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퇴근하고 미장원에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는 성인나이트 또는 캬바레의 블루스 타임에나 틀 것 같은
부담스러울 만큼 끈적끈적한 노래가 차가 터질 것 같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난 "죄송한데요...볼륨 좀 줄여주세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저씨가 너무 심취해 있었기에 장거리도 아닌데 그냥 좀 참자... 생각을 바꾸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일주일의 누적된 피로가 마구 몰려왔다.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
아저씨가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쳐다 보며 말했다.
" 손님,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쌩뚱 맞은 질문에 당황한 난 말끝을 흐렸다.
"네? ............네....."

아저씨는 더욱 더 쌩뚱맞게 말했다.
"사는게 즐겁습니까?"

순간,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동시에 확~ 밀려 왔다.
내가 왜 모르는 사람의 이런 쌩뚱 맞은 질문에 대답을 해야하지?
그냥 묵비권을 행사할까?

난 잠시 망설이다 그냥 예의 바르게 "모범답안"을 말했다.
" 어쩔 땐 즐겁고, 어쩔 땐 힘들기도 하고...그렇죠 뭐."

내 무성의한 대답에 아저씨는 완곡하게 말했다.
" 그런 대답말고요! 그냥 딱 잘라 말해 주세요!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

마치 내가 "거짓 증언"이라도 한 것 같았다.
순간 기가 막혔지만, 아저씨의 완곡한 태도에 주눅이 들었다.

" 그러니까.......그게......네....즐거워요!"

아저씨는 볼륨까지 줄이고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 네? 사는 게 즐겁다고요?"

잠시 침묵 후, 아저씨는 말했다.
" 네....그래야죠! 사는 게 즐거워야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긍정적으로!
그런데.....저는요....사는게 고통이예요. 사는게 지옥 같아요."

갑자기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도대체 이럴 땐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지?
한번 본적도 없는 사람에게 "사는 게 지.옥. 같다!" 고 말하는
초라한 중년 남자의 정체는 뭐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불편하게 앉아 있는데
사는 게 지옥 같다는 중년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사는 게 정말...만만치 않아요.
밤에 잠도 못자고 12시간 계속 운전을 해봐요."

몇년 전 같으면 그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동정, 연민, 측은지심......이런 걸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제의 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을 애써 통제했다.

모르는 사람의 신세한탄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상황도 싫었고,
하루 종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는게 즐겁습니까?" 하며 구질구질한 얘기를 하는 초라한 중년 남자의
"loser" 같은 태도에 화가 났다.

그 아저씨는 자신이 loser임을, 패배자임을 증명해야만 하는
"존재 증명"의 의무를 부여 받은 사람처럼
끊임 없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 아저씨가 바라는 건 도대체 뭘까?
위로? 응원? 한 마디의 따뜻한 말?
아님 그냥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며 외치기?

3천 5백원을 내고 택시에서 내리며
얼굴에 부딪히는 서늘한 저녁 공기에 안도했다.

그 아저씨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사는게 즐겁습니까? " 물어보고 있을까?

어쩜 어제 그렇게 화가 났던 건
그 아저씨의 질문이 불편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는게 즐겁습니까?"
질문 앞에 난 완.벽.하.게 당황했다.

"사는게 즐겁습니까?"

이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이 다가오면 자동문이 열리듯이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천번이라도 다시 태어나 살고 싶다! 라고 흔쾌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이 질문이 최소한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왜.....그 질문이 불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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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6-09-1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저는요 yes or no로 대답하라고 강요하는 게 제일 싫어요. 그런 사람들 은근히 폭력적이고 공포스러워요. ^^;

혜덕화 2006-09-1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삶은 고통이지요. 생노병사를 피할 수 없으니까요.
기사분의 질문은, 오늘은 즐겁습니까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는 것은 님의 말대로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있는것이니까요.
지옥이라고 말하는 기사분은 그날 하루가 정말 힘들었나봐요. 수선님에게까지 짜증을 전염시키다니. ^^

다락방 2006-09-1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어.'라는 대답 보다는 그 질문을 불편해 하는 쪽이 삶에 더 충실한것 처럼 느껴져요, 제게는.

