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 주 월요일 아니면 3.1절 때 모임 후기를 작성하려고 했었는데 입학식 & 개강식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모임 때 나눴던 내용들을 지금 정리하자니 쉽지가 않군요. 

이상하게도 꼭 모임 차 서울에 가게 되면 날씨가 어제보다 안 좋아진다거나 가기 전날에 기차 사고가 나는거 같아요.  

2월 12일 모임 같은 경우에는 2월달 들어서 가장 추웠던 날씨였습니다. 게다가 그 전날에 서울로 가는 KTX가 탈선되는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철로 공사로 인해 도착 예정 시간에 무려 20분이나 연착되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날 모임에 조금 늦을뻔했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절대로 늦지 않으려고 일찍 역으로 나섰건만 , , ,  

하필이면 2월 25일, 26일 연속으로 서울로 가는 KTX가 탈선되거나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모임 장소에 도착하는데 또 늦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 (3월 12일)에 있을 세번째 모임에는 제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발제자로 나서게 되어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니체의 책을 챙기고 나왔는데,,,, 

읽기 시작한 지 20분만에 잠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_-;; 

 

 

 

 

이번 모임 선정도서가 첫번째 모임 도서였던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보다 내용이 쉬웠고 오스카 와일드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기에 전에 있던 모임보다 대화 분위가가 한결 좋아졌고 그렇게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첫번째 모임처럼 그 전에 미리 뽑은 발제자분이 대화를 주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자께서는 아이패드를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를 간략히 소개하셨습니다. 아이패드를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생전 모습과 그의 묘비를 사진을 통해서 보게 되었는데 특히 와일드의 묘비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묘비를 잘 보시면 붉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붉은 흔적은 와일드의 무덤을 다녀간 수많은 관광객(특히 여성)들이 남긴 입술 자국입니다.  

(제가 포스팅한 사진은 묘비의 뒷면입니다. 묘비의 앞에는 뒷면보다 수많은 키스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묘비에 키스 자국을 꾹 남기는 것이죠.  여성 관광객들이 와일드의 묘비에 키스를 하는 것은 오스카 와일드를 추모하기 위한 표시이며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문학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제자분께서 오스카 와일드의 시 한 편 을 소개해주셨는데 사실 오스카 와일드는 극작가와 소설가일뿐만 아니라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문학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처녀작의 장르도 시였습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의 시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기에 그가 쓴 시가 생소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발제자분이 소개한 시는 ' 장미와 후회 ' 라는 제목의 시였습니다.  발제자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에게 향한 일종의 세레나데였다고 합니다.  

시 제목 옆에  To L.L. 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L.L. 은 와일드가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의 이니셜입니다.  원래는 영문이랑 같이 프린터를 해서 소개했는데 여기서는 우리말로 번역된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장미와 후회  

(Roses and Rue - To L.L. )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이 보물을 파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그 기쁨만큼 가치가 있다해도
우리는 사랑의 노래를 결코 배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습니다.

사라진 정열적인 과거를 다시 불러올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그 추억을 되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그만큼 아픔을 느낀다고 해도

담쟁이가 무성하던 저택가에서 만나곤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한 마리 새처럼 예쁜 단어를 하나 하나 읊조리던 당신

당신은 언제나
한송이 꽃처럼 소나기를 두러워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놀라서 뛰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 방과
따뜻한 6월의 비 속에서
흠뻑 젖은 창을 두드리던 라일락 꽃을 기억합니다.

안녕이라면 흔들던 당신의 손
그 손의 파란 혈관들
안녕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신경질적인 외침이었습니다.

' 당신은 인생을 허비했습니다. '
그것은 비수와 같은 말
정원의 문으로 달려나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습니다.

만일 당신 때문에 내 가슴이 부서져야 한다면
음악을 만들어 내면서 부서질 것입니다.
시인의 가슴은 그렇게 부서집니다.

뇌의 작은 상아색 세포 하나가
신이 만드신 천국과 지옥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전까지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에 발제자분이 정한 대화의 주제는 " 사랑, 우정, 행복,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 " 이었습니다.  네 가지 테마를 통해서 와일드의 단편소설에 대한 감상을 풀어놓았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 메모한 내용들을 토대로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들은 ' 사랑과 자제심 ' 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서 인상 깊었다. 특히 좋은 부모를 원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와일드의 단편소설 중에서 제일 읽기가 어려웠고 읽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작품이 <어부와 그 영혼>이었다.  (사실 저도 읽는데 어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단편이 한 편의 철학소설 같은 분위기가 느끼기도 했습니다) 

 * 와일드의 유명한 동화 <행복한 왕자><나이팅게일과 장미꽃> 같은 경우에는 정작 상대방을 위해서 죽음이라는 희생을 선택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보답이 없었던거 같다.  와일드가 묘사하고 있는 이 희생적인 사랑에는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유가 없어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아팠다. 

