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꿈 열린책들 세계문학 123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종소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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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코디미로군요! " 

- 도스또예프스끼 <아저씨의 꿈>중에서,  p 216 -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소설  

도스또예프스끼의 유명한 대표작들을 열거하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죄와 벌><백치><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이들 작품들은 도스또예프스끼의 문학 인생 중 후기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이면서도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 신, 이념 등 그리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읽는데 쉽지가 않다. 

하지만 <아저씨의 꿈>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도스또예프스끼적인 문학 세계과 상반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도스또예프스끼가 기나긴 시베이라 유형 생활을 끝마치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다시 하기 위해서 썼던 것인데  이 시기부터가 도스또예프스끼 문학 인생에서 과도기에 해당한다.  도스또예프스끼의 문학을 거대한 산으로 표현하자면 이제 막 중반에 이르렀을뿐이다. <죄와 벌><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는 험한 산봉우리에 등정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지금까지 읽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들 중에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설 속의 사건 전개가 한 편의 코믹한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중후한 도스또예프스끼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분위기의 소설이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 아저씨 ' 공작 노인의 꿈, ' 어머니 ' 마리야의 꿈

세속적이면서도 허영심으로 가득한 귀족 부인인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자신의 딸인 지나를 부유하면서도 노화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공작 노인에게 시집을 보내기 위해서 계략을 꾸민다는 에피소드이다.  자신의 딸에게는 할아버지뻘이 되는 늙은 공작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는 마리야의 계략에는 자신의 부귀영달을 누리려고 하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지나는 이미 어머니의 속셈을 눈치를 채고 공작 노인과의 결혼을 반대하였다. 사실 그녀는 폐평으로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가난한 가정교사를 짝사랑하고 있었으며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는 가정교사를 향한 사랑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누가 늙어빠진 영감쟁이와 결혼을 하겠는가?  

특히 소설 속 공작 노인은 과장될 정도로 치매기 가득한 희화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이 왕년에 나폴레옹과 시인 바이런, 음악가 베토벤을 만났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하는 코믹한 캐릭터이다.

공작 노인과 딸의 결혼이 성사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여생의 행로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마리야는 딸의 완고한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공작과의 결혼이야말로 부와 명예로 가득한 삶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식으로 간곡하게 사정을 한다.    

그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상류층으로 진출하여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는 상류층 집안과의 혼사를 맺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말이 부정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중대한 결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나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작 노인과 청혼을 하게 된다.  자신도 공작 노인과의 결혼이야말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 그런 지나를 사모하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는데 젊은 관리 모즈글랴꼬프는 한 때 지나에게 고백을 했다가 퇴짜 맞은,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나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연히 마리야의 계략을 알게 된 모즈글랴꼬프는 지나와 늙은 공작과의 결혼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공작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 결혼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지나의 청혼은 한낱 꿈 속에 있었던 일이라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공작 노인에게 늘어놓는다.    

치매기가 있는 공작 노인은 모즈글랴꼬프의 어설프게 짝이 없는 속임수를 곧이 곧대로 믿어버린다.  결국에는 모즈글랴꼬프의 계략 때문에 지나와 공작 노인의 결혼은 파기되었고 마리야의 계락마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이 기회에 틈타 모즈글랴꼬프는 다시 한 번 지나에게 고백을 하게 되지만 도리어 또 한 번 실연을 당하게 된다.  지나는 이전부터 쭉 모조글랴꼬프의 계락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으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비겁한 속임수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청혼을 거절한다.  

' 사랑 ' 이라는 이름으로 둘러싼 간계가 실타래처럼 꼬여 버리는 바람에 아리따운 처녀와의 사랑을 꿈꾸었던 공작 노인 ' 아저씨 ' 의 꿈은 산산히 부서지게 되었고 화려한 여생의 앞날을 고대하던 마리야의 장밋빛 꿈마저도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모즈글랴꼬프는 자신이 만든 속임수로 인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되고 말았다.     

 

 

  최후에 웃는 자는 마리야와 지나  

 

 


SBS 주말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서 출연중인 이미숙 씨  

자식의 성공을 통해서 자신의 안락한 행복을 누리려고 하는  

어머니 조복희로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딸을 통해서 사교계 상류층으로서의 명성과 부귀를 통해 안락한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마리야의 모습은 S 방송국 주말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 등장하고 있는 조복희(이미숙 분)와 유사하다.    

조복희는 자신의 딸인 신달래(강민경 분)를 무명 연예인에서 톱 스타 연예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거수일투족 딸을 감시하고 최대한 자신의 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제일그룹 사장인 구현세(박성민 분)과 정략결혼을 시키려고까지 한다.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하는 말 못하는 정신적 고통과 오직 명예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억지 결혼에 신물이 난 신달래는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드라마 초반부터 딸의 출세에 눈이 먼 나머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끝없이 다그쳤던 조복희는 후반기에 이르러면서 자신의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위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진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과연 드라마 제목처럼 조복희는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을지 결말을 끝까지 지켜봐야하지만 소설 속 마리야는 결혼 파기라는 굴욕을 깨끗이 씻어내고 웃을 수 있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이수일과의 사랑을 파기시켜버린 심순애처럼 사랑의 참된 가치를 강조하였던 지나도 정신적인 교감보다 물질적 가치가 중요시되는 사랑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지나는 예전에 연분을 맺은 가난한 가정교사이 아닌, 자신에게 두 번이나 고백을 한 모즈글랴꼬프도 아닌, 고위직 장군의 아내가 되고 만다.  

결말에는 마리야가 어떻게 되었는지 상세한 속사정을 알 수 없지만 지나가 고위직 장군과 결혼을 했으니 마리야는 마음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상류층 인사와의 혼사가 이루어졌으니 이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니까.  

이 소설에서는 딸의 결혼에 집착하며 엄격하기만한 마리야와 반대로 우스꽝스러운 노인으로 등장하는 공작의 등장이 돋보이지만 지나라는 인물 역시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소설 전반부에서는 사랑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결말에서는 고위직 장군과 결혼함으로써 세속적인 사랑을 선택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사랑에 실패를 하게 된 공작 노인과 모즈글랴꼬프의 모습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결국 이 소설에서 최후에 웃는 자는 마리야와 지나, 두 모녀인 셈이다.  

 

 

  사랑보다는 다이아몬드

이 소설은 얼핏 도스또예프스끼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의 전개와 유사하다. <가난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가난한 하급관리인 마까르 제부쉬낀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결정적으로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이유가 물질적인 안정을 영위할 수 있는 잘 사는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이 소설에서도 바르바라는 마까르보다 더 잘 사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서신을 나누면서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애틋한 사랑은 슬픈 결말로 끝나게 된다.   

앞에서도 잠깐 심순애를 언급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바르바라와 <아저씨의 꿈>의 지나, 이 세 여인의 공통점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부유한 권세가와 결혼을 하고마는 봉건적인 사회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플라토닉 러브는 엄격한 가족 제도와 명예 그리고 부(副)가 만들어낸 상류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인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매도할 수 없다. 이 여성들에게는 견호하게 세워진 사회적인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고 하는 의지가 미약했고 지금도 그 장애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사랑이 1순위인 결혼보다는 더 잘 사는 것에 1순위로 두고 있는 취집을 선호하는 오늘날의 결혼 세태와 월평균 수입이 400만원이 넘어야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20, 30대 남녀의 결혼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도 사랑으로만 밥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연인의 끈을 이어가면서도 밥을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순애는 김중배와 결혼 이후에도 이수일에 대한 사랑을 못 잊어서 괴로워하는데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 속에 사랑에 실패하는 여성들은 이상하게도 사랑의 후유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묘사가 없다. 반면에 남자들이 더 고통에 시달린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까르는 부당한 현실 때문에 이루어진 사랑의 실패 앞에서 괴로워하고 <아저씨의 꿈>의 모즈글랴꼬프는 고위직 장군의 아내가 된 지나의 모습을 보면서 억지로 인생의 쓴 맛을 삼켜내고 있다.   