마법천자문 2006-09-1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건 당연히 언제나 즐겁지요. 그런데 결제일에 카드대금 청구서를 보면 후회가 밀려오지요. 사는 걸 자제했어야 하는데... ㅠㅠ

비로그인 2006-09-1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적인 중도'인 저로서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그보다는 대답 자체를 안하는 편이겠지요. 하지만 보통은 즐겁지 않아요. 나머지 즐거운, 그 반짝 하는 순간들에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어요.

kleinsusun 2006-09-1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님, 네...."Yes" or "No"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다분히 폭력적이죠. 근데...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그래요. 뭐든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죠. 항상 선택을 해야만 하는.... ㅠㅠ "해야할 일"은 잘하고 계신가요?^^

혜덕화님, 네...그 아저씨는 어제 아주...침울해 보였어요. 더구나 그 끈적끈적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싱숭생숭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혜덕화님은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님, 삶에 충실하다......제가 삶에 충실한지 1분 넘게 생각해 봤어요.^^

나스랄라님, 안녕하세요! 첫인사 반갑습니당.^^
"나스랄라"는 어떤 뜻이예요? 궁금해요. 저는....다음달 카드값이 벌써 걱정되네요.

Jude님, 사실 저도...대답하기 싫었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대답 안할 수가 없었어요. ㅠㅠ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사람들은 행복한 기억의 연료 저장고를 태우며 산다고.... 그 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나요.^^

드팀전 2006-09-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즐겁죠..라고 답하시지 그러셨어요.단 "지금은"..을 강조하셔야됨...
삶 자체의 행복,불행을 물어보는 것은 폭력적이며 또 근본적인 질문일 수 도 있네요.
ㅆㅆ ..행복한 삶이 쪼개지는 건 한방이거든요...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 삶의 가혹성은 생각보다 잔인하기도 합니다....제가 늘 두려운건 그런 거지요.어느 한방에 삶의 방향이 급변하는 그런 것들..그 알 수 없는 운명은 '지옥'에 빗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살아가면서 그런 일이 없으시길.물론 제게도.

2006-09-17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천자문 2006-09-1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스라엘군을 물리쳐서 좀 유명해졌는줄 알았는데. ㅠㅠ 저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라고 합니다. 한국인 대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알라딘에서 얼마 전부터 암약을 시작했습니다.

로드무비 2006-09-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하고 뭔지 짠하네요.
초라한 중년남자의 루저 같은 태도라......
 

여기는 김포공항 2층 스타벅스.
7시 30분 비행긴데 너무 일찍 왔다.
울산에 시험을 보러 가는 길이다. Black Belt가 되기 위하여!
오...제발 합격하기를!

어제 시험공부를 하러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학기 초라 도서관에 자리가 있을 줄 알고(너무 도서관의 현실을 몰랐다!)
점심 먹고 어슬렁 거리며 갔다가 1시간 넘게 기다려 열람실에 들어갔다.

처음 가본 평촌도서관의 열람실은
칸막이가 없는 네모난 테이블에 6명씩 앉는 구조였다.

좌석표를 들고 두리번거리다 내 자리를 찾았을 때,
난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내 옆에 앉은 남자는 너무도, 너무도....
개콘 <현대생활백수>의 고혜성과 똑 같았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파란 츄리닝 바지에 하얀 면티, 커다란 엄지 발가락이 도드라지게 튀어 나온 샌달 차림으로
오른쪽 다리를 흔들며 책에 밑줄을 치고 있었다.

<9급 공무원 행정법총론>을 펼쳐 놓고
그 남자는 "기계적"으로 밑줄을 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조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에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쳤다.)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끊임 없이 동그라미를 치며 낙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 남자랑 눈이 마주치면
그 남자는 한번 씩~ 웃어주기도 했다.
약간 느끼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순진무구해 보이기도 하는 알쏭달쏭한 미소였다.

