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김포공항 2층 스타벅스.
7시 30분 비행긴데 너무 일찍 왔다.
울산에 시험을 보러 가는 길이다. Black Belt가 되기 위하여!
오...제발 합격하기를!

어제 시험공부를 하러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학기 초라 도서관에 자리가 있을 줄 알고(너무 도서관의 현실을 몰랐다!)
점심 먹고 어슬렁 거리며 갔다가 1시간 넘게 기다려 열람실에 들어갔다.

처음 가본 평촌도서관의 열람실은
칸막이가 없는 네모난 테이블에 6명씩 앉는 구조였다.

좌석표를 들고 두리번거리다 내 자리를 찾았을 때,
난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내 옆에 앉은 남자는 너무도, 너무도....
개콘 <현대생활백수>의 고혜성과 똑 같았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파란 츄리닝 바지에 하얀 면티, 커다란 엄지 발가락이 도드라지게 튀어 나온 샌달 차림으로
오른쪽 다리를 흔들며 책에 밑줄을 치고 있었다.

<9급 공무원 행정법총론>을 펼쳐 놓고
그 남자는 "기계적"으로 밑줄을 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조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에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쳤다.)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끊임 없이 동그라미를 치며 낙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 남자랑 눈이 마주치면
그 남자는 한번 씩~ 웃어주기도 했다.
약간 느끼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순진무구해 보이기도 하는 알쏭달쏭한 미소였다.

그 남자는 핸드폰 진동이 울릴 때 마다 잽싸게 나가 30분 넘게 들어오지 않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서는 2시간 넘게 들어오지 않았다.

9시가 되었을 때,
그 남자는 보람찬 하루를 마감하며 짐을 쌌다.
그때 또 눈이 마주쳤는데 그 남자는
"나 먼저 갈께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까지 까딱하며 나갔다.

집에 와서 친구랑 전화를 하다
"그 남자는 합격할 수 있을까?
요즘 공무원 시험 경쟁률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했더니
친구는 바로 잘라 말했다.
"너나 시험 잘 봐! 공부는 많이 했냐?"
맞다. 노닥거릴 시간이 있으면 책을 한번 더 봐야 하는데...지금도!

아...비행기 탈 시간이 됐다!

오늘도 그 남자는 도서관 한쪽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동그라미를 칠 것 같다.
그 남자, 그 파란 츄리닝맨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세요, 홧팅!

또 나의 BB시험 턱걸이 합격을 위해서......홧팅!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6-09-1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합격하세요!!

프레이야 2006-09-1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울산까지 오셔서 시험 보시는군요. 합격하시길 기원할게요^^ 꼭~~
파란추리닝의 그분은 어찌 될까나, 궁금^^

마늘빵 2006-09-1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아니 무슨 시험을 보시길래 울산까지...? ^^ 잘 보내세요.

혜덕화 2006-09-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잘 보시고, 활짝 웃는 글 기대할게요.^^_()_

바람돌이 2006-09-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벨트라뇨? 태권도 검은띠 말인가요? ^^;;
도서관에서 오래 공부하다보면 다들 그 사람같이 되는것 같던데....
사실은 저도 옛날에 도서관에서 한 2년을 죽쳤는데 뭐 비슷했던것 같아요. ^^

바람돌이 2006-09-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태권도 검은띠 시험 꼭 합격하세요. ㅎㅎㅎ

드팀전 2006-09-1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권도 검은때 맞는거 같은데...앞으론 까불지 않겠슴돠.!!
태권@@ 근데 6시그마가 뭔지...언젠가 누가 한 권 가져다 준 적 있었는데 당최 경영 뭐이런거랑은 초등학교 때 부터 친하지 않아서...

hnine 2006-09-1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 덕분에 도서관에서의 하루가 그닥 지루하지 않으셨겠어요.
울산, 잘 다녀 오세요.

BRINY 2006-09-1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시그마 시험도 있군요. 시험이란게 몇번을 봐도 대범해질 수 없네요. 그런데 점점 저는 배째라 모드로 가는 중^^ 시험 잘보고 오세요~

비로그인 2006-09-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늦었지만 벌써 시험 잘 보셨겠죠?^^

잉크냄새 2006-09-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드디어 검은띠에 도전하시는군요. 전 시험은 합격하고 수료증은 땄는데, 정식 검은띠가 되기 위하서는 2번의 프로젝트를 더 실행하고 표준협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 올해는 물건너 간듯 합니다....시험 잘 치르시길...

끼사스 2006-09-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 다닐 때 늘 중도 앞에서 일장연설을 하고 있던 '링컨 아저씨'를 퇴근길 잡지 읽으러 갔던 정독도서관에서 조우하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는….(열정적인 혼잣말은 여전하시더군요) 꼭 합격하실 거예요. 몇 년 후엔 수선님 이름을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으리란 예감이 듭니다요.

마태우스 2006-09-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수선님이 검은띠라니 더 멋져 보이는군요. 저도 뭐 합기도 초단이긴 합니다만....^^ 검은띠끼리 친하게 지내요!

moonnight 2006-09-1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잘 보셨나요? 항상 바쁘게 지내시네요. 흐으. 파란 추리닝의 그분도 일이 잘 풀리셨음 좋겠네요. 수선님 글을 읽으니 왠지 응원하고 싶어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