과연 지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생애에서 첫 사랑은 가난한 가정교사였다.  마음이 여린 그녀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병 때문에 고통 속에서 살다 간 가정교사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행복으로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앞에서 갈등을 하고 괴로워하는 여성의 고뇌를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 한 편을 코믹한 드라마가 아닌 정말로 진지하게, 도스또예프스끼가 마음 먹고 제대로 썼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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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07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이아몬드보다 사랑이요^^

cyrus 2011-03-07 22:02   좋아요 0 | URL
저도 명예, 부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에요. ^^

stella.K 2011-03-0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가 코믹소설도 썼군요.
그 할배는 항상 심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물질만능의 사회일수록 사랑을 믿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랑은 언제든 식을 수 있지만 물질은 영원하다 내지는 오래 간다고
보잖아요. 이것저것을 다 떠나서 빨리 결혼해서 자손을 번식시키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다 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큭~

cyrus 2011-03-07 22:04   좋아요 0 | URL
전에 다른 소설들은 심각한 주제에다가 약간은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어요.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 중편인 것도
있구요 ^^

마녀고양이 2011-03-0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가 남자라서 그런걸까요?
여자는 사랑에 목 매지 않지만, 남자는 진정한 낭만을 안다는 듯한. ^^
사회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죠... 그리고 인간의 본질은 비슷한거 같아요.

사이러스님, 고전 참 많이 읽으시네요. 감탄스러워요.

cyrus 2011-03-07 22:04   좋아요 0 | URL
고전도 읽어보면 무척 재미있는게 많아요. 단, 니체 같은
철학고전은 제외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3-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의 해학이 가장 두드러진 소설이 또 몇 편 있는데 단편으로 '악어', 장편으로 <스쩨빤치꼬보 마을 이야기>가 있습니다.도스토예프스키 하면 칙칙하다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괜찮을 작품이죠.

cyrus 2011-03-07 22:06   좋아요 0 | URL
<아저씨의 꿈>이 발표되고 난 후 다음 소설이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이더군요, 지금 연도순으로 차근차근 읽어나고 있는데 다음 소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아이리시스 2011-03-08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죄와벌>도 못 읽어가지고~~~~~~~~~~~~~ 아 부끄러워, 부끄러워.
이건 그것보다 좀 얇나요? 물론, 두꺼워도 더 빨리 읽히는 내용이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원래 이번 주 월요일 아니면 3.1절 때 모임 후기를 작성하려고 했었는데 입학식 & 개강식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모임 때 나눴던 내용들을 지금 정리하자니 쉽지가 않군요. 

이상하게도 꼭 모임 차 서울에 가게 되면 날씨가 어제보다 안 좋아진다거나 가기 전날에 기차 사고가 나는거 같아요.  

2월 12일 모임 같은 경우에는 2월달 들어서 가장 추웠던 날씨였습니다. 게다가 그 전날에 서울로 가는 KTX가 탈선되는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철로 공사로 인해 도착 예정 시간에 무려 20분이나 연착되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날 모임에 조금 늦을뻔했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절대로 늦지 않으려고 일찍 역으로 나섰건만 , , ,  

하필이면 2월 25일, 26일 연속으로 서울로 가는 KTX가 탈선되거나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모임 장소에 도착하는데 또 늦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 (3월 12일)에 있을 세번째 모임에는 제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발제자로 나서게 되어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니체의 책을 챙기고 나왔는데,,,, 

읽기 시작한 지 20분만에 잠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_-;; 

 

 

 

 

이번 모임 선정도서가 첫번째 모임 도서였던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보다 내용이 쉬웠고 오스카 와일드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기에 전에 있던 모임보다 대화 분위가가 한결 좋아졌고 그렇게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첫번째 모임처럼 그 전에 미리 뽑은 발제자분이 대화를 주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자께서는 아이패드를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를 간략히 소개하셨습니다. 아이패드를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생전 모습과 그의 묘비를 사진을 통해서 보게 되었는데 특히 와일드의 묘비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묘비를 잘 보시면 붉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붉은 흔적은 와일드의 무덤을 다녀간 수많은 관광객(특히 여성)들이 남긴 입술 자국입니다.  

(제가 포스팅한 사진은 묘비의 뒷면입니다. 묘비의 앞에는 뒷면보다 수많은 키스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묘비에 키스 자국을 꾹 남기는 것이죠.  여성 관광객들이 와일드의 묘비에 키스를 하는 것은 오스카 와일드를 추모하기 위한 표시이며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문학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제자분께서 오스카 와일드의 시 한 편 을 소개해주셨는데 사실 오스카 와일드는 극작가와 소설가일뿐만 아니라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문학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처녀작의 장르도 시였습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의 시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기에 그가 쓴 시가 생소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발제자분이 소개한 시는 ' 장미와 후회 ' 라는 제목의 시였습니다.  발제자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에게 향한 일종의 세레나데였다고 합니다.  

시 제목 옆에  To L.L. 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L.L. 은 와일드가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의 이니셜입니다.  원래는 영문이랑 같이 프린터를 해서 소개했는데 여기서는 우리말로 번역된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장미와 후회  

(Roses and Rue - To L.L. )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이 보물을 파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그 기쁨만큼 가치가 있다해도
우리는 사랑의 노래를 결코 배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습니다.

사라진 정열적인 과거를 다시 불러올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그 추억을 되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그만큼 아픔을 느낀다고 해도

담쟁이가 무성하던 저택가에서 만나곤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한 마리 새처럼 예쁜 단어를 하나 하나 읊조리던 당신

당신은 언제나
한송이 꽃처럼 소나기를 두러워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놀라서 뛰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 방과
따뜻한 6월의 비 속에서
흠뻑 젖은 창을 두드리던 라일락 꽃을 기억합니다.

안녕이라면 흔들던 당신의 손
그 손의 파란 혈관들
안녕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신경질적인 외침이었습니다.

' 당신은 인생을 허비했습니다. '
그것은 비수와 같은 말
정원의 문으로 달려나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습니다.

만일 당신 때문에 내 가슴이 부서져야 한다면
음악을 만들어 내면서 부서질 것입니다.
시인의 가슴은 그렇게 부서집니다.

뇌의 작은 상아색 세포 하나가
신이 만드신 천국과 지옥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전까지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에 발제자분이 정한 대화의 주제는 " 사랑, 우정, 행복,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 " 이었습니다.  네 가지 테마를 통해서 와일드의 단편소설에 대한 감상을 풀어놓았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 메모한 내용들을 토대로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들은 ' 사랑과 자제심 ' 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서 인상 깊었다. 특히 좋은 부모를 원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와일드의 단편소설 중에서 제일 읽기가 어려웠고 읽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작품이 <어부와 그 영혼>이었다.  (사실 저도 읽는데 어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단편이 한 편의 철학소설 같은 분위기가 느끼기도 했습니다) 

 * 와일드의 유명한 동화 <행복한 왕자><나이팅게일과 장미꽃> 같은 경우에는 정작 상대방을 위해서 죽음이라는 희생을 선택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보답이 없었던거 같다.  와일드가 묘사하고 있는 이 희생적인 사랑에는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유가 없어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아팠다. 

 * 어렸을 때는 <행복한 왕자>를 읽었을 때에는 ' 사랑은 위대하다 ' 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까지 또 읽고 반복해서 읽을수록 의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저는 <헌신적인 친구>에 나오는 방앗간 주인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해서 ' 쓰레기 ' 라고 분노 아닌 분노(?)를 표출하였으며 <비범한 로켓 불꽃>에서 등장하는 자만심으로 가득한 로켓 불꽃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오스카 와일드의 성격과 생애를 연상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왕>에 등장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성행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악영향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다고 저의 개인적인 감상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예전에 쓴 <반자본 발전사전> 리뷰를 

 통해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외에도 더 많은 내용의 대화가 오고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화의 몰입에 깊이 빠지는 바람에 일부러 펜을 놓았습니다. ^^;;     

메모하는데 너무 집착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을 놓칠까봐 쓰다 말았습니다.  오히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말에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뒷풀이인거 같습니다. ^^;;   

1차 뒷풀이는 고기집에서 독서모임 다른 조원들과 함께 합동 뒷풀이식으로 하게 되었고 2차는 남은 사람들과 함께 조용한 분위기의 호프집에서 못다 나눈 책 이야기와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제가 대구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해서 뒷풀이는 아쉽게도 금방 끝났지만,, ^^;;   그 날 모임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지난 모임에는 간신히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탔지만 그 때는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습니다.  다행히도 지갑에 돈의 여분이 적당히 남아 있어서 다시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독서모임 조원이 되신  분 덕분에 따뜻한 커피도 얻어 마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차 타는데 함께 기다려주기도 했습니다.   