그 남자는 핸드폰 진동이 울릴 때 마다 잽싸게 나가 30분 넘게 들어오지 않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서는 2시간 넘게 들어오지 않았다.

9시가 되었을 때,
그 남자는 보람찬 하루를 마감하며 짐을 쌌다.
그때 또 눈이 마주쳤는데 그 남자는
"나 먼저 갈께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까지 까딱하며 나갔다.

집에 와서 친구랑 전화를 하다
"그 남자는 합격할 수 있을까?
요즘 공무원 시험 경쟁률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했더니
친구는 바로 잘라 말했다.
"너나 시험 잘 봐! 공부는 많이 했냐?"
맞다. 노닥거릴 시간이 있으면 책을 한번 더 봐야 하는데...지금도!

아...비행기 탈 시간이 됐다!

오늘도 그 남자는 도서관 한쪽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동그라미를 칠 것 같다.
그 남자, 그 파란 츄리닝맨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세요, 홧팅!

또 나의 BB시험 턱걸이 합격을 위해서......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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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09-1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합격하세요!!

프레이야 2006-09-1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울산까지 오셔서 시험 보시는군요. 합격하시길 기원할게요^^ 꼭~~
파란추리닝의 그분은 어찌 될까나, 궁금^^

마늘빵 2006-09-1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아니 무슨 시험을 보시길래 울산까지...? ^^ 잘 보내세요.

혜덕화 2006-09-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잘 보시고, 활짝 웃는 글 기대할게요.^^_()_

바람돌이 2006-09-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벨트라뇨? 태권도 검은띠 말인가요? ^^;;
도서관에서 오래 공부하다보면 다들 그 사람같이 되는것 같던데....
사실은 저도 옛날에 도서관에서 한 2년을 죽쳤는데 뭐 비슷했던것 같아요. ^^

바람돌이 2006-09-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태권도 검은띠 시험 꼭 합격하세요. ㅎㅎㅎ

드팀전 2006-09-1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권도 검은때 맞는거 같은데...앞으론 까불지 않겠슴돠.!!
태권@@ 근데 6시그마가 뭔지...언젠가 누가 한 권 가져다 준 적 있었는데 당최 경영 뭐이런거랑은 초등학교 때 부터 친하지 않아서...

hnine 2006-09-1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 덕분에 도서관에서의 하루가 그닥 지루하지 않으셨겠어요.
울산, 잘 다녀 오세요.

BRINY 2006-09-1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시그마 시험도 있군요. 시험이란게 몇번을 봐도 대범해질 수 없네요. 그런데 점점 저는 배째라 모드로 가는 중^^ 시험 잘보고 오세요~

비로그인 2006-09-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늦었지만 벌써 시험 잘 보셨겠죠?^^

잉크냄새 2006-09-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드디어 검은띠에 도전하시는군요. 전 시험은 합격하고 수료증은 땄는데, 정식 검은띠가 되기 위하서는 2번의 프로젝트를 더 실행하고 표준협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 올해는 물건너 간듯 합니다....시험 잘 치르시길...

끼사스 2006-09-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 다닐 때 늘 중도 앞에서 일장연설을 하고 있던 '링컨 아저씨'를 퇴근길 잡지 읽으러 갔던 정독도서관에서 조우하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는….(열정적인 혼잣말은 여전하시더군요) 꼭 합격하실 거예요. 몇 년 후엔 수선님 이름을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으리란 예감이 듭니다요.