 * 어렸을 때는 <행복한 왕자>를 읽었을 때에는 ' 사랑은 위대하다 ' 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까지 또 읽고 반복해서 읽을수록 의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저는 <헌신적인 친구>에 나오는 방앗간 주인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해서 ' 쓰레기 ' 라고 분노 아닌 분노(?)를 표출하였으며 <비범한 로켓 불꽃>에서 등장하는 자만심으로 가득한 로켓 불꽃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오스카 와일드의 성격과 생애를 연상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왕>에 등장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성행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악영향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다고 저의 개인적인 감상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예전에 쓴 <반자본 발전사전> 리뷰를 

 통해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외에도 더 많은 내용의 대화가 오고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화의 몰입에 깊이 빠지는 바람에 일부러 펜을 놓았습니다. ^^;;     

메모하는데 너무 집착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을 놓칠까봐 쓰다 말았습니다.  오히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말에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뒷풀이인거 같습니다. ^^;;   

1차 뒷풀이는 고기집에서 독서모임 다른 조원들과 함께 합동 뒷풀이식으로 하게 되었고 2차는 남은 사람들과 함께 조용한 분위기의 호프집에서 못다 나눈 책 이야기와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제가 대구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해서 뒷풀이는 아쉽게도 금방 끝났지만,, ^^;;   그 날 모임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지난 모임에는 간신히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탔지만 그 때는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습니다.  다행히도 지갑에 돈의 여분이 적당히 남아 있어서 다시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독서모임 조원이 되신  분 덕분에 따뜻한 커피도 얻어 마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차 타는데 함께 기다려주기도 했습니다.   

 

대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도 <차라투스트라>를 읽었는데,,,  

역시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_- 

 

지금 완독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번 주 일요일까지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러다가 니체가 사람 잡겠습니다. ^^;; 

 

아 ,,, !  

그리고 3월 26일날에 있을 네번째 독서모임 선정도서는 ,,,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 입니다.   

읽어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소설가 헨리 밀러 와 그의 아내 준 밀러와의 만남을 토대로 쓴 아나이스 닌의 자전적인 일기입니다.   

아나이스 닌은 성(性)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일기 역시 헨리 밀러과 그의 아내 준에 대한 아나이스 닌의 애로틱하면서도 양성애적인 사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니체 때문에 아직 펼쳐보지 못했지만 19금 딱지가 붙여질 정도의 내용이 있을거라고 예상되네요. 다음 주 모임이 끝나는대로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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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3-0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스쳐지나가듯 본 것도 같구요.
제가 나름 알라딘에 있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반경이 그다지 넓은 건 아니어서
많은 분을 아는 건 아니랍니다. 낮가림도 있고...ㅠ

근데 꿈의 아이패드를 그분은 가지고 계시는군요. 부럽삼.
저 아는 분은 아이패드 사려고 책을 사람들한테 다 나눠주시더라구요.
그거 하나면 절판된 책도 검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전 스마트폰은 별로 탐이 안나는데 아이패드는 정말 갖고 싶어요. 흐흑~

To L.L.은 무슨 이모티콘 같아요.ㅋㅋ
서재 대문 이미지도 바뀌고.^^

2011-03-0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니체를 읽으시는 것도 일이지만, 발제자라니...더 장난이 아니시겠는걸요~
학교생활하시랴,
독서하시라, 독서모임 활동 하시랴...젊으셔서 가능하신 일이겠죠~
그 젊음이 마냥 부러운 요즘입니다.

바쁠 때일수록 건강 유의하세요.
어떤가요?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인가요?^^

cyrus 2011-03-06 20:32   좋아요 0 | URL
네, 발제 준비는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 ^^;;
내일부터 친구랑 같이 운동을 할려고 해요. 얼마나 오래갈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건강이 제일 중요하기도 하죠^^

잘잘라 2011-03-0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우와. 묘비가, 그리고 추모의 방법이 참 멋지네요.

cyrus 2011-03-06 20:35   좋아요 0 | URL
오스카 와일드의 묘비가 프랑스에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는
키스 자국 때문에 묘비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부와 그 영혼'은 '인어공주','아라비안 나이트','그림자를 팔아버린 페테 슐레밀'의 느낌이 모두 나는 요상한 매력이 있더군요.그리고 와일드 소설에 늘 나오는 살인도 나오구요.이슬람 왕국에 가는 여행 중 누비아 흑인을 찔러죽이는 장면이 있잖아요.그 덕에 누비아 왕국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한때 상당한 세력을 떨친 왕국이어서 서양문학에도 종종 나오지요.

cyrus 2011-03-06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행복한 왕자>에서도 제비가 이집트 풍경을 언급하고 있는데
어쩌면 와일드도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제자분이 제시하신 주제 너무 좋은데요.
'사랑, 우정, 행복,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 이라니.
그 자체만으록도 팍팍 와닿아요. 그리고 모임 참석하시는 사이러스님이 점점 부러워져요.

그런데 차라투스트라 읽다가 주무셨군요? 아하하.
다행이다..... 저만 그런게 아니어서!

cyrus 2011-03-06 20:37   좋아요 0 | URL
지금 이제서야 절반 정도 읽었어요, 그런데 한 번으로 읽기에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드네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아포리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여러 번 읽어야지 이해가 되는거 같아요.
곳곳에 비유하는 것도 많구요,,^^;;

아이리시스 2011-03-0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좋다, 부지런한 시루스님, 어디 계세요? 돌아와요~^^

cyrus 2011-03-06 20:38   좋아요 0 | URL
시 무척 좋죠. 와일드는 시에다가 소설, 희곡까지 쓰니 다방면으로
뛰어난 문학가인거 같아요 ^^

2011-03-06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3-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키스 자국! 팬들도 왠지 오스카 와일들를 닮았군요. <행복한 왕자>는 정말 너무 슬퍼서 어렸을 때도 막 싫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저 <헨리와 준> 예전에 주문하려다 만 책인데 리뷰가 정말 정말 기다려지는군요! 개강하시고 한창 바쁘시겠어요.

cyrus 2011-03-06 23:47   좋아요 0 | URL
이번 주는 아직 개강 기간이라서 특별히 바쁜 일은 없답니다.
아마도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학업에 열중할거 같습니다.
많이 바쁘더라도 자투리 시간에 책은 읽어야겠습니다. ^^