 

대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도 <차라투스트라>를 읽었는데,,,  

역시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_- 

 

지금 완독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번 주 일요일까지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러다가 니체가 사람 잡겠습니다. ^^;; 

 

아 ,,, !  

그리고 3월 26일날에 있을 네번째 독서모임 선정도서는 ,,,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 입니다.   

읽어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소설가 헨리 밀러 와 그의 아내 준 밀러와의 만남을 토대로 쓴 아나이스 닌의 자전적인 일기입니다.   

아나이스 닌은 성(性)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일기 역시 헨리 밀러과 그의 아내 준에 대한 아나이스 닌의 애로틱하면서도 양성애적인 사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니체 때문에 아직 펼쳐보지 못했지만 19금 딱지가 붙여질 정도의 내용이 있을거라고 예상되네요. 다음 주 모임이 끝나는대로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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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3-0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스쳐지나가듯 본 것도 같구요.
제가 나름 알라딘에 있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반경이 그다지 넓은 건 아니어서
많은 분을 아는 건 아니랍니다. 낮가림도 있고...ㅠ

근데 꿈의 아이패드를 그분은 가지고 계시는군요. 부럽삼.
저 아는 분은 아이패드 사려고 책을 사람들한테 다 나눠주시더라구요.
그거 하나면 절판된 책도 검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전 스마트폰은 별로 탐이 안나는데 아이패드는 정말 갖고 싶어요. 흐흑~

To L.L.은 무슨 이모티콘 같아요.ㅋㅋ
서재 대문 이미지도 바뀌고.^^

2011-03-0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니체를 읽으시는 것도 일이지만, 발제자라니...더 장난이 아니시겠는걸요~
학교생활하시랴,
독서하시라, 독서모임 활동 하시랴...젊으셔서 가능하신 일이겠죠~
그 젊음이 마냥 부러운 요즘입니다.

바쁠 때일수록 건강 유의하세요.
어떤가요?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인가요?^^

cyrus 2011-03-06 20:32   좋아요 0 | URL
네, 발제 준비는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 ^^;;
내일부터 친구랑 같이 운동을 할려고 해요. 얼마나 오래갈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건강이 제일 중요하기도 하죠^^

잘잘라 2011-03-0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우와. 묘비가, 그리고 추모의 방법이 참 멋지네요.

cyrus 2011-03-06 20:35   좋아요 0 | URL
오스카 와일드의 묘비가 프랑스에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는
키스 자국 때문에 묘비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부와 그 영혼'은 '인어공주','아라비안 나이트','그림자를 팔아버린 페테 슐레밀'의 느낌이 모두 나는 요상한 매력이 있더군요.그리고 와일드 소설에 늘 나오는 살인도 나오구요.이슬람 왕국에 가는 여행 중 누비아 흑인을 찔러죽이는 장면이 있잖아요.그 덕에 누비아 왕국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한때 상당한 세력을 떨친 왕국이어서 서양문학에도 종종 나오지요.

cyrus 2011-03-06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행복한 왕자>에서도 제비가 이집트 풍경을 언급하고 있는데
어쩌면 와일드도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제자분이 제시하신 주제 너무 좋은데요.
'사랑, 우정, 행복,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 이라니.
그 자체만으록도 팍팍 와닿아요. 그리고 모임 참석하시는 사이러스님이 점점 부러워져요.

그런데 차라투스트라 읽다가 주무셨군요? 아하하.
다행이다..... 저만 그런게 아니어서!

cyrus 2011-03-06 20:37   좋아요 0 | URL
지금 이제서야 절반 정도 읽었어요, 그런데 한 번으로 읽기에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드네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아포리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여러 번 읽어야지 이해가 되는거 같아요.
곳곳에 비유하는 것도 많구요,,^^;;

아이리시스 2011-03-0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좋다, 부지런한 시루스님, 어디 계세요? 돌아와요~^^

cyrus 2011-03-06 20:38   좋아요 0 | URL
시 무척 좋죠. 와일드는 시에다가 소설, 희곡까지 쓰니 다방면으로
뛰어난 문학가인거 같아요 ^^

2011-03-06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3-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키스 자국! 팬들도 왠지 오스카 와일들를 닮았군요. <행복한 왕자>는 정말 너무 슬퍼서 어렸을 때도 막 싫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저 <헨리와 준> 예전에 주문하려다 만 책인데 리뷰가 정말 정말 기다려지는군요! 개강하시고 한창 바쁘시겠어요.

cyrus 2011-03-06 23:47   좋아요 0 | URL
이번 주는 아직 개강 기간이라서 특별히 바쁜 일은 없답니다.
아마도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학업에 열중할거 같습니다.
많이 바쁘더라도 자투리 시간에 책은 읽어야겠습니다. ^^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북 셰어링을 해보게 되었네요. 

평소부터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읽었던 책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했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세트 이외에는 직접 사모아 읽은 책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있고,  제가 산 책들을 남한테 쉽게 주는 것도 쉽지ㅅ가 않더군요. ^^;;  

 

그랬다가 이번에 공교롭게도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두 권을 받게 되어서 나머지 한 권을 알라딘 중고샵에 파는 것보다는  

니체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있으실까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주는 개강식에다가 다음 독서모임 도서인 <차라투스트라> 발제 준비 

그리고 지난 주 토요일에 있었던 오스카 와일드의 <별에서 온 아이> 독서모임 후기까지,,,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네요.  이렇다보니 요즘 책 읽을 시간도 빠듯한거 같습니다. -_-;; 

 

이번 주 안으로 <차라투스트라>를 독파하고 독서모임 후기까지 써야겠습니다.  

 

<차라투스트라>를 읽고 싶으신 분은 주저하지 마시고  

댓글 혹은 비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되구요,,,    

기간은 내일 3월 3일 밤 11시 59분까지 입니다.  

 

아무래도 니체라는 사람이 쓴 책 자체가 읽는게 쉽지 않은데다가  

잘 읽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서 기간은 내일까지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도 단 한 분도 읽고 싶으신 분이 없으면 그냥 없는걸로 하겠습니다. ^^;;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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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3-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석하고 싶은데요. 펭귄 클래식판이 궁금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저는 민음사판으로 가지고 있어서 아쉽네요.

마녀고양이 2011-03-0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나 차라투스투라 가지고 있는뎅... 아깝당.
이번 주 내로 차라투스트라를 읽고, 독서 모임하려면 빠듯하겠는데요.

누군가 필요한 분이 가져가시면 좋겠네요~

2011-03-03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3-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차라투스트라 갖고 있어요, 시루스님 책 받으면 무지 기분 좋겠는데도,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서 멋지게 읽히면 좋겠어요~^^
 

 

 

 #1  캠퍼스 풍경  

어제 2월 28일, 학교 입학식이 있었던 날이다.  

이번에 대학교를 다니게 될 11학번들에게는 대학생이 되었다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겠지만 복학생인 나에게는 입학식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 과에 11학번 후배들 중에서 여자 후배가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그리고 미모가 얼마나 출중한지에 대해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강의도 거의 다 야간으로 편성한 것도 있어서 굳이 우리 집에서 출발하는데 1시간 20분이나 걸리는 학교를 오전 일찍 갈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제 학교를 다니게 되면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해지는 마당에 남아 도는 시간에나마 책을 읽고 야간 강의 시간에 맞춰 학교로 갈려고 했었다.  <차라투스트라> 모임 발제 준비를 해야되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려고 했었는데 , , ,  

이번에 같이 복학하는 동기가 같이 밥 먹자고 학교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 타고 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차라투스트라>를 읽을 여유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독서는 다음으로 미루고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다. 

