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한 권이 국내의 서점가를 강타하였다. ' 정의 ' 라는 단어를 필두로 하는 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담은 인문사회과학 도서들이 줄줄이 출간되었다. 그 영향을 힘입어 현존하는 시대의 진보적인 지성 노엄 촘스키와 68세대 철학자로 상징되는 미셸 푸코가 만나 인간의 본성, 정의, 정치 등에 대해서 열띤 대담을 정리한 책이 나오게 되었다.  

노엄 촘스키, 미셸 푸코.  서로가 지향하고 걷고 있는 학문의 길은 다르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두 지성인의 만남은 지적 독자들에게는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928년 출생인데 우리나라 나이로는 83세이다) 현재도 활발히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때 최고의 지성인으로 몇 년 전에 그의 저작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와 서점가를 주릅 잡았던 촘스키였는데 , , , 

상전벽해(桑田碧海) 라는 말이 떠올리는 순간이다.  

이 책, , ,  생각보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거 같다.  국내에 자리잡은 마이클 샌델 신드롬이 강력한 것도 있었지만 대다수 독자들에게는 ' 미셸 푸코 ' 의  전체적인 사상 체계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선뜻 이 책을 고르기가 어렵게 만드는 선입견으로 비췄을 것이다.  사실, 나도 미셸 푸코의 그 유명한 저작들 <광기의 역사><감시와 처벌> 과 같은 책들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고, 푸코의 사상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잡혀있지도 않은 백지 상태라서 처음에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두 지성인의 대담은 베트남 내전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극심했던 1971년에 이루어진, 오래된 대담이기도 하다. (만약에 촘스키 신드롬이 불었던 시기에 이 책이 일찍 소개되었다면 반응이 어떠했을까?) 무려 30년이 지난 것이다.  30년이 지난 두 지성인의 대화가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뜬금없기도 하다.  

스타버스트(Starbust)라는 천문학적 용어가 있다. 2개의 은하가 충돌하면 가스가 압축 생성되어 새로운 별들이 탄생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진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폰스 엘더르스의 말처럼 인문학의 산맥을 반대 방향으로 오른 지성인의 만남이라고 표현하였다.  서로 다른 루트로 인문학 산맥을 등정하고 있는 촘스키와 푸코가 산맥 정상에서 만나 이루는 지적 충돌의 논쟁은 대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들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지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첫 대담 주제인 ' 인간의 본성 ' 에서부터 촘스키와 푸코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운다. 

촘스키는 어린아이의 언어 습득 능력을 들어 '인간의 본성' 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반면 푸코는 그건 역사적, 사회적 제약을 받는 인식론적 지표일 뿐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 본성 ' 에 대한 대화의 출발점이 시작하자마자 다른 만큼 정치, 권력, 진리에 대한 그들의 견해도 서로 다르다.    

그리고 ' 정의 ' 에 대해서는 촘스키는 인간성의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야말로 ' 정의 ' 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중이 이룩하려는 사회 혁명은 바로 정의를 달성하려는 것이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실현하려는 것이며, 혁명이 단지 어떤 집단에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푸코는 정의라는 개념은 특정 정치경제 권력의 지배 수단으로서 혹은 그러한 권력에 대항하는 무기로서, 여러 다른 유형의 사회에서 발명, 유통된 개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 대중들을 위한 지성인의 대담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촘스키와 푸코의 사상 체계의 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다간 낭패 볼 수 있다.  다행히도, 나 같은 무지한 독자들을 위해서 이들이 말하고 강조하고 있는 주요 특정 내용을 책 중간중간에 말머리로 표시되어 있다.  말머리 편집 덕분에 이들이 나눈 대화들을 간략히 정리할 수 있었다. (비록 인용한거나 다름 없지만)    

 

사족으로 부족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번 신간평가단 도서중에서 읽기 어려웠던 책인거 같다.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이 글 한 편 쓰기 위해서 이 책의 1장은 틈만 나면 여러번 읽었다. 김득신은 <사기열전>의 '백이편' 을 수만번 읽고나서야 그마나 내용을 이해했다던데 , , ,    

김득신 정도의 득도까지는 안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촘스키와 푸코라는 지성의 양대 산맥에서 헤맨 것은 보다 나은 성숙을 위한 정신의 성장통이라고 위안을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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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2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촘스키나 푸코는 어렵긴 어렵죠?
그래도 이 책은 좀 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ㅠ

cyrus 2011-01-23 20:14   좋아요 0 | URL
촘스키나 푸코의 사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저에게는
읽는데 좀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제 리뷰만으로
벌써부터 기 죽지 마세요^^;;

마녀고양이 2011-01-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책 어렵지 않아요 하고 물어보려니까...
페이퍼 맨 뒤에 써놓으셨네요. 크크.

저는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의 글을 보면,
천재란 이런 것이야 하고 생각하게 되염. 너어어어무 어려워서,,, 흐흐.

cyrus 2011-01-24 14:28   좋아요 0 | URL
정말,,, 이 책 억지로 완독하고 난 뒤에도 할 말 없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ㅠ_ㅠ

비의딸 2011-01-2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정말 힘든 책이었어요. 서평을 올리기도 벅차서 저한테만 힘든 책인것 같아 많이 고민했어요. 득도... 무엇을 위해 득도까지 해야 하는 회의까지 들지 뭡니까.. ^^;

cyrus 2011-01-24 14:2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두요. 그나마 정치에 대한 논쟁은 그나마 이해하고
공감이 갔었는데 처음에 본성에 대한 논쟁은 확 와닿지 않더라구요^^;;

꽃도둑 2011-01-24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가 어려운 건 비단 사이러스님 만이 아닌가보네요...저조하게 달린 리뷰만 봐도 그렇고... 비의 딸님은 득도까지 생각하는 걸로 봐서는....ㅎㅎㅎ
아마도 지금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ㅋㅋ
이제 얼마남지 않았는데 다들 완주하는 일만 남았네요.
다들 힘내자구요~~

cyrus 2011-01-24 14:30   좋아요 0 | URL
지난 달 <왜 도덕인가?>의 안 좋은 추억(?)이 떠올려서 급히 읽고
후다닥 썼어요..^^;;