마태우스 2006-09-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수선님이 검은띠라니 더 멋져 보이는군요. 저도 뭐 합기도 초단이긴 합니다만....^^ 검은띠끼리 친하게 지내요!

moonnight 2006-09-1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잘 보셨나요? 항상 바쁘게 지내시네요. 흐으. 파란 추리닝의 그분도 일이 잘 풀리셨음 좋겠네요. 수선님 글을 읽으니 왠지 응원하고 싶어지는. ^^;
 
삼풍백화점 - 2006년 제5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정이현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헬스에서 자전거를 타며 읽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20대 초반 여자 트레이너 : 이런 책도 있어요?
30대 후반 실장 : 이거 삼풍백화점 생존자가 쓴 책이예요?
20대 후반 남자 트레이너 : 수선님도 참~ 삼풍백화점 무너진 지가 언제데...아직도 이런 책을?

사람 좋은 실장의 예상과 달리 <삼풍백화점>은
2006년 현재 김영하와 함께 베스트셀러 작가의 양대산맥인
정이현이 쓴 단편소설의 제목이며, 51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정이현을 재발견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사실....
정이현은 그저 팔랑팔랑, 가볍게, 감각적으로 쓰는 작가라고,
어떤 글이 팔리는지 아는,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작가라고
비하(?) 또는 은근 무시했었다.

수상작인 <삼풍백화점>과 수상작가 자선작인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으며
정이현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삼풍백화점이 폭발하듯이
산산이 깨져버렸다.

정말...놀랐다.
그녀의 두 작품을 읽으며 느꼈다.
작가는 진화한다!

정이현의 문체는 여전하다.
톡톡 튀고, 가볍고, 도발적이다.

심사평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가독성" 면에서는 단연 최고다.
난독증 증세를 보이는 고딩들이 읽어도 일단 페이지는 넘길 것 같다.

잘 읽히는 글은 무게감이 없고 그저 가벼운 글로 오해받기 쉽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정이현의 두 작품은,
특히 <어두워지기 전에>는 정말...장난이 아니다.
누가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고 정이현이 "가벼운"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소설집을 읽으며 건진 또 하나의 수확은
정지아라는 걸출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지아 같은 훌륭한 작가를 여태 모르고 지냈던 게 아쉽다.

이 소설집에 실린 정지아의 <풍경>은
2006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정지아의 <풍경>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효석 문학상에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낼름 주문했고, 지금 읽고 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별로였던 작품은,
그러니까 읽으면서 끝까지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살살 짜증이 났던 작품은
이응준의<약혼>이었다.

소개팅에서 스펙은 뛰어나나 너무 잘난 척을 하는 남자를 만난
그런 기분이었다. <약혼>을 읽으며 느꼈다.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지식"을 얻을 수도 있구나!
그러나..."지식"이라는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작품의 주제의식과 독자의 흥미가 솔솔 빠져나가는 비극이...

일요일 저녁, 편한 자세로 앉아 소설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6시그마 BB(Black Belt) 인증 시험!

아...차라리 태권도 까만띠면 열심히, 열성적으로 준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열람실로 올라가 시험 공부를 하자!
밥벌이 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랴?

초가을 저녁, 어느 도서관 매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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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9-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정이현을 인정했다니, 저도 그렇게 하렵니다.
-말 잘듣는 마태-

다락방 2006-09-1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이현의 단편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보고 그녀가 좋아졌어요. 그 단편집에 실린 동명의 소설과 바로 그 뒤에 실린 [트렁크]라는 단편이 좋아서요. 그런 정이현을 재발견 하셨다니 기분이 좋은데요? 헤헷 :)
그나저나 시험공부라니..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군요. 힘내세요, 수선님.

kleinsusun 2006-09-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미녀 말만 잘 들으시는거죠? 음하하하

다락방님, <트렁크> 저도 잼 있게 읽었어요. 그때 까지만 해도 구성이 뛰어난 작가,하지만 넘 표피적인.....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 <어두워지기 전에>는 정말 경탄하면서 읽었어요. 만약 안 읽으셨으면 강추!^^

시험공부 오랜만에 하니 힘드네요.ㅎㅎ 홧팅!