  

버스 타고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경

대학교 입학식이라면 보통 오전에 끝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어제 날씨가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린 것도 있어서 아마도 입학식은 일찍 끝냈었을 것이다.  내가 캠퍼스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한산했다.  날씨가 좋은 입학식이라면 오후에도 지나가는 학생들이 넘쳤을텐데 말이다.  

나에게 연락했던 동기를 만나고나서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3년 만에 학회실에 가게 되었다.   

마침 학회실에 들어갔을 때는 안에는 이번에 학회장을 맡게 된 06학번 선배 한 분과 남자 동기 여러 명이 있었다.  오랜만에 동기와 선배를 만나서 기분은 좋았지만,,,  아직은 낯설고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했다.  

같은 학번 동기라고 해도 그렇게 친하지 않는 녀석들도 있기 때문이다. 웃으면서 아는 척으로 인사하는 내 자신이 속으로 민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1학년이었을 때인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회실 내부는 여전했다.  

선, 후배가 오손도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먹다 남은 과자 봉지들과 음료수와 생수 패트 병 몇 개가 올려져 있었다. 며칠 전 과 OT 때 남은 과자와 음료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책상 밑에는 오래전에 마시다가 버리지 못한 소주병도 놓여져 있었다.  우리 과가 워낙에 술을 좋아하다보니 학회실 내의 소주와 소주병이 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어쨌든 3년 만에 찾아온 학회실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이런 지저분한 곳에 허투루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는 건물 밖으로 나가 찬 바람 맞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는 동기와 함께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 과 학회실이 있는 건물 맞은 편에 교내 식당이 있는데 거리도 가깝고 음식 맛도 그리 나쁘지가 않아서 항상 찾아가던 곳이었다.  식당 역시 오랜만에 와보게 되었는데 ,,,, 

3년 전보다 음식 값이 인상되었다.  그리고 식당 안에는 나름 커피 숍처럼 커피를 제공해주는 곳도 있었다.  교내 식당 안에 커피까지 제공하고 있었다니,,,   유명 브랜드 커피 숍 정도는 아니었지만 교내 식당 내에서 판매되는 커피의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3년 전에는 돈까스, 된장찌개, 순대국밥, 볶음밥과 같은 일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서민적인(?) 메뉴가 많았었는데 요즘에는 크림 스파게티, 까르보리나 스파게티,,,(?)   정확히 음식명은 기억은 안 나지만 레스토랑에서 들어봄직한 메뉴들도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들의 가격도 꽤 세다.   까르보리나 스파게티의 가격 같은 경우에는 8000원이었다.  

헐,,,  이렇게 비싼 교내 식당 음식은 처음 봤다( <- 복학생 티를 내고 있는 cyrus )  

이걸 8000원 내고 먹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나도 스파게티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다.  안 그래도 학교에서 밥 한 끼 먹는데도 힘든 재정적으로 가난한 대학생들에게는 스파게티는 그림의 떡일 것이다.  

  

어쨌든 친구와 간단히 식사를 하고난 뒤에 어쩔 수 없이 다시 학회실로 들어갔다. 

역시 남자들끼리 하는 대화의 레퍼토리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 너 군대 어디 갔다 왔냐? ' ,  ' 이번에 새로 들어 온 11학번 후배 여학생 이쁘다. ' 는 등등,,,  그리고 자신이 어제 여자친구랑 모텔에 가서 힘 좀 쓰고 왔다고 떠벌리는 녀석까지... 

군대 갔다오면 남자들은 철이 든다고 하던데 그 말의 의미가 무색케 할 정도로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들은 별다를게 없었다.  이런 말들을 귀담아 듣고 호응하고 맞춰 줘야하는 내 자신의 거짓된 모습이 한심하고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뭐 나 역시 군대 갔다와도 철이 들지 않는 남자들에 속하기도 하지면서도 유흥과 연애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고지식한 성격인 것도 문제지만,,,   고치기기가 여간 쉽지 않을거 같다. (-_-)a   

 

오후를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학회실에서 그렇게 보내다가 강의 시간이 다가오게 되자 슬슬 강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개강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건물 안에는 사람 한 명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내용 수업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배우게 될 강의 내용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는 OT식으로 할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개강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공연히 어제 하루를 시간 낭비한 셈이었다.  이럴 바에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을걸,,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2  대학교재를 지르다   

어제 그렇게 허무한 마음을 뒤로 하기 위해서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기분이 더 꿀꿀해졌다.  이런 암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고 싶었던 것을 사는게 상책인거 같다.  

비록 읽고 싶었던 책을 사는건 아니었지만 이왕에 앞으로 듣게 될 강의 교재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내에서 파는 서점에도 대학교재를 팔고 있지만 우리 집에서 먼 학교까지 찾아가서사는 것보다는 적립금을 주는 알라딘에서 바로 구매하는게 나을꺼 같았다. 

 

 

 

 

 

 

 

    

  

이번에 알라딘에서 최초로 나의 전공이 소개되는 글일 것이다.  뭐 몇 몇 분들은 댓글로 전공을 물어보신 분들이 있어서 내가 행정학 전공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나는 행정학 전공이다.   

예전에 모임 자리에서 전공이 행정학이라고 하니깐 의외의 반응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었다. 대부분 나를 국문학과나 인문 계열 학과 학생인줄 알고 계셨던 것이다. 

아마도 알라딘에서 행정학 전공 관련 교재를 전면적으로 페이퍼에 공개한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다.  대학 교재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서평을 남기지 않아서 땡스투 적립금이 적용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 기록이 남게 되면 분명 누군가에게 땡스투 적립금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용돈 아끼려고 캠퍼스 근처에 있는 제본 가게에 가서 어마어마한 분량의 교재를 제본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대학 교재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 대학 교재 제본을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나쁜 짓도 들통나지 않게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제본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하는 학생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 교재 한 권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어떻게 보면 가난한 대학생들에게는 제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도가 원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행히 그동안 틈틈이 모아온 적립금 덕분에 재정적인 타격은 입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받아온 적립금은 책을 구입한 분들이 아니었으면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썩 좋지 않은 글에 땡스투 적립금이 들어오는 걸 보게 되면 얼굴도 모르는 그 분들에게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이 교재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길이 그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장학금을 타는 것도 나에게는 중요한 목표이다.  행정학이라는 과목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암기식 시험 과목으로 치부하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 때문인지 정작 실용적인 내용은 놓치게 된다.   

그래서 어려운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도 막상 공무원이 되면  머릿속에 남아야 할 대학교에서 배웠던 것 그리고 시험쳤을 때 알았던 행정학적 지식의 내용은 온데간데 없으며 정작 써먹지도 못하게 된다.  

특히 공무원 시험 과목인 <행정법>에도 나름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도 있다. 법과 관련된 공부라는 자체가 좀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법을 알아야 살아가는데 손해를 입지 않는다.  그리고 행정학은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의 학문이기도 하다. 

내가 진로의 길을 공무원으로 두어야할지 여전히 고민의 현재진행형이지만 이왕에 행정학이라는 전공을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배우고 싶다.   
  

  

 

  

  #3  ... 님, 고맙습니다.  

읽고 싶었던 책이 아닌 대학교재를 지른다는게 좀 우스운 일이지만 이왕에 교재랑 선크림도 구입했다.  

 

  

 

 

 

 

 이자녹스 선케어 365-A 이펙트 선크림 SPF45/PA+++   라고 하는데 평소에 비오템 옴므 선크림을 사고 싶어했는데 대학교재 두 권의 가격에 맞먹는 비싼 가격 때문에 그나마 저렴한 가격의 선크림을 선택했다. 