아이리시스 2011-01-2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읽으셨잖아요, 그죠? 흡;
저야말로 촘스키는 손도 못대고 푸코는 사놓고 3년째 묵히는 중이고,ㅋㅋ

cyrus 2011-01-25 19:20   좋아요 0 | URL
저 그래서 마음 먹고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구입하고
정독하려고 했는데,, 방대한 분량에다 이에 맞먹는 가격 때문에
좌절했어요 ^^;;
 
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 , 중략 , , ,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이 상 <오감도> 시제 1호 중에서 -  

 

 

  

  살얼음 위에 서 있는 대한민국   

세상에는 불안과 공포는 항상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상황에 따라 막연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만약에 당신이 얇게 얼린 살얼음 위를 걷는다고 상상해봐라.  

살얼음 위에 발을 밟는 순간, 얼음덩어리가 깨지면서 당신은 물 속에 빠지게 된다.  

당신이 예전에 살얼음 위에 걷다가 물에 빠졌다거나 혹은 살얼음 위에 한 번도 걷지 않았더라도 살얼음 위에 걷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사자성어 중에서 ' 여리박빙 ' (如履薄氷) 이라는 말이 있다.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살얼음을 밟게 되면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깨지고 만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서민들은 자고 나면 터지는 비윤리적인 범죄 사건에 불안해하고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시달린다. 경제성장률은 호전되고 있으며 상승될거라고 매스컴에서는 장밋빛 희망을 선전하고 있지만, 가계 살림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업과 취업난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국가 안보에 대한 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으며 전국을 덮쳐버린 구제역은 또 한 번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 발전, 성장 ' 을 이룩하겠다는 MB의 신년 포부는 좋다. 하지만, ' 발전 ' 에 눈이 먼 나머지 내부 사회에서 절망의 목소리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인지를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절망의 짐들을 떠안게 된 대한민국은 사회가 언제 무너져내릴지도 모르는, 살얼음 위를 그렇게 걷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 G20 정상회담 이후에 좋아진 대한민국 이미지에다가 최근 소말리아 해적 소탕 이후로 또 한 번 ' 대한민국 ' 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로부터 강력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기세등등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 대한민국 '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게 현실이다.

 

 

  불안장애에 이르는 병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행복감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세계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통계에서는 우리나라는 상위권에 유지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들은 행복지수에 상위권에 랭크되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행복은 경제성장순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국가별 통계에서 자랑스럽게 1위를 하는 것은 바로 ' 자살률 ' 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살 충동을 부르게 하는 개인적인 심리 문제 혹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해 사람들은 ' 불안' 이라는 감정을 형성하게 된다.

불안이란 자기에게 닥칠 위험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미래의 가능성으로서 존재하고 있어 자기에게 해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즉, 우리 앞에 보이지 않거나 맞닥뜨리지 않은 위험 요소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과하게 되면 ' 불안장애 ' 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  불안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불안해 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불안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닥치지도 않을 위험을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대중들의 현재 심리는 ' 불안 ' 이라고 말하기보다는 ' 불안장애 ' 정도에 이르는 아주 위험한 수준이다.  

일년에 한 번씩 치르는 수능시험날이 되면 꼭 수험생 한 명은 자살하게 된다. 기대한만큼 원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절망에 빠지다가 건물 옥상으로 향하고 만다.  앞으로의 생활고를 견디기 힘든 나머지 자신이 낳은 핏덩어리인 자식을 매정하게 버린다거나 혹은 죽음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구제역의 여파가 사라지지 않게 되자, 대중들 사이에서는 일명 ' 구제역 괴담 ' 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 인해 지나치게 불안해거나 극단적으로 과대망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심각한 증상은 자기 파멸을 향하는 지름길이다.  

  

 

  ' 사회 ' 가 만들어낸 만성적 불안

김태형의 <불안증폭사회>에는 우리나라 대중들의 불안 증세를 ' 만성적 ' 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특유의 불안 증세는 최근에서 비롯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 대중들의 심리에 큰 변화가 있었다. 사회로부터 냉혹하게 내팽겨쳐버렸다는 정신적 상처를 얻게 되었고, 그 상처로 인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흉터가 생기게 되었다.  그 흉터로 인해서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국가 발전과 성장을 위해 정부가 부르짖었던 ' 신자유주의 ' 사회구조 체제는 불안에 떨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에 또 다른 괴물로 등장하였다.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조금이라도 뒤쳐지게 되면 사회에서 낙오된다.  오직, 경쟁 끝에 살아남은 승자만이 최고다.  전장터 같은 사회 속에서 대중들은 ' 신자유주의 ' 괴물을 무서워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 신자유주의 ' 괴물이 양산한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 등은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 괴롭히고 있다.  

   

 

  김태형 씨, 당신은 ' 심리학 전문가 ' 이지, ' 정치 전문가 ' 조국이 아니에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커다란 원인은 바로 ' 사회 ' 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개인의 불행한 문제탓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병리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을 정신적인 병에 걸리게 만드는 원인을 단지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는 사회적 인식의 틀을 타파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시도이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만성적 불안을 고칠 수 있는 방안을 협소한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신 질환을 고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 구조에 자리잡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영역들을 축소하고, 사회안전망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세력들이 조직 내부의 건전한 공동체화를 토대로 건설하느냐에 따라 대중적 지지 확보 여부가 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안 증폭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열쇠가 진보의 손에만 쥐어져 있단 말인가?  

