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이면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의 신작이 나왔다. 그것도 장편. <빛의 제국>
최고 인기 작가답게 모든 일간지는 <빛의 제국>을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빛의 제국>은 북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은 잊혀진 남파간첩 김기영의 24시간을 아침 7시 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시간별로 묘사했다.
김영하의 오랜 팬 답게 책이 나오자 마자 샀다.
아침 7시~8시까지의 얘기만 읽었지만...
(지금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행복한 고민^^)

제목은 <生의 이면>인데 왜 김영하의 <빛의 제국> 얘기를 하냐구?

<빛의 제국>에는 첫 챕터,그러니까 거의 처음부터
고양이한테 밥 주고, 주인공 김기영이 고양이를 쓰다듬고 하는 설정들이 보인다.

김영하는 고양이를 키운다.
(그의 여러 산문들에서 각별한 고양이 사랑을 알 수 있다.)
만약 김영하가 강아지를 키운다면,
소설의 설정은 고양이 대신 강아지가 될지도 모른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냐?
소설은 어떤 소설이나 다분히 "자전적"이다.
물론 허구지만, 최소한 어떤 소설에나 "자전적 요소"는 있다.

<生의 이면>은 각별히 "자전적"인 소설이다.
주인공 박부길과 작가 이승우가 헛갈릴 정도다.
이승우 또한 <生의 이면>은 자전적인 작품이며,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生의 이면>은 제목 만큼이나 "진중한" 작품이다.
주제는 "살부의식".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 만큼 "살부의식" 같은 어려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른 소설은 드물 것 같다.

너무나 치열해서 쇼파에 기대거나 침대에 누워서 읽기가 부담스럽다. 작가에게 미안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

하루키나 바나나 같은 다소 가벼운 소설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다소 읽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무겁고 처절하며, 게다가....장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솔직히 힘들지만(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지만(너무도 치열해서),
침대나 쇼파 보다는 도서관이나 책상에 자세를 잡고 앉아 읽어야 할 만만치 않은 소설이지만,

타협하지 않고, 피해가지 않고
너무도 본연적인 인간의 문제를 정면에 부딪혀 쓴
"정통" 소설을 만나 보고 싶다면

그 하나의 선택으로 <生의 이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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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8-2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좋아서 10년 전에 책이 나왔을 때 바로 읽었어요.
'정통'에 한 마디 덧붙인다면 정통본격......
요즘은 소설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moonnight 2006-08-2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무서운 -_- 소설이로군요 요즘 스스로도 너무 가벼운 책들에 익숙해져버린건가 싶어요 고민해야 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책은 자꾸 피하게 되는 것이. 반성반성 ㅠㅠ;

stella.K 2006-08-2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선생 글이 원래 그렇죠. 저도 책 하나 받아 놓은 게 있긴 한데 부담스러워서 언제 읽을런지 모른답니다. 흐흐

2006-08-21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6-08-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부의식 하니까..예전에 봤던 한승원 소설이 생각나네요.10여년 전에라 제목은 가물가물---일종의 살부계였는데.친일파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 서로 상대의 아버지를 죽이는 모임같은 것이었어요.불의를 막돼 존속살인이라는 윤리를 저버리지 않는 -어떻게 보면 눈가리구 아웅하는-방식이었지요.그 살부계 주인공들과 80년대 정치인의 아들인 주인공이 두 축이었어요.책 제목이 뭐더라?

2006-08-24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