사실 선크림도 건성, 지성 피부에 맞는 것도 있고 자신의 피부에 맞지 않는 것을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피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구매자 40자평을 참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나의 제품에 대한 수많은 구매자평에서 과연 신뢰해도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구매자평은 써보니깐 좋다고 말하는 반면에 다른 평에는 괜히 구입했다고 후회하는 글도 있느니,,  게중에는 구매자평의 또 다른 단점은 상품의 판매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사용하지도 않았으면서도 좋은 내용의 구매자평을 다는 마케팅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이자녹스 선케어에 관한 구매자 서평을 보면서 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마침 사막 위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구매자 서평 한 줄을 발견하게 되어서 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 
 

  

  

워낙에 친숙한 분의 구매자평을 발견하게 되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학교 다니는 외출할 때 자주 선크림을 애용하려고 했었는데 땡스투 누르고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굳이 닉네임을 언급을 안 해도 구매자평만 보면 누군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순,,, 님.  땡스투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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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0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서 대학 캠퍼스 분위기가 물씬 나네요.
그런데 대학내 학생식당에서 8000원짜리 스파게티를 판다니 놀랍네요..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할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제가 아는 학생들은 학비때문에 등록과 휴학을 반복하더라구요...

학회실이나 과방...뭐 이런 곳뿐 아니라 강의실에도 얼마나 많은 과자봉지와 음료수병이 나뒹구는지...
저도 학생들에게 볼 때마다 치우라고 말은 하는데 왜 그럴까요?ㅋ

cyrus님의 전공이 행정학이라니 왠지 달리 보이는걸요?
즐거운 학교 생활 되시길 바래요~

cyrus 2011-03-02 23: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 주위에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휴학하는 남자 동기들이
많아요.-_-;; 저도 이번 해 장학금을 받느냐 안 받느냐에 따라서
내년에 휴학이 결정될거 같아요 ^^;;

그런데 학회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웃긴 건 선배들이
학회실을 지저분하게 만들어놓고는 괜히 후배들에게 학회실 정리하라고
시키려고 하는 것 보면,, 정말,, -_-;;



hnine 2011-03-0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학하셨군요. 개강 첫날 스케치가 예사롭지 않게 읽힙니다. 수업이 없는 개강 첫날이라...역시 개강 첫날이라도 수업을 하는 편이 나아요, 그쵸? ^^
활기 있는 대학 생활이 되시길, 아니 스스로 만들어가시길 바랄께요.

cyrus 2011-03-03 00: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알고보니 다행히 첫 날은 수업은 없었어요.
만약에 제가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에 수업을 했었다면,,
강의 교재 준비와 과제에 관한 내용을 못 들을뻔했어요 ^^;;

stella.K 2011-03-0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누군지 알 것 같군요.
근데 선크림이 건성, 지성 나눠 있나요?
그런 거 구분 안 되있는 줄 아는데...

요즘 대학에 웬만한 커피 전문점, 음식점 다 들어가 있더군요.
등록금에 미친나라라고 하던데 그런 건 또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근데 시루스님 먹는 음식들 보니 꽤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요즘 사람 같지 않아요.ㅎㅎ
남자는 군대갔다오면 철드는 게 아니라, 장가가면 철들더군요.
애 하나쯤 나면 더 들고.ㅋ

웬지 쓰신 글이 시큰둥합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더 살아보면 아시겠지만 학교 다닐 때가 좋다고 느낄 때가
올 거예요. 그러니까 활기차게 시작하세요.^^

cyrus 2011-03-03 00:0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몰랐었는데 군 복무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선크림이 남성용, 여성용으로 나뉘어진 것도 있는데요. ㅎㅎ

아무래도 밀가루 음식보다는 밥이 더 나은거 같아요, 물론 집밥보다는
맛을 훨씬 떨어지지만요,,^^;;

ㅎㅎ 제가 개강날에 관한 페어퍼가 너무 시니컬하게 쓴거 같네요.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다행히 친한 동기 덕분에 학교 생활
하는 재미가 있는거 같아요 ^^

stella.K 2011-03-03 11:46   좋아요 0 | URL
아, 근데요, 스킨이 더무 강렬한 것 같아요.
혹시 바꾸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흐흑~

cyrus 2011-03-03 13:11   좋아요 0 | URL
검은색 바탕이 좋은게 아니었군요. 역시 하얀 바탕이 무난한거 같습니다 ^^;;

비로그인 2011-03-01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 저도 다시 복학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지네요.
이제 곧 학교는 꽃이 활짝 피겠죠 ? ㅎ

오랜만에 오니 cyrus님의 이런 재밌는 페이퍼가 있네요. 밥값, 책값 관련해 적으신 부분에서는 약간 한숨도 나오긴 했지만요. 즐거운 복학생활 되세요 ~

cyrus 2011-03-03 00:0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래간만입니다. ^^

저희 학교 캠퍼스도 벚꽃이 만발하면 정말 이쁜데,, 그 때 꼭 사진으로
담아두겠습니다. 바람결님 응원 댓글을 보니 엔돌핀이 솟네요 ^^

blanca 2011-03-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학번이라니,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cyrus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으셔서 부러운걸요. 제 대학교때 생각도 나고 재미있게 읽었어요. 스텔라님처럼 그때는 모르지만 정말 학교 다닐때가 황금기에요.(너무 고리타분한가요?)저는 cyrus님 나이 때 실용서만 잔뜩 읽었던 것 같은데 cyrus님 책얘기를 돌이켜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강 축하드려요. 봄이잖아요!

cyrus 2011-03-03 00:06   좋아요 0 | URL
07학번도 아직 젋은가요? ㅎㅎ
11학번 입장에서는 07학번도 아저씨랍니다. ㅋㅋ

아이리시스 2011-03-02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시루스님은 07학번이예요? 06학번이 선배니까요. 맞나요? 의도치않게 나이를 말씀해주셔야 할 타이밍이예요, 누나들이 궁금할 수도 있잖아요, 큭.

인문대는 물론이고, 사회과학대는 특히 독서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학문인데, 요즘 책읽는 학생들은 대학에 잘 없으니까요. 저는 인문대. 도서관도 사실 실용책이나 열람실로만 쓰고, 시험이나 영어공부만 하구요. 책읽는 분들 만나면 시루스님을 행정학 전공이라 믿기 그렇죠, 히히히.

개강했군요, 낼부턴 본격시작이겠군요, 그래도 마음에 들건 안들건 함께할 친구들이 있는 게 다행이예요, 특별히 혼자가 낫다고 느끼지 않으신다면요. 복학해서 겉돌다 또다시 휴학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어요, 화이팅이예요, 이왕이면 장학금까지. 근데, 행정학 너무 어렵지 않아요? 흑흑.

cyrus 2011-03-03 00:08   좋아요 0 | URL
네, 07학번이에요 ^^;; 저의 나이는 학번만 봐도 대충 알 수 있겠죠? ㅎㅎ

저도 학교 도서관에만 오면 열람실에서 공부만 해야한다는 현실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독서만큼은 절대로 손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행정학이,, 좀 어려워요,,,-_-;;

아이리시스 2011-03-03 18:2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닉쿤이랑 같은 나이란 얘기잖아요, 아하하하하하.
전공도 어려운데, 부지런하게, 아자아자!^^

cyrus 2011-03-04 00:19   좋아요 0 | URL
아니, 수많은 88년도 연예인 중에서 하필이면 잘 생긴 닉쿤입니까? ㅋㅋ
외모는 어떻게 안 되더라도 성격만큼은 올바르도록 살아야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3-02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정학을 전공하신다고 하셔서 생각난건데 말이죠.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직급에 따라 점심값이 다르게 책정된다네요.
예전에 태안기름유출 돼서, 어패류 먹기 캠페인 했을 때 들은 얘긴데...
35000원짜리 점심을 먹는 어느 고위 공무원이 8000원짜리 점심을 홍보용으로 먹으며 툴툴 거렸다더군요.