책의 저자는 분명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자이면서도 심리학 박사가 되기 전에는 1980년대 사회운동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사회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진보적인 관점 덕분에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악했다는 점이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 되었지만, 해결 방안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는 진보만이 해결해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있어 진보와 보수, 두 정치권이 보여준 대응과 자세는 부족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입장의 이분법을 떠나서 대립보다는 화합적인 자세를 가지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거 없이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해서 의혹과 대립으로 난무하는 정치권 세력이 만들어낸 사회적 불신을 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불안증폭의 병의 근원을 뿌리뽑는 일이다.   무조건 불안의 원인을 ' 사회 ' 라는 개념으로 추상적으로 접근하여 정의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개선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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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2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똑 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 이렇군요, 이 사람 심리학자라고 해서 불안을 어떻게 버무려 낼지 궁금했었는데 말이죠~^^

cyrus 2011-01-22 21:44   좋아요 0 | URL
불안에 대해서 심리학적 접근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저자의 사회비판적인 관점이 많았어요.
그리고 불안의 원인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기도 합니다.

아이리시스 2011-01-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상의 시는 하나도 틀린 게 없네요.
이 책 궁금했는데, <오감도> 보니까 관심 뚝!
무섭고 절망적이고 그렇지만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이 그런거니까요, 아하하.
심각한 책과 리뷰 앞에 저는 너무 발랄~

cyrus 2011-01-23 20:18   좋아요 0 | URL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것은 불안의 원인은 사회라는 것인데,,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처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이 언급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미 소개된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어서 소리만 요란했던 책인거 같아요. 결국 중요한 사실은 이상의 시처럼 인간에게 불안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1-2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보수 입장의 글,
또는 진정한 보수에 대한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이러스님, 제게 추천하실 책 없으세요?

cyrus 2011-01-24 14:34   좋아요 0 | URL
아까 방금 마고님 댓글에 책 추천하셨길래 감사의 인사를 드렸는데,,
저도 그렇게 좋은 책을 구별하는 안목이 부족해서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가 없어서,, 괜히 미안해지네요..

보수의 입장에 대한 관련된 책이라면,,
앨버트 O.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보수에 대해서 진지하게 분석하고 논한 책이라서 우석훈, 장하준도
추천한 책이에요.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는데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더라구요.
 
몰타의 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63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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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330] 몰타의 매

 

 

" 톰, 내가 볼 때 샘 스페이드는 자기 집안 문제는 자기가 조용히 해결할 사람일세 . " 

 - 대실 해밋 <몰타의 매> p 30 -  

 

 

  매서운 한파 때 읽어서는 안 될 책   

요즘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전날의 한파보다 추위가 한 풀 꺾었다고 했지만 해가 물러나는 밤은 한파 못지 않게 춥다.   최근의 한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꽁꽁 얼게 만들었다. 물, 수도, 식물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잠시나마 풀린다던데 전국적으로 눈이 또 온단다.  그리고, 또 한 번 한파가 찾아 온다는데, 오스카 와일드가 쓴 단편소설 속에 있는 표현처럼 차디찬 ' 얼음 왕의 키스 ' 를 받게 되었다.   얼음 왕의 심술은 따뜻해야할 집도 피할 수는 없었다. 세탁기가 잠깐 맛이 간 것 이외에는 생활하는데 지장을 줄만한 동파 피해는 입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바깥보다 춥지 않지만 충분히 마음을 시리게 만드는 한기의 여운이 감돈다.   

그런 차디찬 분위기의 텅 빈 방 한가운데서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를 읽어 보게 되면 오히려 더 추워지고 싸늘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은 터무니 없는 과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날카롭고 차가운 얼음 송곳니와 같은 샘 스페이드의 짧고 절제된 대사들은 ' 금발의 악마 ' 라기 보다는 금발의 ' 아이스 맨 (Ice man) ' 을 연상케 한다.  거기에다가 스페이드가 활동하고 있는 소설 속 배경 역시 더 싸늘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1920년대의 미국 사회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불어닥친 경제 공황의 한파 때문에 싸늘했던 것도 있었지만  ' 금주령 시대의 산물 ' 이라는 별칭답게 대중이 원하던 시대의 영웅은 경제 공황을 타파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대통령이 아니라, 밀주업자로 악명 높았던 ' 스카페이스 ' 알 카포네였다.  대중들이 열광했던 영웅은 아이러니하게도 암흑가의 제왕이었다.   

이런 시대 속에 과연 인간들 사이에서는 따뜻한 정(情)이란게 존재하고 있었을까? 정이라는 것이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싸늘했던 시기가 바로 알 카포네 그리고 샘 스페이드가 살았던 1920년대 미국이었다.  

  

 

  불신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샘의 여자들      

이 소설에는 ' 범인이 누구인가? ' 이라는 초점이 중요하지 않다. ' 금발의 아이스 맨' 샘 스페이드가 맞닥뜨리게 되는 크고 작은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서 독자는 샘 스페이드의 진면목과 그 밖의 주변 인물들의 성격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하드보일드 장르답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는 온감어린 ' 정 ' 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으며 특히, 상대방에 대한  ' 믿음 ' 역시 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의뢰인 브리지도 오쇼네시는 자신 스스로도 인정하는 가식과 허위로 가득 찬 ' 나쁜 여자 ' 다.  하지만, 그녀가 ' 나쁜 여자 ' 가 되고 싶어서 나쁜 여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알 수 없는 공포에서 비롯된 불신으로 가득 찬 나머지 자기 자신마저도 믿지 않게 되는, 어떻게 보면 ' 정' 이 없는 1920년대 사회가 낳은 불쌍한 여자이기도 하다. 

" 나는 나쁜 여자에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빠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스페이드 씨, 나를 좀 봐요. 내가 완전히 나쁘기만 하지는 않다는 걸 알죠?  

