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 2006년 제5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정이현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헬스에서 자전거를 타며 읽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20대 초반 여자 트레이너 : 이런 책도 있어요?
30대 후반 실장 : 이거 삼풍백화점 생존자가 쓴 책이예요?
20대 후반 남자 트레이너 : 수선님도 참~ 삼풍백화점 무너진 지가 언제데...아직도 이런 책을?

사람 좋은 실장의 예상과 달리 <삼풍백화점>은
2006년 현재 김영하와 함께 베스트셀러 작가의 양대산맥인
정이현이 쓴 단편소설의 제목이며, 51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정이현을 재발견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사실....
정이현은 그저 팔랑팔랑, 가볍게, 감각적으로 쓰는 작가라고,
어떤 글이 팔리는지 아는,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작가라고
비하(?) 또는 은근 무시했었다.

수상작인 <삼풍백화점>과 수상작가 자선작인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으며
정이현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삼풍백화점이 폭발하듯이
산산이 깨져버렸다.

정말...놀랐다.
그녀의 두 작품을 읽으며 느꼈다.
작가는 진화한다!

정이현의 문체는 여전하다.
톡톡 튀고, 가볍고, 도발적이다.

심사평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가독성" 면에서는 단연 최고다.
난독증 증세를 보이는 고딩들이 읽어도 일단 페이지는 넘길 것 같다.

잘 읽히는 글은 무게감이 없고 그저 가벼운 글로 오해받기 쉽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정이현의 두 작품은,
특히 <어두워지기 전에>는 정말...장난이 아니다.
누가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고 정이현이 "가벼운"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소설집을 읽으며 건진 또 하나의 수확은
정지아라는 걸출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지아 같은 훌륭한 작가를 여태 모르고 지냈던 게 아쉽다.

이 소설집에 실린 정지아의 <풍경>은
2006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정지아의 <풍경>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효석 문학상에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낼름 주문했고, 지금 읽고 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별로였던 작품은,
그러니까 읽으면서 끝까지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살살 짜증이 났던 작품은
이응준의<약혼>이었다.

소개팅에서 스펙은 뛰어나나 너무 잘난 척을 하는 남자를 만난
그런 기분이었다. <약혼>을 읽으며 느꼈다.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지식"을 얻을 수도 있구나!
그러나..."지식"이라는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작품의 주제의식과 독자의 흥미가 솔솔 빠져나가는 비극이...

일요일 저녁, 편한 자세로 앉아 소설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6시그마 BB(Black Belt) 인증 시험!

아...차라리 태권도 까만띠면 열심히, 열성적으로 준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열람실로 올라가 시험 공부를 하자!
밥벌이 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랴?

초가을 저녁, 어느 도서관 매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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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9-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정이현을 인정했다니, 저도 그렇게 하렵니다.
-말 잘듣는 마태-

다락방 2006-09-1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이현의 단편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보고 그녀가 좋아졌어요. 그 단편집에 실린 동명의 소설과 바로 그 뒤에 실린 [트렁크]라는 단편이 좋아서요. 그런 정이현을 재발견 하셨다니 기분이 좋은데요? 헤헷 :)
그나저나 시험공부라니..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군요. 힘내세요, 수선님.

kleinsusun 2006-09-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미녀 말만 잘 들으시는거죠? 음하하하

다락방님, <트렁크> 저도 잼 있게 읽었어요. 그때 까지만 해도 구성이 뛰어난 작가,하지만 넘 표피적인.....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 <어두워지기 전에>는 정말 경탄하면서 읽었어요. 만약 안 읽으셨으면 강추!^^

시험공부 오랜만에 하니 힘드네요.ㅎㅎ 홧팅!

비로그인 2006-09-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박희정이 시대성에 있어서 세밀한 작가라면, 정이현도 그렇지요? 저는 그녀의 다른 소설집에서 각주까지 달아가며 쓴 단편들을 보고, 그리 생각했어요. 만약 타임캡슐에 넣어두면, 우리가 뭘 먹고 마시는지 다른 이들이 알기에 적합하겠구나, 하고.

moonnight 2006-09-1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녀의 전작을 좋아했지만 스타일리쉬하고 가볍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수선님 리뷰를 읽으니 필독해야 할 책이 한 권 더 느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