요즘 물가가 장난이 아니죠~
옛날엔 시골에서 대학 보내려고 소 판다고 햿잖아요.
요즘은 소 한마리 팔아선 등록금도 안될테니 말예요~ㅠ.ㅠ

cyrus 2011-03-03 00:09   좋아요 0 | URL
다행히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이번에 등록금 동결되어서 망정이지,,
앞으로 등록금 문제는 학교 내에서 계속 거론될거 같아요. -_-;;

굿바이 2011-03-0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으면서 예전 일들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습니다 :)
학교에서 판매하는 음식도 이제 가격이 꽤 나가는 모양이네요.
생각해보면 복학생도 똑같은 학생신분인데, 학교 다닐 때는 왠지 복학생하면 어른같아서 저도 선배들에게 현금을 갈취하고는 했답니다. 그래도 나름 규칙이 있었는데, 삥은 무조건 평화적인 방법으로 500원을 초과하지 않는다,였습니다. ㅋㅋ


cyrus 2011-03-03 00:11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제가 아는 몇몇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밥은 사주는데
꼭 가격 한정선을 긋게 되죠. 그런데 이제는 그 선배들에게 밥 얻어먹을
시기는 지난거 같아요, 오늘도 괜히 장난으로 06선배에게 밥 사달라고
했다가 퇴짜맞았어요 ^^;;

마녀고양이 2011-03-0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대학 캠퍼스 생각을 회상하게 되는 페이퍼네요.
그런데 스파게티가 8000원? 으아, 구내 식당 맞아요?

저두 심리학 교재 사는데, 땡스투 할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사이러스님 처럼 올릴까 하다가...... 귀차니즘으로 패스했답니다. 아하하.

이제 복학하셨으니, 귀여운 여학우 많이 만나시고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멋진 대학 생활 페이퍼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cyrus 2011-03-03 00:13   좋아요 0 | URL
그래도 대학 구내 서점보다 쪼금 가격이 싼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으려고 해요. 마고님이나 윗 분들이 말씀했던 것처럼
먼 훗날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해봐야겠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3-0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학창시절이 좋다고 했군요.그러고 보면 나는 참 특이하고 괴팍한 것 같습니다.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cyrus 2011-03-04 00:16   좋아요 0 | URL
음,, 노자님 댓글 보고나니 저도 학창시절 또래들과 남달랐던거 같아요.
학창시절에는 제 또래 친구들은 스타크래프프나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에 매달렸는데 저는 그런거에 관심도 없었고 지금까지도
온라인 게임을 제대로 즐겨보지도 않았거든요.
그리고 노는 것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구요,, 술집은 그나마
많이 가보는 편인데 클럽이나 나이트 같은 소란스러운 곳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답니다. 나쁘게 말하면 노는 방법을 모른다고 해야되나요,,? ^^;;

이런 학창시절 같은면 으레 후회하고 되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저 역시 학창시절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답니다.
시간은 거꾸로 가게 되면 또 군대 가야 되잖습니까? -_-;;

노이에자이트 2011-03-04 16:30   좋아요 0 | URL
저는 초중고는 물론 대학생활도 다 지긋지긋합니다.
 
<반자본발전사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반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 왕이 만난 두 명의 백성   

아일랜드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 <어린 왕>을 보게 되면 화려한 세상의 이면 뒤에 숨겨진 비참한 현실을 깨닫게 되는 어린 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가 안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권력자로 상징되는 존재가 바로  ' 왕 ' 이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는 이 어린 왕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왕이라는 인식과 상반되고 있다.  

어린 왕은 이상한 꿈들을 꾸게 되는데 그 증 첫번째 꿈에서 초라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직공을 만나게 된다. 어린 왕은 직공에게 말을 걸게 되는데 직공은 자신이 처한 불우한 상황을 탄식조로 늘어 놓기 시작한다.  

 

" 전쟁터에서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노예로 삼고, 전쟁이 없는 곳에서는 부유한 자가 가난한 자를 노예로 만들지.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만 하오. 부자들은 우리에게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돈을 주지. 우리는 하루 종일 그들을 위해 일하고, 그들은 금고에 금을 쌓아 올리고 있소.  [.....]  

포도를 밟아 으깨는 것은 우리인데 정작 그 즙을 포도주로 마시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고, 옥수수를 심고 거두는 것은 우리인데 정작 우리 식탁은 텅 비어 있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여 있다오. 사람들은 우리를 자유롭다 하지만 우리는 노예나 다름없소. " 

- 오스카 와일드 [어린 왕] 중에서, p 108, <별에서 온 아이들>, 펭귄클래식코리아 -

 

꿈 속에서 만난 직공의 말을 들은 왕은 자신이 지금까지 꿨던 꿈 속의 내용들이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에 사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이한 내용의 꿈을 꾸고 나서부터 왕은 파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몸에 두루고 있는 화려한 의상을 벗어 던지고 과거에 왕이 되기 전에 염소지기 시절에 입었던 남루한 옷을 입기 시작하였으며 자신의 머리 위에 씌어 있던 황금 왕관 대신에 들장미가지로 만든 왕관을 씌웠던 것이다. 가난한 백성들의 말 못하는 고통을 공감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였다. 

이러한 왕의 파격적인 복장을 본 신하와 귀족들은 처음에는 자신이 섬기는 왕인줄 몰랐거나 혹은 일부는 왕의 행동에 대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거지나 다름없는 서민의 옷에다가 장미가지 왕관을 씌우고 있는 왕의 모습에 몇 몇 신화들은 수치감을 느끼기도 한다. 국가의 권력을 상징했던 왕이 돌연 가난한 거지 행세를 하는 모습에 못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신화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왕은 의상은 변했어도 자신이야말로 이 나라를 다스리는 위대한 왕이라는 위엄이 어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왕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수많은 군중 속의 한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전하, 전하께서는 가난한 자들이 부유한 자들의 호사스러움 덕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정녕 모르시옵니까?  전하의 허영 때문에 우리가 먹고 살 수 있으며, 전하의 부도덕함 때문에 우리가 빵을 얻을 수 있는 것이옵니다.  가혹한 주인에게 봉사하는 것도 힘들지만, 봉사할 주인이 없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일이옵니다. " 

- 오스카 와일드 [어린 왕] 중에서, p 118,  <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코리아 -

 

남자가 어린 왕에게 한 말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백성들에게 어린 왕이라는 존재는 강력한 힘을을 가진 권력자라는 의미를 넘어서 화려한 부(副)의 상징이다. 부유한 자들 덕분에 가난한 자신들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반대로는 자신들이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이유가 ' 강한 자 ' 들의 존재 때문이라는 원망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자신들과 같은 ' 약한 자 ' 들은 그들을 위해서 죽을 때까지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는 정신적 무력감을 가지고 있는 부유한 자들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부유한 자를 향한 가난한 자들의 이중적인 시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올리버 트위스트> (2005년 작)  

오스카 와일드는 어린 왕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의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서 영국 전역에서 불어닥쳤던 산업 혁명의 여파가 여전히 감돌고 있었던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상을 풍자하고 있다.   

기계의 등장으로 공업화 사회로 이행되면서 자본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하였다. 자본을 어느 정도 소유하느냐에 따라서 부유한 자(부르주아)그렇지 못한 자(프롤레타리아)계급이라는 경계선으로 나눠지게 되었으며 이들 간의 대립과 격차는 날로 심해져만 갔다. 특히 프롤레타리아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은 궁핍한 환경 속에서 불만족스러운 처우를 받으면서까지 일을 해야만했으며 그렇게 일을 해도 빈곤의 삶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이 가난한 서민들이 바라는 꿈이였지만 자신들 앞에서 떵떵거리며 다니는 부유한 자들의 삶을 내심 동경하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가를 한 몸에 받았던 찰스 디킨스<올리버 트위스트>에 나오는 동명 주인공처럼 서민들은 선량한 부자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은근히 바랬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데델라가 되려는 꿈은 실제 영국 사회에서는 절대로 이루어지기에는 힘들었지만)  그리고 와일드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군중 속의 남자처럼 부유한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힘을 무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가 빅토리아 시대 사회상에서 볼 수 있는 양면성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볼 줄 아는 남다른 혜안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독자가 느끼게 되는 더 놀라운 사실은 와일드가 바라 본 영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있는 흔한 현상이며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부유한 자들끼리 누리는 부당한 삶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나름 부유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명품을 고집하며 언젠가 자신도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될 수 있다는 헛된 꿈 때문에 가능성 없는 희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부유한 상류층들이 보여주는 사회적 능력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강대국이 되는 방법  

자본주의의 꽃이 만발했던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에 부르주아 기득권 지배층들은 자신들의 자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산업 육성의 발전을 강조할 수 밖에 없었다. 계층 간의 극심한 빈부 격차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부르주아 지배층들은 산업 발전이 가져다주는 장밋빛 희망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을 향한 프롤레타리아의 불만을 쉽게 잠재우려고 했다.  지금보다 더 경제가 좋아지며 빈곤층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그리고 산업 발전이야말로 곧 강대국이라는 단순화된 도식도 등장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강대국으로 갈 수 있는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 제국 열강들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식민지 획득을 통해서 자원의 수탈이나 착취를 노골적으로 행하였다. 이들에게는 어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든지간에  ' 발전과 개발 ' 만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이었던 것이다.  나라를 지탱할 수 있는 부도 축적했겠다 식민지 개발을 통해서 얻은 부를 통해서 ' 강한 나라 ' 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인해 주춤했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누리게 되었으며 강대국으로써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덕분에 경제적인 호황을 누리는 동시에 세계 패권의 지휘봉마저 잡게 되었다.  