비로그인 2006-09-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박희정이 시대성에 있어서 세밀한 작가라면, 정이현도 그렇지요? 저는 그녀의 다른 소설집에서 각주까지 달아가며 쓴 단편들을 보고, 그리 생각했어요. 만약 타임캡슐에 넣어두면, 우리가 뭘 먹고 마시는지 다른 이들이 알기에 적합하겠구나, 하고.

moonnight 2006-09-1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녀의 전작을 좋아했지만 스타일리쉬하고 가볍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수선님 리뷰를 읽으니 필독해야 할 책이 한 권 더 느네요. ^^;
 

"죄송합니다. 제가 아파서요. 아파서 그래요."

어제 퇴근길.
좌석버스에 50대 후반~60대 초반의 삐쩍 마른 아저씨가 타면서 말했다. 그것도 2번이나.

그 아저씨가 뭘 잘못했느냐?
잘못한 거 없다. "천천히" 탔다는 거 밖에는.
"빨리 빨리 좀 타요! 거 참....차 출발도 못하게..."
평소 버스기사들한테 이런 멸시를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그 아저씨는 잔뜩 주눅이 들어 버스기사의 눈치를 보며
"죄송합니다. 아파서 그래요."하고 고개까지 조아리며 말했다. 그것도 2번이나.

화가 났다.
그 아저씨가 뭘 잘못한 게 있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까?
버스 좀 늦게 출발하면 안되나?

문제는 늦게 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있다.
뭐든 "빨리 빨리!".
지독하고도 잔인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거 참....몸이 성하지 않으면 나 댕기지를 말든지..."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다. 은근히 많다.
멀쩡한 게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들일 수록 더하다.

한국에 온지 이제 막 한 달이 된 친구 James에게
그의 눈에 비친 한국 얘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다 맞는 얘긴데도, 평소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얘기들인데도,
James가 말하면 짜증이 난다.

알고 있지만 남한테 듣기는 싫은 건지,
그렇게 생각하지만 인정하기는 싫은 건지,
평소에 느끼던 환멸이 나의 감상이 아닌 사실이 되는 게 두려운 건지,
나는 James가 하는 얘기들을 참고 들을 수가 없다.

참을 수 없어서 James에게 디따 빈정거리며 말했다.
"Nobody invited you to Korea! Nobody is asking you to stay here!"

그 때 James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냐?
생각해 보면 별 말도 아니었다.
"횡단보도"에 대한 얘기였다.

한국은 왜 이렇게 파란 불이 빨리 꺼지느냐?
켜지자 마자 바로 깜박거린다. 도대체 노인들은 어떻게 횡단보도를 건너냐?

그러면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흉내를 냈다.
왼쪽 오른쪽을 두리번 거리면서 엉거주춤하게 달리는 자세를.

처음엔 웃겨서 좀 웃었더니 오버를 하며 액션이 커졌다.
여자들은 힐까지 신어서 더 뒤뚱거린다며
배삼룡인지, 미스터 빈인지, 오린지, 거윈지 알 수 없는
해괴하고 이상한 걸음걸이를 흉내냈다.

그 순간 훅~ 불쾌함과 모욕감이 기어 올랐다.
아침마다 몇칸 안 남은, 깜박이는 파란 신호등을 보며
힐을 신고 어떻게든 건너 보겠다고 숨을 헐떡이며 뛰는 내 모습은
배삼룡 또는 미스터 빈 또는 오리 또는 거위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 순간 빨리빨리! 어서어서!
조금만 쳐지면 큰~일 난다.
낙오하면 안돼!
앞장서서 가자!
니가 평균을 깎아 먹잖아! 80점 밑은 다 일어나!

한국에서 살려면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한다.
오래 걸리면, 다른 사람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으며 큰~일 난다.

그 아저씨는 내릴 때 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것도 2번이나.
"죄송하지만 앞으로 내리겠습니다. 제가 아파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

버스기사는 무슨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듯 앞문을 열고 기다려 줬다.
몸이 불편한 아저씨는 내리면서도 말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울컥했다. 마음이 헛헛했다.
그래서...집에 와서 캔맥주를 하나 마셨다.
캔맥주를 홀짝이는데 이상할 만큼 서럽고 슬펐다.
마음은 밤처럼 가라 앉으며 더욱 더 헛헛했다.