 (중략)  그러면 나를 좀 믿어 주세요. 아, 나는 너무 외롭고 두려워요. 당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 , ,   

나는 당신을 믿어요.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할께요. 무서워요. 스페이드 씨. 당신을 믿는 게 두려워요. " 

 - 대실 해밋, <몰타의 매> p 49 -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기 전까지)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샘 스페이드뿐이었다.  하지만, 오쇼네시는 자기 자신을 불안과 불신의 벼랑으로 몰아세우는 극단적인 상황을 고집한다.  자신과 함께 새 조각상을 훔치는데 공모한 동료마저 믿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결국, 소설의 결말부에 이르러 그녀의 비관적인 불신이 만들어낸 비수는 그녀의 심장을 제대로 꽂히게 된다.  오쇼네시가 자신의 동료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낸 샘은 매정하게 그녀를 차버린다. 결국, 그녀는 살인죄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오쇼네시는 믿는 샘 스페이드에게 제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오쇼네시 다음으로 비운의 인물은 죽은 샘의 동료의 아내인 아이바이다. (공교롭게도, 소설 속 두 여인의 공통점은 샘 스페이드를 향한 연분을 품고 있다)  그녀는 엄밀히 말하면 불륜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동료인 탐정 샘 스페이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 역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침없이 샘의 차가운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퍼부어도 아이바는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사람이 샘이라고 의심을 한다. 아이바의 등장은 소설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그녀의 의심은 샘의 사건해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샘 스페이드 씨, 이게 최선입니까? 

' 몰타의 매 ' 라는 값비싼 조각상을 둘러싼 샘 스페이드와 브리지도 오쇼네시 그리고 카이로, 이 세사람 간의 얽힌 관계 속에서 맞물리게 되는 길고 긴 만남의 과정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샘 스페이드의 동료를 죽인 사람이 누구이며, 몰타의 매 조각상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결말 따위가 중요치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결국, 이 소설에서 부각되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자 탐정인 샘 스페이드뿐이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 오쇼네시, 카이로 그리고 샘의 동료까지, 모든 인물들은 비극적인 결말은 ' 불신' 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서 희생되거나 상처를 입었다.  샘 스페이드는 그런 혼잡한 상황 속에서도 운 좋게도 살아남았다.  이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무미조건한 샘 스페이드의 성격답게 결말 역시 무미건조하게 끝나버린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드보일드 소설이라서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아서 아쉬운 것이 아니다. 소설의 결말이 읽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기대감을 저버려서 작가에 대한 원망함이 살짝 담긴 아쉬움도 아니다.    

내가 느꼈던 그 아쉬움이란, 바로 샘 스페이드 역시 불신 시대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1920년대가 만들어낸 ' 어둡고 차가운 영웅' 이라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서 오쇼네시를 두고 냉정하게 뒤돌아서버린 그의 태도였다.   

" 내가 당신을 믿어야 하나요?  

  (중략)  

나를 만난 이후 거짓 없는 시간을 30분 이상 보낸 적이 없는 당신을?  아닙니다. 믿을 수 있다고 믿지 않을 겁니다. 왜 믿어야 합니까? "  

 - p 277 - 

고질적인 불신으로 인해서 오쇼네시는 ' 인과응보 ' 의 결과를 맞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무엇보다도 살인을 범했다는 점에서 오쇼네시는 분명히 죄에 대한 처벌을 마땅히 받아야한다.  

하지만, 동료를 죽인 살인죄에 대한 처벌이라는 명목 아래 그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오쇼네시의 여심을 자극하고 이용을 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녀의 뒷통수를 치고 만다. 샘 스페이드는 애초부터 오쇼네시를 끝까지 믿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법의 심판자인마냥 범죄자를 응징하는 샘의 태도 역시 못마땅하고 차마 눈 뜨고 보기에는 거북스러웠다.  아무리 그가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탐정이라고 해도 그의 삶에는 ' 정의 ' 와는 거리가 멀다. 죽은 동료 몰래 동료의 아내와 은밀히 연분의 정을 나누웠으며 사건 해결 과정 중에서 오쇼네시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건 해결하는데 별 도움도 안 되는 비용인데도 말이다.   

샘 스페이드, 그도 불신과 허위로 치장하고 다닌 인물이었다.

대실 해밋는 이 소설 한 편 덕분에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샘 스페이드는 하드보일드 탐정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은 이 ' 까도남 ' 탐정의 이야기에 열광을 하였다.  암흑가의 제왕 알 카포네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1920년대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독자들의 샘 스페이드 신드롬은 당연한 사회적 흐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와 실제로 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정말 만약에 그를 만나게 된다면 한 번 묻고 싶다.    

 

 , , , , ,

 

 

  

 

" 샘 스페이드 씨, 죽은 동료를 신뢰하지 않았으며 애초부터 불쌍한 여인 오쇼네시마저 믿지 않았던 당신을 내가 믿어야 하나요?   그리고, 당신과 같이 어두운 사회 때문에 불신과 가식으로 치장해야만 했던 오쇼네시를 그렇게 냉담하게 내쳐버려야 했습니까?    

이게 최선입니까?   정말, 당신이라는 사람은 잔인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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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2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워지고 싸늘해지는 문학이라니, 나도 킵해놔야지!^^

[그러면 나를 좀 믿어 주세요. 아, 나는 너무 외롭고 두려워요. 당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여기 꽂혔거든요. 좋아요, 이거.

cyrus 2011-01-21 23:20   좋아요 0 | URL
이 소설 읽으면서 오쇼네시가 제일 불쌍했어요. 비록 자신의 마음 속에서
비롯된 기우 때문에 죄의 대가를 받았지만,, 유일하게 기대려고 했던
샘 스페이드에게 제대로 버림 받은 결말이 인상 깊으면서 씁쓸했었습니다.

stella.K 2011-01-2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확실히 추운 날 저런 책 읽으면 진짜 더 추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같은 걸
제가 못 읽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ㅎㅎ
더구나 하드보일드는 더더욱.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을 봤는데 그림은 좋은데 영 땡기지를 않아 결국 보다 자고
다시 안 보고 있습니다. 그것도 하드보일드잖아요.
전에 바람구두님이 극찬을 했었는데 도무지 제가 이쪽 취향이 아니라.ㅠㅠ
근데 시루스님 리뷰가 점점 분석적이 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하드보일이라면 하드보일이랄까?ㅎ
아무튼 좋습니다.^^

cyrus 2011-01-22 14:0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이 언급하신 두 소설,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괜히 읽다가 더 추워질거 같네요^^ 저도 카우보이 비밥 재미있게 봤어요, 그 땐 만화 속 주인공 스파이크가 멋있었는데,,^^;;