식민지주의가 빛바랜 1949년 1월 20일에도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이 날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선포하기에 이르게 되며 그의 선포문에는 미국의 세계적 위상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자신들 스스로 강대국이 되었다는마냥 자만심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과학 진보와 산업 발달의 수혜가 저발전 지역의 향상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롭고 과감한 사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이익을 수탈하는 낡은 제국주의는 우리 계획 안에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구상하는 것은 공정한 민주적 거래에 토대를 둔 발전 사업입니다.  

- <반자본 발전사전> p 36 -

  

오늘날에는 중국의 등장으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세계화의 유행 속에서도 세계를 향한 미국의 패권은 여전하다.  거기에다가 중국은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패권을 가진 나라로 성장하게 되었고 그 뒤를 위어 인도, 일본 등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 인도, 일본 등과 같은 나라들도 세계화로 이어지는 경제 발전과 개발을 강조하고 있으며 작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도 강대국으로 가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발전 비관론자들이 보는 ' 발전과 개발 '  

그러나 발전 비관론자들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가 더 좋은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세계의 빈곤만 더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수백년동안 지속된 ' 공업 문명 = 강대국 ' 이라는 자본주의적 도식 때문에다 다원적이었던 세계의 가치관이 점점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들은 자신의 수준에 걸맞기 않게 강대국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적 도식을 억지로 도입하다보니 도리어 빈곤 문제를 가속화하게 만든 역효과만 불러 일으켰으며 개발 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경제적 수준의 격차는 더 이상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발전과 개발 ' 을 부르짖었던 강대국식 자본주의의 탄생 배경과 그 문제점을 총 19명의 발전 비관론자들이 모여 총 19개의 항목으로 분석하고 있다.  발전 비관론자들의 주장과 분석을 엮은 볼프강 작스에서부터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의 제도화를 비판했던 故 이반 일리히,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 반다나 시바까지 <반 자본 발전사전> 은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 안티(Anti) ' 발전론자들의 향연인 것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발전과 개발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낱낱이 자본주의의 허물을 벗겨내고 있는 19명의 석학들의 날카로운 주장이 썩 달갑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 명시한 일러두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읽기 전에 일러두기를 먼저 봐야한다. 19명의 석학들이 말하고 있는 ' 개발 ' 은 긍정적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자연으로 대표되는 천연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인간의 생활을 유용하게 만든다는 건전한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 발전 ' 이라 쓰고 ' 빈곤 ' 이라 부른다

<반 자본 발전사전>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 사전 ' 답게 적지 않은 분량이며 자본주의라는 집합의 원소들로 구성된 개념들을 반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발전에서부터 기술까지 총 19가지의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도 좋다.   

평소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의 장면을 마주치게 되는 것처럼 <반자본 발전사전>도 평소와 다른 독서를 하게 되면 발전과 개발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의외로 발견할 수 있다.  

볼프강 작스가 쓴 [서문]은 발전 비관론자들이 말하고 있는 사상적 맥락을 간략히 이해할 수 있는 독서의 준비운동이다. 역시 볼프강 작스가 쓴 제1장 [발전] 챕터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사용하고 듣게 되는 단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제일 중요한 핵심내용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1장부터 시작해서 제4장 [도움], 11장 [빈곤], 15장 [과학], 2장 [환경] 순으로 읽어나갔는데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는만큼 서로 관련이 없어보이는 발전 비관론자들의 주장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루먼의 1949년 선포 이후로 ' 발전 ' 이라는 기준으로 강대국, 개발 도상국으로 본격적으로 구분짓기 시작하였으며 (1장 ' 발전 ')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개발 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의도의 개발 원조라는 이름 아래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권력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개발 도상국은 강대국이 만들어낸 진리를 철석같이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 도움 ' 으로 이해하게 된다. (4장 ' 도움 ' )    

그러나 강대국이 제시한 도움에 지나치게 맹신하는 개발 도상국은 자신이 처한 빈곤의 상황에 대해서 무력감 또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 쉬우며 자신의 처한 현실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에 대해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부유한 나라라는 기준에 대해서 항상 강대국의 시선과 그들이 만들어낸 기준을 잣대로 바라보는 빈곤에 대환 획일화된 관점을 가지게 된다. (11장 ' 빈곤 ')     

그리고 강대국은 과학이야말로 산업 위주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더 좋은 삶을 위한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으며 (15장 ' 과학 ' )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새로운 문제점으로 등장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으로 탄생된 것이 생태학이다. 생태학을 통해서 ' 지속 가능한 발전 '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포장하여 빈곤의 불평등과 극심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2장 ' 환경 ')  

 

이런 순서의 독서를 통해서 자본주의에서 강조하고 있는 발전의 장점은 강대국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한 용어였으며 새로운 개념들과의 결합을 통해서 새로운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는 ' 발전 ' 의 위력은 지금도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그 힘은 세계적인 빈곤 문제를 더욱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판 MB 정부의 자본 발전사전

 


이명박 대통령의 2011년 신년연설 키워드 그래프 (출처: 연합뉴스)
  

올해 이명박 대통령 신년사에 관련된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서 역대 대통령의 신년사를 분석하여 키워드로 분류한 것인데  지금까지 대통령들이 국민들에게 강조했던 정치적 키워드를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키워드 분석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가장 강조되었던 말은 경제, 성장, 복지, 일자리 등이었다. 그 수많은 키워드 중에는 유독 경제, 성장이 눈에 띈다.  작년에 서울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기세등등한 것일까 ?   국운융성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선진국의 문턱을 단숨에 넘어가자는 대통령의 당찬 포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의 화두는 경제 성장인 것이다.  경제 성장과 관련해서 눈여겨 봐야할 키워드는 개발, 기업, FTA, 녹색이다. FTA는 굳이 말할 것도 없듯이 지금까지도 국정 운영에서의 뜨거운 감자로 지금도 논란의 열기가 여전하다. 그리고 개발(Development)이라는 단어는 경제 성장에서 절대로 땔래야 땔 수 없는 단어이다.   한국형 뉴딜 사업으로 표방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MB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대표적인 개발 정책이다.   

만약에 볼프강 작스, 이반 일리히 등과 같은 세계의 저명한 발전 비관론자들이 MB 신년사 키워드 그래프를 보았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19명의 ' 안티(Anti) ' 발전론자들이 만들어 낸 <반자본 발전사전>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MB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올해 국정운영 키워드 그래프는 ' 자본 발전사전 ' 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구제역보다 무시무시한 자본주의의 돌림병  

MB 정부의 신년사 키워드 그래프를 통해서 한국 역시 발전과 개발만을 강조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흐름에 이미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도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 발전 ' 자본주의의 환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현실에 대한 마하트마 간디(모한다스 간디) 의 경고는 발전 비관론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작은 섬나라 하나(잉글랜드)의 경제 제국주의가 지금 세계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인구가 3억인 나라가 하나같이 그런 경제 수탈에 나선다면 메뚜기 떼처럼 세계를 깡그리 벗겨먹을 것이다.  