그 때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 샤워처럼 내리 부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 아저씨가 비오기 전에 버스에서 내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아저씨한테 온갖 눈총과 모욕을 주는 버스기사들.
그 사람들도 언젠가 똑 같은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파서요. 아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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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심' 자체가 없고, 종종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곤 해요. 이상한 나라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2006-09-06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9-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
버스기사 아저씨도 진심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프고 퍽퍽한 이 세상을 살다보니 그리되신 거겠죠. 간혹 넉넉한 마음을 가진 버스기사 분을 뵈면 나 또한 마음이 넉넉해질려고 해요. 아픈 사람은 아픈 것만으로도 오히려 당당해져야 하는데, 알아서 고개를 수그리니 오히려 민망하군요.

BRINY 2006-09-0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대도시가 더 싫어요. 그래도 여기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은데.

2006-09-06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9-0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놈.

urblue 2006-09-0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버스 기사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버스 회사가,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거겠지요. 마음이 안 좋긴 마찬가지입니다만.

moonnight 2006-09-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아프신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아니시니 일단 안심;; 그치만 참 슬프네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여유가 없는 우리. 저부터도 먼저 반성해야겠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조급해지는 스스로를 가끔 발견한답니다. 얼마나 싫은지 몰라요. -_ㅠ;

조선인 2006-09-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버스 배차간격을 회사에서 자동으로 감지하잖아요.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회사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아니면 자동시스템으로 경고가 나오든지. 참 무시무시한 세상이에요.

플로라 2006-09-0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건 죄송한게 아닌데... 수선님 글을 읽다보니 왠지 너무 서글퍼지네요...

혜덕화 2006-09-0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것도 마음 아픈데, 미안해하기까지 하며 살아야 하다니.
돌아보면, 장애인 시설 설치를 반대하거나, 노인 요양 시설을 못짓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누구나 늙고 병드는 과정을 피해갈 수 없는데, 한 치 앞을 못내다 보는 무명이 안타까울 뿐입니다._()_

깐따삐야 2006-09-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람 신경질나게 만들고 서글프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두 주먹 불끈 쥐면 배어오르는 건 땀이 아니라 눈물인지도 몰라요.

LAYLA 2006-09-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서로 친절하게 대해주면 될 걸 , 치이고 치이면서 사람들이 더 팍팍해진단걸 느껴요...

마태우스 2006-09-0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살기 어렵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들이죠...ㅠㅠ

끼사스 2006-09-0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신문칼럼 보니까 버스 정차하고 난 뒤에야 승객들이 일어나 하차하자는 제안을 하더군요.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2006-09-0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9-07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선함이 나약함으로 배려가 비굴함으로 비춰지는 등굽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그런 모습에 맘 아파하고 부끄러워할줄 아는 사람들이 남아 부대끼며 살고 있다는 것이 다소나마 위안입니다.

프레이야 2006-12-2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우선 깜짝 놀랐어요. 님이 어디 아프신가 해서요. 그건 아니라 안심이지만 글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몹시 쓰라립니다. 사람들의 폭력이란게 이런 것이네요.
그리고 우리네 그 빨리빨리 성질은 정말 좀 고쳐야할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빨리 안 내려온다고 성질 부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구요. 뭐가 우리를 이리 빨리 가라고 몰아대는 걸까요...