노이에자이트 2011-01-2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 파탈만 있냐...옴므 파탈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죠.저는 아주 오래전 영화로도 봤습니다.험프리 보가트가 옴므 파탈의 진수를 보여주지요.

cyrus 2011-01-22 17:38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영화 보고 싶어요. 소설보다 영화가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양철나무꾼 2011-01-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밋 해실의 ‘몰타의 매’ 비껴갈 수 없죠.
'까도남'정도론 부족하죠, ‘차도남’도 약해요.
추워요, 냉랭하고...근데, 좀 멋진건도 사실이예요. 철퍼덕~

cyrus 2011-01-22 21: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위의 노자님 말씀대로 샘 스페이드는 옴므파탈의 대명사인거 같아요 ^^
 

 

 

 

 

 

 

 

 

  

 

 

낚 .   였 .    다  , , , ,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최악 , , , 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어정쩡하고, , ,   

그냥 ' 속 빈 강정 ' 같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명성만 믿고 동네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읽게 되었는데,  (실제로 구입할 생각은 없었지만) 구입했으면 큰일날뻔 했다. 

  

 

 

  

 

 

 

 

 

몇년 전에 ' 마이클 폴란 ' 이라는 이름을 국내에 알리게 된 <욕망의 식물학><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최근에 나온 그의 신작에 큰 기대를 걸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신작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음식 ' 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그 .     런 .     데 , , , ,  

희망도서 신청 이후에 어느 알라디너의 40자평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역시 마이클 폴란이 쓴 책인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의 내용이란 중복되게 많다는 내용이었다.   

짧막한 40자평이었지만 그 때부터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아직,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거기에다가 책 페이지는 250페이지도 채 안 되었다.  얇은 분량의 책이라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이전에 발간된 그의 책들을 생각하면 논픽션 상을 받을 정도로 저명한 저자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설마했던 생각이 현실로 들어나게 되었다. 도서관 사서로부터 이 책을 받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생각보다 얇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 , ,  얇은 분량은 일단 만족한다. 금방 읽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 내용의 수준이다.   

아 , , , ,   

마이클 폴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 , ,   다음에는 이런 책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대부분 TV나 언론에서 소개된 기본적인 건강 상식들이다. 그리고, 건강 음식에 대해서 열혈 독학 중이신 울 어머니로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내용들도 많았다.  

그냥 책을 덮고 싶었지만, 얇은 분량이라서 봐줬다. 이런 책 대충 읽는데 30분 걸리니까.  그리고, 이런 책 한 권 만드는데 저자는 방대한 자료들을 찾고 정리하는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자료를 찾느라 고생한 저자에게 박수 , , ,   는 못 치겠고, , ,  그냥 끝까지 읽어줘야겠다. 

 

  

이 책은 건강하게 먹는 음식 상식과 식습관을 ' 푸드 룰(Food Rules) ' 이라는 단어로 총 64가지 의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름만 ' 룰 ' 이지 그렇게 거창하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건강 관련 책들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며 어떤 내용은 우리나라 문화상 안 맞는 것도 있다.   그냥, 음식과 식습관에 관한 ' 격언 ' 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더거나 인상 깊은 내용들을 골라서 정리해봤다.  

 

Food Rules 4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함유된 식품은 피한다. 

Food Rules 5   가장 많이 첨가되어 있는 세 가지 성분 중 당분(혹은 감미료)이  

                       함유된 음식은 피한다.  

Food Rules 8   건강 기능 표시가 되어 있는 식품은 피한다.  

Food Rules 9   이름에 ' 저칼로리 ' 라든가 ' 저지방' , ' 무지방' 이라는 

                       신조어가 따라붙는 식품은 피한다.  

 -> 이 내용은 당연한 진리이지만,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Food Rules 19  공장에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 식품 공장 내부의 비위생적 환경에 관한 폭로 뉴스가 한 번쯤 나오게 되면  

     공장에서 만든 음식의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Food Rules 21  모든 언어권에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음식이 아니다.  

                      가령 빅맥, 치토스, 프링글스 같은 것들 말이다.  

 -> 헉 , , , !!!    이 구절 보는 순간, 마음이 찔렸다.   

      프링글스 와일드 무척 좋아하는디 , , , -_-;; 

  

Food Rules 22  대체로 식물을, 특히 잎을 먹는다. 

-> 여기서, ' 대체로 ' 라는 말. 강조!     

    이 말은 즉슨, 식물만 무조건 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Food Rules 26 시금치 물을 마신다. 

-> 처음 알게 된 사실.  그런데 울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다니 , , ,  

    시금치 삶아놓은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국 끓일 때 사용하신단다.  

  

Food Rules 30  건강한 땅에서 잘 자란 음식을 먹는다.   

 

Food Rules 35  자연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음식을 먹는다.  

-> 딸기, 사과, 포도 같은 과일의 과즙에도 당분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과일도 너무 많이 먹어도 당분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으니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용 없다.  

      

Food Rules 36  우유 색깔을 변하게 하는 시리얼로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 

-> 시리얼은 엄연히 가공식품이다.  그리고, 설탕이 덜 들어간 시리얼도 시중에 팔고  

 있는데 (ex. ' 라이트 슈거 ' 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시리얼 제품)  속지 말 것. 

 직접 먹어봤는데 , , ,   일반 시리얼이랑 별 차이 없다.  

 그냥 먹어도 달짝지근하며 시리얼 봉지 밑에는 설탕가루가 남아 있다.  

 결국,  시리얼을 먹는다는 것은 설탕덩어리를 먹는 거나 똑같다.  