- <반자본 발전사전> 개정판 서문중에서, p 21 -

간디의 경고에서 말하고 있는 주요 단어들을 살짝 바꿔서 표현하자면 미국' 발전 '자본주의가 지금 세계에 족쇄를 채우고 있으며 현재 13억이라는 육박한 인구 기록을 가진 중국까지 그런 경제의 대열에 나선다면 모든 국가들도 일제히 따라 나서게 되고 세계는 또 다른 불화와 사회적 질병들이 생겨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 사회적 질병 ' 은 단순히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곤 문제만이 아닌 모든 나라가 ' 발전 ' 자본주의의 환상에 집단적으로 시달리는 것이다.  '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 라는 속담이 있듯이 개발 도상국이 ' 발전 ' 자본주의의 환상에 지나치게 맹신하는 나머지 빈곤과 저성장 문제는 더 심화되는 동시에 자신들이 빈곤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자죄감에 빠지기 쉽다.  그들은 그런 자괴감 속에서도 언제나 강대국이 내세우는 ' 발전 ' 이라는 명목의 원조와 도움만이 자신들의 상황을 구제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은 여전히 버리지 안않는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잇따라 퍼지는 돌림병처럼 제2, 제3의 개발 도상국으로 전염되어 악순환이 반복, 유지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통치 하의 식민지 지배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라는 뼈아픈 역사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으며 초고속 경제 성장이 준 달콤한 맛에 들인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환상의 돌림병의 증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돌림병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으며 선진국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지 않는 이상 돌림병을 치유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마나 돌림병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방법은 그동안 긍정적으로 여겨져왔던 자본주의의 또 다른 이면을 살펴보아야 하며 근본적인 이해를 통해서 강대국이 만들어낸 ' 발전 ' 에 대한 환상과 신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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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2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 도서인가 보군요.
MB정권을 일컬어 '자본 발전 사전'이라고 칭한 것도 흥미롭구요.
안 읽어도 님의 자상한 리뷰덕에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겐 개발 뿐만이 아니라 많은 긍적적인 단어들이 반어법으로 읽히는게 문제에요~ㅠ.ㅠ

cyrus 2011-03-01 12:36   좋아요 0 | URL
저는 오히려 더 좋은 점에만 생각해서 문제인거 같습니다. ^^;;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좋든 싫든 간에 보이지 않는 이면까지 봐야하는데,,
저는 개발과 발전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었거든요 ^^;;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의 발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반딧불이 2011-02-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카 와일드의 <어린왕>에 나오는 말(118쪽)은 정말 의미심장한 말이네요. 어린왕과 올리버 트위스트, 반자본 발전사전, 이명박...사이러스님 생각의 지도가 보이는듯 합니다.

cyrus 2011-03-01 12:43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개발 원조가 유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빈곤] 챕터 내용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 강대국의 개발 원조가 오히려 빈곤문제를
부추기고 있었다는 사실이요,

꽃도둑 2011-02-2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의 자본발전 사전은 발전과 토목을 동의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한 눈에 보이네요.
아 여기서 녹색, 젊은이, 추진, 행복, 도움, 미래, 자유ㅡ등등
죄다 가짜 논리라는 거죠.
[반자본발전사전]은 그러한 가짜논리에 속지 않도록 개념 정의를 다른 각도에서 한 거라고 생각돼요.

구제역보다 무시무시한 자본주의 돌림병! 맞아요. 백신보다 다원주의식 치료법이 더 중요하죠. 느리게 길들이기....그리고 자본주의 힘 빼기, 발전 전문가를 불구자로 만들기 등등..

cyrus 2011-03-01 12:46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책이 선정되어서 나름 뿌듯한거 같아요,, <반자본 발전사전>도
저에게 의외로 수확(?)이었던 책이었습니다. 언제나 읽어봐도 괜찮을거
같아요 ^^;;

이런 자본주의의 환상이 한국은 이미 빠진 것이나 다름없고 또 다른
개발 도상국들에게 퍼진다는게 위험한 일이죠. 오히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또 다른 빈곤을 더 생길꺼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2-2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뭐가 문제인지 아세요?
한탕주의 이죠, 비단 금전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꾸준히 노력하거나 고민하거나 하나씩 해결하지 않고, 아니 아예 이런저런 사유로 시도조차 않고 무조건 한탕으로 해결나기를 바란다는거죠... 그러니 자본주의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들리겠어요? 특히 무한경쟁 시장에 발을 놓은 자본주의가....

사람은 도리어 선택 조건이 없을 때, 너무 취약한 상황만 아니라면 더
행복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참 모순적이죠.....

사이러스님. 제가 제일 두려운건요, 책을 읽고 아 이제 조금 알거 같아 하는데
다른 책이나 지식에 접하고, 또다른 측면이 있구나 하면서 내내 헤매는거....
이게 평생갈까봐 무서워요. 세상이 너무 넓어요. ㅎㅎ

cyrus 2011-03-01 12: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인간은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었던 익숙한 지식이 완전히 부정되어
폐기된다면 새로운 지식에 대한 인식을 두려워하기 마련이죠.
저도 그동안 발전, 개발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읽는 내내 발전 비관론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심 불편하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마고님 말씀처럼 번거롭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사유나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옳은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도
너무 넓기도 하고요 ^^

잘잘라 2011-02-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박2일 멤버들이 복불복 게임하면서
너무나도 솔직하게, 너무나도 자주, 너무나도 큰소리로 외치는 한마디
"나만 아니면 돼!"

그리고 술자리에 가면 심심챦게 들을 수 있는 외침
"인생 한 방!"

들을 때마다 섬뜩 섬뜩해요. ㅜㅜ

cyrus 2011-03-01 12:53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정부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는거 같아요. 나만 아니면 돼!
일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없이 그냥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들이대는거 같습니다 ^^''

herenow 2011-02-2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그럴싸하게 보이는 '신년연설 키워드 그래프'의 예쁘장한 단어들이
실제론 어떤 의미인지 속속들이 밝혀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었죠.
더 쉽게 읽히도록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네요.
그러면 더 많이 읽히고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사회적 영향력이 생길텐데요.

복학생의 개학날, 어땠을까 궁금하군요. ㅎㅎ

cyrus 2011-03-01 12:55   좋아요 0 | URL
네, 몇 몇 내용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쓴 글이라서 몇 몇 독자들은 쉽게 읽혀지지 않았을거 같네요. ^^

맥거핀 2011-02-28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카 와일드의 <어린 양> 읽어보고 싶네요. 이 리뷰에서 또다른 책을 배우고 갑니다.^^

cyrus 2011-03-01 12:56   좋아요 0 | URL
펭귄클래식 시리즈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선집인 <별에서 온 아이>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아주 좋은 이야기가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

교고쿠도 2011-03-0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생각하면 군사독재 시대보다도 지금이 더 막장(!)이라 생각됩니다. 그때는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저항하였으나, 지금은 부조리에 저항하는 모습조차 거의 볼 수가 없으니까요...

cyrus 2011-03-01 13: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은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해서 이렇다 할 저항에 대한 사고와
생각이 실종된거 같아요. 아무래도 돈과 자본이 강조되는 자본주의의 단맛에 우리나라 사회가 이미 빠져버린 것이 원인인거 같습니다. 몸에
안 좋은 불량식품이면서도 불량식품 특유의 맛에 빠져드는 것처럼
자본주의를 쉽게 부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이기도 하고요.

아이리시스 2011-03-0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는 일단 늘 멋지니까 뒤로 하고,
개강 하셨습니까? 개강하셔도 이렇게 멋진 리뷰 보여주실 겁니까?
개강계획은 뭡니까, 장학금입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cyrus 2011-03-01 16:02   좋아요 0 | URL
글쎄요... 책 읽고 글 쓸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몇 권씩은 꾸준히 읽으려고 해요. 그리고 아이리시스님
한 발 늦으셨네요, 아까 방금 어제 있었던 개강날에 대한 페이퍼 올렸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