딸기 2006-12-2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음이 아픈 글이네요. 아픈게 잘못이 아닌데...
저는 아이 데리고 자전거 타다보면 화날 때 많아요. 자전거 도로에서 아이가
보조바퀴 달린 것으로 타는데, 느리거든요. 그러면 뒤에 사이클 타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째려볼 때가 있어요.
"죄송해요, 제가 어린이라서요, 어려서 그래요. 죄송해요."
아이가 이렇게라도 말해야 하는 것인지... 아마도 그 사람들은
'엄마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겠지요. "죄송해요, 제가 어린애를 데리고 나와서 그래요"
실제로 "왜 애는 데리고 나와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 들은 적 있거든요.
자기도 어린 시절 있었을텐데... 마찬가지로, 자기도 나중에 아플 수 있는데...
이렇게 말하는 저도, 빨리빨리 해야 한다며 남들에게 나쁘게 한 적 있겠지요
반성합니다.
 
생의 이면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의 신작이 나왔다. 그것도 장편. <빛의 제국>
최고 인기 작가답게 모든 일간지는 <빛의 제국>을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빛의 제국>은 북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은 잊혀진 남파간첩 김기영의 24시간을 아침 7시 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시간별로 묘사했다.
김영하의 오랜 팬 답게 책이 나오자 마자 샀다.
아침 7시~8시까지의 얘기만 읽었지만...
(지금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행복한 고민^^)

제목은 <生의 이면>인데 왜 김영하의 <빛의 제국> 얘기를 하냐구?

<빛의 제국>에는 첫 챕터,그러니까 거의 처음부터
고양이한테 밥 주고, 주인공 김기영이 고양이를 쓰다듬고 하는 설정들이 보인다.

김영하는 고양이를 키운다.
(그의 여러 산문들에서 각별한 고양이 사랑을 알 수 있다.)
만약 김영하가 강아지를 키운다면,
소설의 설정은 고양이 대신 강아지가 될지도 모른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냐?
소설은 어떤 소설이나 다분히 "자전적"이다.
물론 허구지만, 최소한 어떤 소설에나 "자전적 요소"는 있다.

<生의 이면>은 각별히 "자전적"인 소설이다.
주인공 박부길과 작가 이승우가 헛갈릴 정도다.
이승우 또한 <生의 이면>은 자전적인 작품이며,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生의 이면>은 제목 만큼이나 "진중한" 작품이다.
주제는 "살부의식".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 만큼 "살부의식" 같은 어려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른 소설은 드물 것 같다.

너무나 치열해서 쇼파에 기대거나 침대에 누워서 읽기가 부담스럽다. 작가에게 미안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

하루키나 바나나 같은 다소 가벼운 소설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다소 읽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무겁고 처절하며, 게다가....장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솔직히 힘들지만(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지만(너무도 치열해서),
침대나 쇼파 보다는 도서관이나 책상에 자세를 잡고 앉아 읽어야 할 만만치 않은 소설이지만,

타협하지 않고, 피해가지 않고
너무도 본연적인 인간의 문제를 정면에 부딪혀 쓴
"정통" 소설을 만나 보고 싶다면

그 하나의 선택으로 <生의 이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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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8-2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좋아서 10년 전에 책이 나왔을 때 바로 읽었어요.
'정통'에 한 마디 덧붙인다면 정통본격......
요즘은 소설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moonnight 2006-08-2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무서운 -_- 소설이로군요 요즘 스스로도 너무 가벼운 책들에 익숙해져버린건가 싶어요 고민해야 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책은 자꾸 피하게 되는 것이. 반성반성 ㅠㅠ;

stella.K 2006-08-2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선생 글이 원래 그렇죠. 저도 책 하나 받아 놓은 게 있긴 한데 부담스러워서 언제 읽을런지 모른답니다. 흐흐

2006-08-21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6-08-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부의식 하니까..예전에 봤던 한승원 소설이 생각나네요.10여년 전에라 제목은 가물가물---일종의 살부계였는데.친일파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 서로 상대의 아버지를 죽이는 모임같은 것이었어요.불의를 막돼 존속살인이라는 윤리를 저버리지 않는 -어떻게 보면 눈가리구 아웅하는-방식이었지요.그 살부계 주인공들과 80년대 정치인의 아들인 주인공이 두 축이었어요.책 제목이 뭐더라?

2006-08-24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