  

Food Rules 46  배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  

-> 자명한 진리이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 , ?   -_-;; 

  

Food Rules 49  천천히 먹는다. 

-> 이것 역시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이지만,  

    실제 식생활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잘 안 지켜지는 습관이다.  

    밥 한 숟갈에 10번 넘게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면 좋다.  

    대충 씹지 않고 빨리 먹으면, 먹고난 뒤에도 포만감이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이 습관 역시 경험해봐서 잘 안다. 

  

 

Food Rules 50  ' 처음 한 입이 진수성찬 '  

-> 에이 , , ,    이건 좀 아니다.  Rules 46번이랑 비슷하다.  

    마이클 폴란은 음식을 처음 한 입을 먹을 때 가장 맛있고 그 다음부터는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 ,    

    글쎄다.   나는 숟가락 한 번 들면 계속 먹고 싶어지는데 , , , ㅠ_ㅠ   

  

 

Food Rules 54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치처럼 먹는다. 

-> 나는 아침은 거지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왕처럼 먹는데 , , ,   

    특히, 저녁에는 ' 야식 ' 이라는 왕 중의 왕이 기다리고 있다. ^^;;

    폴란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침에는 배가 덜 고프기 때문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 , ,  

    아침식사는 꼭 먹어라는 진리는 유명하지만,  굳이 아침에만  

    많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  영양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_-;; 

  

Food Rules 61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지 않는다. 

-> 어느 나라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혹은 아시아권 나라로 추정된다)  

    만약에 집 주인이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면, 손님은 무조건 음식을 남겨야 하는 것이 

    주인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 음식을 다 먹으면 집 주인의 대접과 식사가 형편이 없어서 

    얼른 나오고 싶다는 행동이라나 뭐라나 , , , ?  

    폴란은 밥그릇을 비우지 않는 것이 음식 섭취에 대한 욕구를 자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Food Rules 64  모든 법칙을 어긴다. 

->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이면서도 , , ,   최고의 반전.  

    결국에는 이런 좋은 습관대로 무조건 지키면서 먹고 산다면 , 삶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긴 , , ,  무조건 좋은 음식 먹는다고 100살까지 사는 것도 아니다. 

    이 법칙은 울 어머니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다. ^^;;  

     

 

* 총평  

 마이클 폴란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모르겠지만,  

 저자의 명성만 믿은채 무턱대고 구입하지 마시길 , , ,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한번쯤은 곱씹어봐도 좋다.  

 이런 내용들, 책 100권을 봐도, 건강 프로그램 100번 봐도  

 생활하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거나,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식습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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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책이 워낙에 많이 나와서 말이죠.
전 삼시세끼 똑같아요. 평민의 밥상.ㅋ
욕망하는 식물은 사 놓고 아직 못 읽고 있네요. 못 살아...ㅠ

cyrus 2011-01-19 15:43   좋아요 0 | URL
어느새 댓글을 남기셨네요^^;;
며칠전에 스텔라님의 <식품주식회사> 리뷰를 보면서
<푸드 룰>도 그런 비슷한 맥락의 내용인줄 알았는데,,
약간은 달랐어 당황했어요 ㅎㅎ;;

잘잘라 2011-01-1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는 이빨이 없다,는 말이 생각나요.
그러니까 많이 씹어먹으라는 얘긴데, 이거 실천하다가 현장에서 왕따됐어요. ㅜㅜ
밥을 너무 오래 먹는다고 나하고 밥먹으러 가기 싫데요. ㅜㅜ
성질만 급한 인간들!!! 흥! ㅋㅋㅋ

cyrus 2011-01-19 20:47   좋아요 0 | URL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밥 빨리 먹는 습관을 쉽게 못
버리더라구요. 제 동생은 저보다 밥 빨리 먹는데 고치고 싶어도
잘 안된다하더라구요.^^;;

2011-01-19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cyrus님이 읽고 좋게 느끼신 책만 봐왔는데,, 이렇게 좋지 않은 평의 책도 있는거군요 ^^

cyrus 2011-01-20 12:4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좋은 책, 나쁜 책 고르는 안목이 많이 부족하답니다. ^^;;

2011-01-20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1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1-2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표지는 완전 동하는데, <푸드 룰>이 별로란 말이죠.
저는 빨리 먹는 편도 아니지만 간혹 더 천천히 먹고 싶어요.
그러면 서서히 배가 불러서 조금만 먹을 수 있거든요.ㅋ

cyrus 2011-01-21 23:18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책이었어요..
생각보다 얇은 분량에도 판형도 작았구요.
정말 천천히 먹는게 오히려 건강에 좋답니다^^

herenow 2011-01-2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이클 폴란의 다른 책을 보셨다면 '미리보기'라도 해보지 그러셨어요.
그동안 저자가 강조해왔던 내용들의 '요약 정리본' 같은 책이니 말입니다.

책의 부피 대비 가격을 생각하면 '낚였다'는 표현도 이해가 됩니다만 (^ ^;)
다른 분의 서평에도 나와있듯이 '먹거리의 핵심'을 다루는 본문 내용만큼은
'낚였다'는 표현으로 자칫하면 싸구려 취급 될 정도로 (이런 의미는 아니셨겠죠;)
부실하거나 날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의 다른 책처럼 '왜 그런지'를 구구절절 사례로 들어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핵심 법칙(rule)만을 적은 것이 어쩌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나 할까요..
(핵심만 간략해서 좋은데, 책의 덩치가 작으니 책값이 비싸게 느껴진다는 점 ㅎㅎ;)

이 페이퍼를 보고 <푸드룰>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해 아예 안보실 분이 계실까봐
조금 염려되는 마음에, 실례지만 사족을 달아 보았습니다. ^ㅅ^;;;
(cyrus님, 기분나빠 하시지 않으셨으면.. 불편하심 삭제할께요 ㅠ.ㅠ)

