇기에 ‘불멸’이라 할 테고, 이 만화책 이름이 《불멸의 그대에게》가 되는구나 싶어요.


  죽은 뒤에 늘 다시 살아날 뿐 아니라, 스스로 바라는 대로 새로운 모습이 되는 조그마한 동그라미는 어린 사내가 남긴 말 한 마디를 마음에 새겨요. “기억해 줘”라는 말을 새기지요. 그래서 이 조그마한 동그라미는 사람 모습으로 살아가기로 하는데요, 우리가 이 땅 이 별에서 살아가는 뜻도 어쩌면 되새기거나 떠올리고(기억) 싶은 마음 때문일 수 있으리라 느껴요. 잊지 않고 싶어서, 다시 생각하고 싶어서, 다시 살아내면서 이제는 무언가 이루어 보고 싶어서, 자꾸자꾸 새로 태어나서 살아가려고 하지 싶어요.


  만화책을 덮고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백 살 언저리에 삶을 다해서 죽음으로 가는데, 이 죽음 뒤에 새롭게 태어나는 삶이 있다면 우리는 이 삶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이 삶을 한 번 마치고 새로 맞이할 적에는 어떤 길을 가면 좋을까요? 굳이 죽음 뒤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은 우리한테 어떤 뜻이라고 생각해 볼 만할까요? 가볍게 읽고 덮을 수도 있는 만화책이지만, 이 만화책 한 권을 되읽으면서 우리 삶을 조용히 되짚어 봅니다. 2017.6.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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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화요일 비룡소의 그림동화 84
데이비드 위스너 글.그림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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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나온 책은 “이상한 화요일”이 아닌 그냥 “화요일”일 뿐이다. 굳이 ‘이상한’을 앞에 달아야 하지 않는다. 화요일이 되면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신나거나 놀랍거나 즐겁거나 멋진 일이 벌어진다. 또는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꿈을 꾸며 날아오르는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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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1285 : 나누고 구획하다



나누고 구획區劃하려는

→ 나누려는

→ 가르려는


구획(區劃) : 토지 따위를 경계를 지어 가름

가르다 : 1.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다

나누다 : 1. 하나를 둘 이상으로 가르다 2. 여러 가지가 섞인 것을 구분하여 분류하다



  한자말 ‘구획’은 ‘가르다’를 뜻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가르다’를 살피면 ‘쪼개다’나 ‘나누다’로 풀이합니다. 다시 ‘나누다’를 살피면 ‘가르다’로 풀이하지요. 돌림풀이입니다. 보기글은 “나누고 구획하려는”으로 적으면서 겹말이에요. ‘나누려는’이나 ‘가르려는’이나 ‘쪼개려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2017.6.29.나무.ㅅㄴㄹ



왜 자꾸 나누고 구획區劃하려는 걸까

→ 왜 자꾸 나누려고 할까

→ 왜 자꾸 가르려고 할까

→ 왜 자꾸 쪼개려고 할까

《이기주-언어의 온도》(말글터,2016) 25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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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1284 : 얼굴 인상



얼굴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어

→ 얼굴을 보더니 낯을 찌푸렸어

→ 얼굴을 보더니 잔뜩 찌푸렸어

→ 얼굴을 보더니 찌푸렸어


얼굴 : 1.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 2. 머리 앞면의 전체적 윤곽이나 생김새 3. 주위에 잘 알려져서 얻은 평판이나 명예 4. 어떤 심리 상태가 나타난 형색(形色) 5. 어떤 분야에 활동하는 사람 6. 어떤 사물의 진면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표적 표상

인상(人相) : 1. 사람 얼굴의 생김새. 또는 그 얼굴의 근육이나 눈살 따위 2.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보고 점치는 일

낯 : 1.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의 바닥 2. 남을 대할 만한 체면



  얼굴 생김새를 가리킨다는 ‘인상’이에요. 보기글은 “얼굴을 찌푸렸어”라 하면 될 자리에 “인상을 찌푸렸어”라 적어요. 바로 앞에 “얼굴을 보더니”가 나오니 잇달아 ‘얼굴’을 쓸 만하지 않구나 싶어서, 이처럼 ‘얼굴·낯’을 적었구나 싶어요. 잇달아 같은 낱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 “얼굴을 보더니 낯을 찌푸렸어”라 해 볼 수 있어요. 또는 “얼굴을 보더니 찌푸렸어”나 “얼굴을 보더니 잔뜩 찌푸렸어”나 “얼굴을 보더니 살짝 찌푸렸어”처럼 쓸 수 있고요. 2017.6.29.나무.ㅅㄴㄹ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어

→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더니 낯을 찌푸렸어

→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더니 잔뜩 찌푸렸어

《야누쉬 코르착/송순재·손성현 옮김-카이투스》(북극곰,2017) 9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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