최소한 서점에서 들춰보고 내용 참고할 가치는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아는 것 같아도 결국 안하고 사는 것이 우리네 문제니까요. ^ ^;


cyrus 2011-01-24 15:1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좋은 충언을 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
국내에 마이클 폴란의 책이 몇 권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그나마 읽은 책이 <욕망의 식물학><잡식동물의 딜레마> 뿐이에요.
게다가 그 두 책은 몇 년 전에 읽었기도 했구요.
그래서 제가 미리보기를 하지 못한 게 잘못한 거 같아요.
히얼나우님의 댓글을 보면서 평소에 관심 있는 저자가 신작이 나오게 되면, 이전에 나온 책들도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도 스텔라님의 서재의 페이퍼에도 봤지만,,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히얼나우님이 지적하신 의도를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네요.^^:;
엉뚱한 답글이었다면 저의 무지탓이니 용서해주세요 ^^;;
하지만 댓글 보면서 저 스스로 저의 독서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뼈 있는 충언,, 부탁드려요 ^^


2011-01-2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1-01-2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cyrus님의 아이디는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 박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시네요. ^ ^;
저만 알고 있기가 아까워 여기에 살짝 밝힙니다. (정확한 발음이 궁금했어요 ㅋ)
사이러스, 시루스, 키루스, 시스루 등등 각자 꼴.. 아니 형편대로 부르셨던 분들은
살짝 참고해 주세요. 물론, 본인은 크게 신경 안쓴다고 하시지만요. ㅋㅋ;
(맞죠, 시루스cyrus님? ^^)


cyrus 2011-01-26 14:06   좋아요 0 | URL
ㅎㅎ 시간이 되면 따로 페이퍼로 작성해야겠는데요 ^^
닉네임의 유래 ㅎㅎ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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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지 않은 손    

 

 子不語 怪力亂神 

 (자불어 괴력난신) 

공자<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괴이, 폭력, 난잡한 것, 귀신에 대해서 말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 이를 ' 괴력 ' 과 ' 난신 ' 으로 나누어 괴이한 힘과 잡귀신들을 믿고 논하는 것을 경계함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자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흥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의 생활에 땔래야 땔 수 없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같이 문명과 과학이 발달된 시대에 무슨 귀신, 유령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곳곳에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같은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정말 우연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소한 자연현상은 이 사건의 뉴스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소박한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어느 야산의 공사 현장에서 죽은지 꽤 오래된 백골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오직 남아있는 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유골뿐.  범인을 찾지 못하는 미궁의 살인사건으로 남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손 부위만 전혀 썩지 않고 남아 있었다.  

썩지 않은 손의 지문을 조사하여 백골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5년 전에 실종되었던 여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실종된 여인의 백골이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어, 드디어 범인이 체포되었다. 여인을 죽인 범인은 바로 그녀의 동거남이었던 것이다.  범인은 말다툼 끝에 홧김에 그녀를 살해했다고 자백하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경찰 관계자과 국과수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특정 부위, 하필이면 손 부분만 썩지 않은 변사체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법의학계에서는 시체의 부패 환경에 따라서 특정 부위만 미라처럼 남게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뉴스를 접한 대중들의 머리 속에는 괴담 실화에서 나올법한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된 여인의 한맺힌 손이 자신을 죽인 범인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일지도.  

 

  

  인간이 괴담에 집착하는 이유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 괴담 ' 에는 단순히  ' 괴이한 이야기 ' 라는 사전적인 의미의 뜻도 담겨 있지만 괴담 자체가 만들어내는 괴이하면서도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현상적인 분위기에 이끌린 대중들의 무의식적인 공포 심리를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괴담으로는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유명해진 ' 학교 괴담 ' 을 들 수 있다.  

인적이 드문 한밤중에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동상이 눈물을 흘린다거나 혹은 스스로 움직인다, 학교 건물이 세워지기 전에 이 터가 옛날에는 공동묘지들이 많이 있던 곳이라서 새벽이 되면 무덤 속의 귀신들이 학교 건물 안을 배회한다는 등 , , ,   지역마다 학교 괴담의 내용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괴담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의 원형은 서로 일치하는 점이 있다.   

 

 

한 때 잔인한 살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무렵에는 90년대에 유행했던 ' 김민지 괴담 ' 이 디지털 시대에도 회자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하였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의 딸 김민지가 납치돼 토막살인 되었고, 이에 한을 품은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화폐 곳곳에 김민지의 이름과 잘린 팔 다리를 숨겨 놓았다는 내용인데 사실은 근거가 없는 루머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허무맹랑한 내용은 걷잡을 수 없는 루머로 퍼지게 되었으며 한국은행에서는 공식적으로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한국은행 창립 이래 김민지라는 이름의 딸을 둔 고위관계자가 없었으며 결국 루머로 판명되었다.  

이렇듯, 대중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가짜 괴담에 너무 쉽게 반응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 집착 ' 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괴담이 루머로 판명되었음에도 우리 사회에는 ' 괴담 ' 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야기들이 하나씩 등장하게 된다.  대중들이 괴담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 주위에 발생하는 사회현상들에서 비롯되는 불안감과 공포심에 의해서 믿어버리게 된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확산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피해가 커지게 되자 ' 구제역 괴담 ' 이라는 불리우는 루머가 떠돌고 있는 사실이 그 예인 것이다.   

 

 

  괴담을 모티브로 한 괴담  

괴담에 집착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것과 오늘날 탄생되는 괴담까지 합하면 그 수가 어마어마하 며 괴담에서 비롯된 일본 특유의  ' 괴담 문화 ' 가 발달되어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괴담 문화의 성립과 변천 과정에 대해서 전문적인 학술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히, 일본의 교고쿠 나쓰히코는 ' 요괴소설의 1인자 ' 로 불릴 정도로 일본의 괴담 및 요괴에 대해서 박식한 미스터리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발표된 <항설백물어> 시리즈는 일본의 괴담집인 [회본백물어]에 모티브로 재해석한 소설로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평가까지 받게 되었다.  (국내에서 소개된 것은 시리즈의 첫 작품이며, 세 번째 시리즈인 <후 항설백물어>는 2004년 제130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다)

아즈키아라이, 하쿠조스, 마이쿠비, 시바에몬 너구리, 시오노 초지, 야나기온나, 가타비라가쓰지. 

교고쿠 나쓰히코의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읽는데다가 나처럼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고 일본 문화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게는 목차에 등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 이름들을 보자마자 낯설어 할 수 있겠다.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괴담을 재해석했다고는 소개하고 있지만, ' 괴담 ' 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도 결국에는 ' 괴담 ' 이라는 장르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형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요괴의 이름들을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다면 ' 팥 이는 귀신, 스님으로 둔갑한 여우, 머리가 잘린 채로 계속되는 싸움, 사람으로 변신하는 너구리 , , ,  ' 정도라고 해야될까 , , , ?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배경이 다를 뿐, 우리나라의 전래 괴담과 비슷하기도 하다.   

<항설백물어>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대비되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윤리적인 비행과 잔인한 살인을 자행한다.  특히, 억울하게 죽게 된 영혼들은 요괴가 되어 ' 피 ' 의 복수를 함으로써 자신을 해친 악인들을 철저히 응징을 가한다. 그리고, 아무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부터 살해당한 아픈 기억 때문에 한이 맺힌 동물들은 인간으로 둔갑하여 자신이 갈망하던 복수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결국, 일본의 괴담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서도 볼 수 있는 권선징악형 전개와 결말이 있다는 것이다.  

 

 

  괴담의 탄생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소설 속 악인들이 죄의 대가를 받는 과정이다. 4인조 소악당(모사꾼 마타이치, 신탁자 지헤이, 인형사 오긴, 기담 수집가이며 작가 지망생 모모스케) 들이 꾸민 정교한 계략에 의해 악인들이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악인들은 요괴의 마력에 홀린듯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는 점이다.   겉만 사람의 모습으로 가장한 채 어두운 본성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백골이 되어서도 두 손만 썩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본 범죄자도 소설 속 악인들과 같은 심정을 겪었을 것이다.  범인은 백골의 손이 자신을 가리켰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금도 감방에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대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이지 않는 귀신과 유령들이 우리 사회에 어딘가에 숨어 있는 어둡고 추악한 본성에서 만들어질 것일지도 모른다.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 제3자들의 공포심과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 괴담 ' 이라는 이야기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이런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는 여름밤에 보는 것이 제 맛이지만, 지금과 같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밤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어둡고 불투명한 세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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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19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물어백서 꽤 잼나죠? ^^

괴담이란게 항상,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단 말이예요. 그런데
사이러스님 요즘 괴담이나 공포물에 푸욱 빠져 계시네요. 와아.

좋은 리뷰입니다, 서평으로 냉큼 써도 좋을만큼.

cyrus 2011-01-19 13:32   좋아요 0 | URL
네, 마고님 40자평이 기억나서 읽게 되었는데,, 이 소설은 재미있었어요.
후편과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추리소설도 읽고 싶은데,, 종류와 주제가 다양해서 뭘 읽을지
모르겠어요. 재미난 추리 시리즈물 있으면 추천 해주세요 ^^

양철나무꾼 2011-01-19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소설계에 발을 들여놓으셨군요.
이 참에 ‘푸욱~’빠져 보세요, 무궁무진하답니다.
전 항물백어설 마고님 리뷰 쓸때부터 넘겨다만 보고 아직 안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군요.
근데,,,마고 처자 이 새벽에 어인 마실~?^^

cyrus 2011-01-19 13:34   좋아요 0 | URL
리뷰 이벤트 때문에 장르소설을 읽게 된거 같아요,
그런데 읽고 리뷰로 쓰는게 쉽지가 않네요, 스포도 주의해야되구요..^^;;
이번 기회에 추리 시리즈물도 읽고 싶은데 추천해주세요 ^^

2011-01-19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1-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책 다양하게 읽으십니다.
이책 좋다고 하는데 역시 음산한 얘기를 싫어하는 저는 매번
선택에서 제외되요.
어렸을 때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나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겉모양만 사람이지
사실은 요괴일거라고. 그게 다 알고보면 저 자랄 때 '요괴인간'이란 일본 만화영화
영향 때문인데, 이게 또 자라면서 새롭게 재인식 되더란 말이죠.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둘게 못된다는 둥 변형되면서 말이죠.
학교 괴담은 학교에 눌리고 억압된 인간의 내면 때문에 자꾸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학교에 대한 꿈을 어찌나 반복해서 꿨던지 괴담으로 살풀이라도
해야지 싶더라구요.ㅠㅠ
근데 저는 저 책 제목을 아직도 재대로 못 읽어요. '향물어백서'로 읽는다니까요.ㅋㅋ

cyrus 2011-01-19 13:37   좋아요 0 | URL
저도 요괴인간 비디오로 재미나게 봤어요. 저도 예전에
학교에 대한 꿈을 꿨답니다. 스텔라님 말씀대로 우리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억압 때문에 생기는 같습니다.
제목이 좀 어렵죠?? 저는 처음에 요괴 소개하는 책인줄 알았어요.^^;;

stella.K 2011-01-19 13:55   좋아요 0 | URL
오, 그걸 요즘도 볼 수 있나요?
워낙에 오래된 만화영화라 못 볼 것 같은데...
그럼 '아톰'이나 '철인28호' 같은 만화도 볼 수 있으려나요?ㅋ

cyrus 2011-01-19 15:45   좋아요 0 | URL
제가 잘못 말했네요. ㅎㅎ
초딩 때 비디오를 많이 봤는데,
아톰, 철인 28호, 후레쉬맨, 파워 레인저 같은
명작(?)들을 비디오로 빌려서 친구들이랑
같이 본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이런 만화영화를 보기가 드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